지수현
지수현
지수현

(part3에서 계속) 크랜필드의 여성드러머 지수현은 천성적으로 쾌활하고 나쁜 일은 금방 잊어버리고 좋은 일만 기억하는 낙천적인 성품이다. 또한 활달하고 털털한 선머슴 같은 분위기지만 의외로 섬세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무대에서 파워풀하면서도 섬세한, 강약을 조절하는 스틱 워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크랜필드 용마공원 피쳐사진113
크랜필드 용마공원 피쳐사진113
지수현은 부산 동래구 명장동에서 자전거와 오토바이 수리점을 운영했던 집안의 1남 2녀 중 차녀로 1984년 3월 19일에서 태어났다. 집안 분위기 자체가 노는 걸 좋아하고 흥이 넘치는지라 그녀는 언니와 집 옥상에 올라가 마음껏 춤추고 노는 자유로운 유년시절을 보내며 성장했다. “어릴 때부터 춤추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잠깐 다녔던 피아노학원에서도 건반보다 피아노 교본에 예쁜 공주 그림을 그리는 게 더 재미있었습니다.”(지수현) 자식사랑이 지극했던 아버지는 남자아이 같았던 둘째딸이 여성스러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발레를 배우길 권했다. 하지만 남동생이 배웠던 태권도가 멋있어 보여 태권도장에 보내달라고 떼를 썼다.
지수현 어린시절 가족 친구들과 함께한 사진모임
지수현 어린시절 가족 친구들과 함께한 사진모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건장한 체격을 만들어 준 무술수련을 시작한 그녀는 태권도 2단의 유단자다. 승부욕이 남달랐던 그녀는 부산의 태권도장들이 실력을 겨루는 대회에 도장의 여자대표로 나갔을 정도. 첫 시합에서 자신보다 덩치가 큰 언니와 붙어 발차기 3번 만에 상대를 KO시켜버리며 승승장구했다. “폼 나게 결승에 올랐지만 국가대표급 선수와 붙어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얼마나 분하던지 엉엉 울면서 돌아왔는데 당시 할머니께서 제가 남자아이 같아 막내는 아들이 나왔다고 말씀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지수현)
지수현 케이루키스 기획공연 올림픽홀3
지수현 케이루키스 기획공연 올림픽홀3
부산 명동초등학교 시절, TV 음악프로그램 ‘가요톱10’에서 나오는 아이돌그룹 노이즈의 ‘상상 속의 너’를 녹화해 신나게 춤을 추며 처음으로 음악의 흥겨움을 경험했다. 대중가요를 즐겨 듣기 시작한 그녀는 중3때 언니 지예은의 포터블 CD를 통해 시크릿 가든의 음악을 접했다. “즐겨듣던 가요와 분위기가 엄청 다르고 신기했어요. 가사도 없이 연주만으로 제 가슴에 와 닿는 곡은 처음이었지요.” 이후 자매는 자기 전에 방바닥에 엎드린 채로 SBS 라디오 ‘정지영의 스윗 뮤직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 있는 노래들에 빠져들었다.
크랜필드 피쳐사진182
크랜필드 피쳐사진182
지수현은 초등학교부터 혜화여고 졸업 때까지 하루도 결석하지 않고 개근으로 졸업한 성실한 아이였다. 친화력이 뛰어나 인기가 많았던 그녀는 안락여중 3학년 때, 반장으로 선출되어 반 대항 합창대회에서 지휘를 하기도 했다. 공부보다 다양한 특활활동을 좋아했던 지수현은 엄마의 미대진학을 권유받고 즐겁게 입시준비를 해 부산 경성대 디자인과에 진학했다. 온갖 독특한 캐릭터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대학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시켰다.
크랜필드 피쳐사진124
크랜필드 피쳐사진124
세상에는 아이돌 대중가요와 트로트만 있는 줄 알았던 지수현은 자신이 다녔던 입시미술학원에서 보조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다 디자인 선생님이 들려준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음악을 듣고 신천지를 경험했다. 시크릿 가든의 연주음악을 듣고 느꼈던 감정을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인 밴드의 보컬을 통해 또 한 번 경험했다. “대학에서 만난 이성혁과 정광수를 비롯해 다른 학과 친구들과 각자 관심 있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많은 밴드들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지수현)
지수현 현재과 처음 드럼 시작했을 때 모습
지수현 현재과 처음 드럼 시작했을 때 모습
당시 모션그래픽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했던 지수현은 이성혁의 고교친구들 밴드 합주실에 찾아가 뮤직비디오에 쓸 소스를 촬영하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다 신나게 뻗어가는 기타사운드도 너무 근사했어요. 여고시절 무심코 드럼을 치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직접 드럼소리를 들어보니 심장이 쿵쾅거리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템버린을 치다가 의자를 모아 박스를 찢어 올려놓고 드럼스틱으로 치면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마치 태권도를 하는 것처럼 드럼을 치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지수현)
지수현 처음 음악시작하던 시절 사진모음
지수현 처음 음악시작하던 시절 사진모음
대학 같은 과 친구 이성혁과 정광수가 군 입대했을 때 지수현은 뒤늦게 사춘기의 홍역을 앓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저랑 너무 다른 친구들을 만나 제가 알았던 세상과 너무 다른 세상을 알게 되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항상 즐겁고 행복한 것만 보고 살아온지라 친구들의 어려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처음 생각해 봤는데 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지수현) 과감하게 휴학을 했다. 스스로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겁도 없이 워킹홀리데이비자를 받아 먼 호주로 떠났다.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하고 광활한 현지농장에서 아이팟에 가득 담긴 밴드음악을 듣고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며 자신의 자아를 찾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관련 회사에 들어가 결혼을 하고 2세를 갖는 평범한 삶을 살기는 싫었습니다. 일단 내 스스로 선택한 즐거운 인생을 살아보자는 다짐을 했죠.”(지수현)

경성대 시절 밴드 옐로우 피버 영산대 연습실 놀러가서 촬영한 친구들 사진
경성대 시절 밴드 옐로우 피버 영산대 연습실 놀러가서 촬영한 친구들 사진
경성대 시절 밴드 옐로우 피버 영산대 연습실 놀러가서 촬영한 친구들 사진

1년 후 귀국해 복학하지 않고 서울 언니 집으로 올라갔다. 우선 대학입시 사이트의 전화상담원 일을 2달 정도하다가 학교후배의 주선으로 한 영화제작사의 미술팀에 들어갔다. “3달 정도 일하다 팀장이 함께 일하는 언니에게 너무 쌍욕을 해 참다못해 한소리를 했다가 짤렸습니다. 그때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지수현) 다시 부산에 내려와 복학을 한 그녀는 상처받은 마음에 음악으로 위로를 받기위해 군에서 제대한 이성혁, 정광수와 함께 밴드활동을 시작했다. 독학으로 드럼배우기를 시작한 그녀는 드럼 셋을 살 돈이 없어 마이크 스탠드에 박스를 꼽고 의자를 ‘스네어’로 삼아 두들겼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에 용돈을 보태 연습용 드럼을 구입하던 날, 기분이 날라 가는 것 같았어요. 드럼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었기에 귀가 밝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드럼라인을 따고 동영상을 보면서 연습했지만 습득속도가 느려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정말 열심히 연습했습니다.”(지수현)
크랜필드 용마공원 피쳐사진199
크랜필드 용마공원 피쳐사진199
학업을 포기한 이성혁은 연습실겸 숙소를 구해 독립했다. 정광수, 지수현 등과 함께 커버밴드 ‘사우스 소프트 볼’을 결성해 외국인 라이브 펍 OL55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반 년 동안의 활동으로 70여곡의 레퍼토리가 쌓여갔다. 외국인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었지만 남의 곡만 부르다보니 자작곡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설상가상으로 그 시기에 멤버들과의 관계도 나빠져 2008년 밴드를 해체하고 1년 동안 친구들을 만나지도 않았습니다.”(이성혁) “성혁이가 자신의 창작곡으로 음악을 하고 싶어 서울로 올라가면서 짧았지만 꿈같은 커버밴드는 해체되었습니다. 미련이 남았지만 앞으로 스틱을 잡을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지수현)(part5로 계속)
크랜필드 용마공원 피쳐사진202
크랜필드 용마공원 피쳐사진202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지수현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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