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특성
이효리 특성
뮤지션이 사회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경우, 뮤지션으로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시기에 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그 발언을 노래에 실어서 하게 되면 설득력은 배가 된다. 하지만 한창 왕성하게 활동을 할 때 사회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효리의 ‘티볼리 발언’이 연일 화제다. 이효리는 지난 18일 트위터에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됐던 분들도 다시 복직되면 정말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고 했다. 한 네티즌의 “티볼리 광고 출연 어떠신지요”라는 “써주기만 한다면 무료라도 좋다”라고 대답한 것이 쌍용차가 이효리의 모델 제안을 거절했다는 오보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이효리 측은 모델 제안 한 적이 없고 응원 글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이에 네티즌들의 논란은 점점 커졌다. 이효리의 사회적 발언에 대해 ‘뜬금없다’는 의견과 ‘용감하다’는 의견이 대치를 이뤘다. 댓글을 살펴보면 뜬금없다는 의견이 월등히 많다. 이효리의 발언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효리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관련한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효리는 지난 2월 법원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선고한 손해배상액 47억 원을 10만 명이 4만7,000원씩 함께 내자는 아름다운 재단의 ‘쌍용차 해고자 생계지원 프로젝트, 노란봉투 캠페인’에도 동참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왜 이효리는 설득력을 얻지 못할까? 만약에 이효리가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에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면 어땠을까? 이효리의 3집 ‘이츠 효리쉬(It’s Hyorish)’가 나왔던 2008년, 그리고 4집 ‘에이치 로직(H-Logic)’이 나왔던 2010년에 쌍용자동차 사측과 민주노총 쌍용차지부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으며 지금보다 훨씬 언론 보도도 잦았다. 그때 이효리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 지지 발언을 했어도 지금처럼 비난을 샀을까?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사회적 발언을 하기가 훨씬 힘들었을 거다. 당시 이효리는 톱스타였으니까. 스케줄에 치여 그 누구보다도 바쁘게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문 사회면을 볼 여유도 없었을 거다. 사태에 관심이 있었다한들, 한국에서 인기의 정상을 달리는 스타가 사회적, 정치적 발언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해외에서는 팝스타들이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국내에도 사회적 발언을 통해 소셜테이너란 꼬리표를 달게 된 경우들이 있다. 신해철, 김장훈, 이은미 등이 그들이고 최근 이승철도 여기 포함됐다.
IE001784917_STD
IE001784917_STD
발언을 넘어 행동으로 옮긴 뮤지션들도 있다. 지난 2010년 홍대입구역 재개발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였던 ‘두리반’을 돕기 위한 음악페스티벌 ‘뉴타운컬쳐파티 51플러스’(이하 51플러스)를 개최한 인디뮤지션들이 그들이다. 당시 야마가타 트윅스터, 회기동 단편선, 밤섬해적단, 하헌진, 박다함 등이 주축이 돼 뮤지션들을 모았고, 이들은 두리반에서 음악페스티벌 ‘51플러스’를 개최했다.

2011년 5월 두리반에서 열린 ‘51플러스’를 취재했었다. 당시 두리반은 전기가 끊긴 상황이라 건물에 전기를 대기 위해 자가발전기가 쉴 새 없이 돌았고, 모인 뮤지션들과 사람들은 야외무대를 만들기 위해 토목공사도 직접했다. 당시 회기동 단편선은 “이 행사를 치르면서 음악가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도발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가들의 힘이었을까? 결국 두리반은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51플러스’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이야기는 영화 ‘파티51’로 제작돼 현재 상영 중이다. ‘파티51’은 당시 두리반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동조한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뮤지션들의 사회적 역할을 돌아보게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헌데 흥행이 좋지는 못한 모양이다. ‘파티51’의 정용택 감독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티51’ 경이적인 관객 수를 기록 중- 아니? 어떻게? 이렇게 관객이 없을 수가”라고 글을 남겼다.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배급 및 홍보에 한계가 있을 터. 그래도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몸을 던진 뮤지션들의 행보는 박수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이효리와 같은 스타가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진심은 인기에 비례하지 않는 법. 문득 궁금하다. 만약 이효리가 이 영화를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