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태규, 로로스, 더 클래식, 에픽하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CR태규, 로로스, 더 클래식, 에픽하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CR태규, 로로스, 더 클래식, 에픽하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익숙한 외로움, 채워 질 수 있을까, 이 공허한 내 마음

CR태규 ‘외로움’ 中

CR태규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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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맨 CR태규의 두 번째 앨범. CR태규는 하헌진, 씨없는 수박 김대중, 김태춘 등과 함께 인디 신에서 ‘델타 블루스’를 구사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들은 블루스 선배들인 신촌블루스의 이정선, 엄인호, 그리고 김목경, 채수영와 구별되게 블루스의 초기 스타일인 델타 블루스를 구사하는데, 이는 이제 인디 신에서 하나의 작은 흐름이 됐다. CR태규는 1집 ‘CR Blues’를 발표했으며 김대중의 ‘300/30’에서 슬라이드기타를 선보이고 블루스 옴니버스 앨범 ‘블루스 더, Blues’에서 강한 록 블루스를 들려준 바 있다. 신보에서는 어쿠스틱기타(도브로 기타인 것으로 들린다) 한 대와 함께 노래하고 있다. 블루스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메시지의 전달에 있는데, CR태규는 델타 블루스 특유의 기타 주법 위로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히 전달하고 있다. 로버트 존슨, 스킵 제임스와 같은 명인들이 그렇듯이 단순히 12마디 3코드의 블루스에 머물지 않고, 꽤 다채로운 멜로디를 들려준다. ‘외로움’ ‘유월 삼십일’과 같은 곡들은 굳이 블루스 팬이 아니더라도 너끈히 공감할 만한 곡이다. 블루스도 작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앨범.

로로스 ‘W.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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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의 공백을 깬 로로스의 정규 2집. 로로스는 한국의 포스트 록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밴드고 꼽힌다. 옐로우 키친이 인디 신의 여명기에 이미 실험적인 사운드를 통해 한국 포스트 록의 단초를 선보였다면,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속옷밴드)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류의 본격적인 슈게이징을 들려주며 각광받았다. 로로스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시규어 로스를 연상케 하는 드림 팝의 영역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노이즈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포스트 록 계열의 밴드들이 많아졌고, 엄연히 인디 신에서 하나의 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로로스가 결성된 2005년만 해도 국내에 포스트 록은 매우 낯선 장르였다. 멤버 군 입대로 휴지기를 가진 로로스는 2011년 가을 활동을 재개했다. 그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 로로스를 봤을 때는 바로 새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신보는 시간이 걸린 만큼 출중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전작 ‘팍스(Pax)’가 국내에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역할을 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면 신보에서는 로로스 나름의 방향성이 뚜렷해졌으며, 무엇보다도 사운드 메이킹이 훨씬 프로페셔널해졌다.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더 클래식 ‘Memory & The 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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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과 박용준의 듀오 더 클래식이 17년 만에 발표하는 앨범. 데뷔 20주년을 맞은 더 클래식에게는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앨범이기도 하다. 17년 만의 앨범이지만, 박용준은 김광진의 솔로앨범에 편곡자로 늘 함께 해왔다. 사실상 ‘편지’ ‘동경소녀’ 등 김광진의 솔로 곡들도 더 클래식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겠다. 더 클래식의 발라드는 지문이 뚜렷하다. ‘마법의 성’ ‘편지’ 등에서 선보이는 김광진의 감성은 여리면서도 동화적이고, 소박한 슬픔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자신의 색이 뚜렷한 발라드 작곡가도 드물 것이다. 여기에 곡의 특징을 잘 살리는 박용준의 세련되면서도 과하지 않은 편곡이 더 클래식의 음악을 고전으로 완성시켰다. 신보 역시 더 클래식의 음악이다. ‘우리에겐’은 질감이 조금 바뀌었지만, 그 멜로디는 역시나 김광진의 음악이다. 종이건반을 두드리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박용준의 곡 ‘종이피아노’는 90년대 가요의 아름다운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에픽하이 ‘신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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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린 앨범. YG엔터테인먼트로 옮긴 후 에픽하이의 사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워낙에 인기 있는 아이돌들이 많은 레이블이기에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도 있었다. 이번 앨범은 상당히 좋은 타이밍에 나왔다. 힙합에 대중이 반응을 하는 분위기가 됐고, 타블로는 ‘쇼미더머니’ 등을 통해 대중에게 다시 가까이 다가갔다. 나름 힙합 계에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졌던 에픽하이가 제자리로 돌아가기에는 적기라 할 수 잇다. 특히 신보는 YG의 태양, 바비, 비아이, 송민호를 비롯해 박재범, 빈지노, 윤하, 개코 등 최근 힙합 앨범 중 가장 화려하다 할 수 있는 게스트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았다. 타블로의 기지 넘치는 가사는 여전하며 특히 ‘본 헤이터(Born Hater)’의 가사는 읽는 재미도 있다. ‘본 헤이터’와 같은 공격적인 19금 가사의 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머무르는 것은 상당히 신기한 광경이고, 앨범 중 가장 재미없는 노래인 ‘헤픈엔딩’이 순위가 제일 높은 것은 조금 아쉬운 모습.

메이트 ‘End Of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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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트의 3년 6개월 만의 앨범. 정준일의 군입대, 드러머 이현재의 배우 활동 등 여러 사정으로 활동을 쉬었던 메이트의 재결성을 알리는 앨범이기도 하다. 일단은 정준일과 임헌일이 뭉쳤다. 정준일과 임헌일은 메이트의 공백기 동안 본인들의 솔로앨범을 각각 발표한 바 있다. 메이트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록과 발라드를 넘나들며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 바 있다. 각자의 솔로앨범에서 정준일은 발라드를, 임헌일은 록을 중심으로 나름의 스타일을 굳혀갔다. 신보는 기존 앨범과 마찬가지로 각자가 만든 곡을 반반씩 수록했으며 함께 편곡을 했다. 본인들은 1집 ‘비 메이트(Be Mate)’와 같은 앨범을 만들어보려 했다고 한다. 이는 1집의 음악을 지칭한다기보다는 1집의 자세를 따르려 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신보는 초창기를 연상케 하는 곡부터 새로운 감성의 곡들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메이트의 변천사, 그리고 솔로앨범에서의 음악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메이트의 감성으로 다가간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눈뜨고코베인 ‘Sky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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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코베인의 정규 4집. 이제 눈뜨고코베인이란 이름은 우리에게 꽤 익숙해졌다. 음악이 익숙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눈뜨고코베인은 산울림 등을 중심으로 한 70년대 한국 록의 미학을 계승한 밴드로 꼽힌다. 눈뜨고코베인 이전에는 황신혜 밴드, 청바지, 곱창전골 등이 있었고, 눈뜨고코베인 이후에는 장기하와 얼굴들, 파블로프 등이 있다. 신보에서는 ‘뿅뿅’거리는 신스팝, 뉴웨이브 풍의 사운드가 가미된 ‘퓨처럽(Future Luv)’이 타이틀곡이다. 이에 대해 “눈뜨고코베인 너마저”라고 반응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요런 스타일은 이 곡뿐이고, 나머지 곡들은 ‘눈뜨고코베인 종합 판’이라 할 정도로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준다. ‘타이거 타운’ 즐겁게 듣다가 중간에 ‘25시의 데이트 눈코방송’에서 잠깐 쉬고 ‘선데이 행성에서 온 먼데이걸’에서는 춤을 출 수도 있다. 영화 ‘스타트랙’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마더쉽’은 은근히 광활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멋진 곡이다. 정말 김창완스러운데, 이상하게 김창완 생각이 안 나는 깜악귀의 개성적인 보컬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음악에 일관성을 부여하며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이수미 ‘We’ve Sobered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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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주목할 만한 신인 중 하나로 꼽히는 세이수미의 데뷔작. 2012년 부산에서 결성된 세이수미는 본인들의 음악을 ‘바다와 맥주’로 설명한다. 광안리 해변에서 200보 떨어진 곳에 작업실이 있는 것이 최대 자랑거리라고. 그런데 실제 이들의 음악의 중요한 부분인 서프기타 사운드에 간결하면서도 몽환적인 멜로디는 ‘바다와 맥주’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은 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행했던 서프 록 특유의 기타 톤을 통해 특유의 사운드를 만든다. (벤처스, 서퍼리스, 첸테이스 등의 서프 록 밴드들은 물속에서 느낀 소리의 공명을 표현하고자 리버브를 최대치로 올려 특유의 서프 기타 사운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세이수미의 음악은 서프 록과는 큰 상관이 없다) 거기에 소주까지는 아니어도 맥주 먹고 알딸딸할 정도로 몽환적인 멜로디를 들려준다. 이러한 요소들에 최수미(보컬, 기타)의 건조한 목소리가 은근히 잘 어울린다.

데미안 라이스 ‘My Favourite Faded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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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라이스의 3집. 1집 ‘O’와 2집 ‘9’을 통해 데미안 라이스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보였던 모던포크의 방식을 통해 팝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기존의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 편곡 방식과는 다른, 여백을 살려둔 채 통기타에 현악으로 색감을 더한 사운드는 놀라운 흡입력으로 청자를 빨아들였고, 무엇보다 데미안의 남루한 보컬이 여성들을 매혹시켰다. 신보는 무려 8년 만이다. 데미안은 공허함 때문에 신보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한다.(하긴 내한공연 때 모습도 공허해 보이더라) ‘9’ 투어를 마치고 데미안 라이스는 여행을 다녔고, 아이슬란드에서는 몇 년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신보에서는 북유럽의 풍광을 머금은 듯한 곡들이 다수 수록돼 있다. 특유의 애처롭고 음유시인, 방랑자와 같은 감성은 여전하다. 데미안 라이스는 주로 혼자서 작업을 해왔다. 이번에는 프로듀서로 릭 루빈이 참여했는데 기존 데미안 라이스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릭 루빈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보다는 그저 데미안의 다시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북돋았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는 조금 늦었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반가운 앨범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U2 ‘Song of Inno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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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의 13집. 애플의 음원사이트 아이튠스를 통해 11개국 5억 명에게 앨범을 무료로 공개해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이니만큼 이 사건은 상징하는 바가 컸다. 밥 딜런, 블루스 스프링스틴을 존경해 그들의 뒤를 이어 사회적인 발언도 열심히 하는 보노가 이끄는 밴드 유투가 애플의 1000억 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등에 없고 이러한 프로모션을 한 것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원치 않는 앨범이 자동 내려 받기 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이들도 꽤 있어서 보노는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마케팅 이슈가 커서 그런지 앨범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적어 보인다. 신보는 기존에 비해 4인조 밴드 사운드에 의존하기보다는 매끄럽게 다듬어진 사운드 메이킹이 더 도드라진다. 때문에 로큰롤에서는 더 멀어졌다. 워낙에 좋은 앨범이 많지만 ‘팝(Pop)’ 이후로는 평가 면에서 쭉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래도 약 10년 전 싱글인 ‘버티고(Vertigo)’에서는 예년의 젊은 음악으로 팬들에게 반가움을 전하기도 했는데, 다시 그런 스타일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

테일러 스위프트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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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내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정규 5집.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에 음원 제공을 거부하는 등 무료로 앨범을 뿌린 유투와는 반대의 자세를 취했다. 결과적으로 새 앨범 ‘1989’는 미국에서만 일주일 만에 128만7000장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앨범시장이 살아있던 9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숫자다. 사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데뷔 후 몇 년 간 미국 내 최다 앨범판매, 에어플레이 차트 집계 2년 연속 미국 내 최다 방송횟수 기록, 그리고 그래미 7관왕(고작 24살인데) 등 화려한 숫자를 기록해왔다. ‘1989’의 판매량은 테일러 스위프트이기에 가능한 숫자이겠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긴 90년대만 돌아봐도 최다 음반 판매의 주인공은 컨트리 가수 가스 브룩스가 아니던가? 역시 금발의 미녀가 컨트리를 하니 미국의 백인들의 엄청난 지지를 얻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물론 테일러 스위프트는 컨트리 외에도 다양한 음악을 해왔다. 신보에서는 본인이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으며 맥스 마틴을 비롯해 다양한 히트 작곡가들이 함께 했다. 덕분에 어느 정도 컨트리의 색을 거의 드러내고 트렌디한 댄스 넘버들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앨범에는 테일러 본인이 곡을 만든 과정을 음성으로 남긴 트랙도 담겼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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