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9 오민석
1129 오민석
‘미생’ 오민석이 강하늘(장백기 역)에 따뜻한 위안이 되어줬다.

지난 28일 방송된 tvN 금토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에서는 어렵게 꺼낸 장백기의 속내에 꾸밈없는 말로 그의 불안을 다독인 강해준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강해준은 우직함과 꼼꼼함이 필요한 철강팀의 대리이자 뚜렷한 주관을 지닌 원칙주의자다. 때문에 초반 자신의 스펙과 능력을 과신해 급하고 오만한 신입 장백기를 없는 사람처럼 대하며 숨죽이기를 하는 등 좀처럼 마음을 드러내기보다 상대가 알아차릴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인물이다.

강대리의 깊은 뜻을 장백기가 느낀 것도 불과 얼마 전. 강대리가 수없이 강조했던 작은 것들의 귀중함을 깨달은 장백기는 삐딱했던 태도를 버리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적극성을 내비쳤지만, 그럼에도 고요하고 견고한 강대리는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 이전보다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으나 지각 한 번을 봐주는 법 없는 강대리는 여전한 원칙주의자였다.

자만에 가까운 자신감을 지녔던 장백기는 점차 풀이 죽어갔다. 특히 선배들의 독려 속 승승장구하는 동기 장그래(임시완 분)를 보며 스스로 초라하다 생각하게 됐다. 의욕도 사라지는 듯했다. 강대리에게 고민상담을 하고 싶은 마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 고민을 껴안고 있었다.

가까운 듯 아닌 듯 모호한 이들은 우연히 사우나에서 마주치게 되며 어색함의 방점을 찍었다. 장백기는 강대리의 눈치를 보고 뜨거운 탕 안에서도 나가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온몸이 발갛게 익을 때까지 참는 등 소심함의 끝을 보였다.

하지만 우연을 기회로 만들 듯, 뒤돌아서 나가는 강대리에게 용기를 짜내어 술 한 잔을 청한 장백기는 결국 그토록 바랐던 위안을 얻게 됐다. 마치 또 하나의 딱딱한 껍질을 벗은 것처럼 강대리의 진심 어린 말이 위로와 깨달음을 동시에 준 것이다.

강대리는 장백기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본인도 외면하고자 했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두 알고 있어 장백기를 놀라게 했다. 강대리는 ‘늘 꾸준해야 하고 오래 두고 보아야 하는 철강’에 빗대어 ‘화려하지는 않아도 필요한 일’이라며 당장 성과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조급했던 장백기를 다독였다. 또 “고정된 사업이라도 할 일이 많다”고 알려주며 장백기가 찬찬히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줬다.

“동기는 스스로 성취하라”며 처음으로 꺼내 든 강대리의 깊고 조용한 울림은 그간 누르기만 했던 장백기를 향한 또 다른 형태의 가르침이자 자괴감을 느낀 후배를 따뜻하게 감싸는 진심이자 방송을 본 모든 이들에게 마치 자신이 장백기, 혹은 신입사원이 된 듯 귀 기울여 듣게 하는 조언이었다.

오민석은 이러한 강대리의 변화를 세심하게 표현했다. 조금씩 미묘하게 달라지는 장백기를 대하는 태도와,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무심한 듯 진정성을 실은 목소리 톤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매 장면마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좋은 연기와 캐릭터를 살리는 자연스러움이 오민석을 애청자들 사이 ‘갖고 싶은 선임’으로 손꼽히게 만들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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