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옥주현)의 주도 하에 거행되는 화려한 무도회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초라한 행색의 여인 마그리드 아르노(차지연)가 찾아든다. 시민들의 궁핍한 삶을 개선해달라고 호소하는 아르노에게 냉소를 보내는 귀족들. 한편 보석상이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왕비에게 팔려는데 거절당한다. 목걸이가 마음에 들었지만, 프랑스 경제형편이 파탄지경에 이르러 살 엄두를 못낸 것. 하지만 이 목걸이로 인해 그녀는 파멸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하는데 (중략)

이 세상에 알려진 가장 유명한 왕비 중의 하나인 마리 앙투아네트. 화려함의 극치 속에 살다가 단두대에서 참혹한 죽음을 당한 그녀의 삶이 라이선스 뮤지컬로 탄생했다. 극의 원작은 엔도 슈사쿠의 소설로서, M.A.라는 똑같은 이니셜을 지닌 두 여성, 마리 앙투아네트(실존인물)와 마그리드 아르노(가상인물)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흥미로운 건 이번 공연이 국내 초연인 동시에 한국 공연만을 위해 스토리를 과감하게 각색했다는 것. 해외에선 아르노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반면, 한국에선 앙투아네트의 사랑과 죽음이라는 격동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

프랑스혁명은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그 중에서도 앙투아네트의 삶에 초점을 맞춘 최근작으로는 커스틴 던스트가 주연을 맡은 ‘마리 앙투아네트’(2006)가 있다.

영화는 베르사유 궁전을 로케이션으로 할 정도로 고증에 충실했던 반면, 앙투아네트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또한 이 영화에는 혁명의 긴박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후반부에 프랑스혁명의 직접적인 원인인 미국독립전쟁에 루이 16세가 개입하는 내용이 잠깐 등장하고 바스티유 감옥이 습격당했다는 대사도 나오지만 말이다. 어째서 왕비가 혁명의 희생자가 되어야 하는지, 그 원인이 불분명하다. 단지 호화로운 파티를 벌이고 바람둥이 청년과의 밀애로 일탈하다가 주변 사람들의 냉랭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는 걸 예고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영화에서 혁명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는 것과는 달리,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왕비가 주도하는 화려한 무도회와 빈민들의 삶을 비교함으로써, 혁명 직전의 첨예한 계층 갈등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갈등의 양축에 앙투아네트와 아르노가 있다. 왕비가 실제로 억울하게 연루된 ‘목걸이사건’을 흥미진진하게 각색한 점도 그녀가 프랑스국민으로 하여금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케 한다.
마리 앙투와네트
마리 앙투와네트
또 왕비가 입는 다양한 의상을 통해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앙투아네트가 입었던 화려한 의상이 점차 검은색 톤의 수수한 옷으로 바뀌어 지는 걸 통해, 그녀의 신분이 왕비에서 포로와 죄수로 전락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옥주현과 차지연을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의 연기호흡도 매끄럽다. 특히 두 여주인공이 함께 열창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끝으로 프랑스혁명에 대해 관심있는 관객에게 이 공연을 적극 추천한다. 어느 뮤지컬이나 영화 이상으로 혁명의 원인과 그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 본 뮤지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공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연동원 문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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