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해철
고(故) 신해철


고(故) 신해철

가수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사망 비보가 알려진 가운데 음악뿐 아니라 생전 그의 글과 발언 등이 다시금 회자되며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현재 30~40대들은 청소년기와 20대 시절 신해철의 음악과 발언에 깊이 영향받은 세대인만큼 SNS를 통한 애도의 뜻을 널리 표하고 있다.

그 중 신해철이 1997년 MBC FM ‘음악도시’에서 하차하면서 남긴 클로징 멘트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청취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이뤄진 이 멘트는 ‘왜 사는가’부터 행복과 가치관에 대한 신해철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멘트를 통해 신해철은 “직업, 거주지역, 성별, 주위환경 이런 게 다 다른 우리의 공통점은 단 하나, 아직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남들이 우리를 ‘푼수’라고 부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는 거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싶어서, 그 사춘기적인 우쭐함으로 철학과를 건방지게 진학을 했었고, 근데 학문에는 재주도 없었고 가보니까 그런 게 아니었고, 그래서 왜 사는가 라는 질문에 그 대답을 포기하고 그냥 잊고 사는 게 훨씬 더 편하다는 걸, 그런 거만 배웠습니다”라고 솔직히 토로했다.

이어 “음악도시를 그만두는 이 시점에 와서야 그 질문에,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이제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 대답은, 우린 왜 사는가하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겁니다”라고 전했다.

일상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자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그는 “자아실현이란 거창한 얘기말고 그냥 단순 무식하게 얘기해서 행복하게 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찾고 있는 그 행복은 남들이 “우와”하고 바라보는 그런 빛나는 장미 한송이가 딱 있어서가 아니라, 수북하게 모여 있는 안개 꽃다발처럼 우리 생활 주변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고 쪼그만 한송이, 한송이를 소중하게 관찰하고, 주워서 모아서 꽃다발을 만들었을 때야 그 실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우리가 음악도시에서 나눈 얘기들은 정치 경제 토론도 아니었구요, 그냥 가족, 학교, 꿈, 인생 얘기였고, 인류애나 박애정신 그런게 아니라, 부모, 형제, 친구들, 시련, 첫사랑 이런 얘기였지 않습니까? 이 하나하나가 작은 그 안개 꽃송이였던거고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행복인 거죠. 우리는 은연중에 그런 것들을 무시하도록 교육을 받고, 더 나아가서 세뇌를 받고 자꾸만 내가 가진 거를 남들하고 비교를 하려 합니다”라며 “근데 자꾸 비교를 하면서 살면 결국 종착역도, 안식도, 평화도 없는 끝없는 피곤한 여행이 될뿐이구요, 인생살이는 지옥이 될거라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고(故) 신해철
고(故) 신해철
고(故) 신해철

또 “인생이 여행이라고 치면 그 여행목적이 목적지에 도착하는게 아니라 창밖도 좀 보구 옆사람하고 즐거운 얘기도 나누고 그런 과정이라는 거, 그걸 예전엔 왜 몰랐을까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청취자들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의 메시지도 전했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하고 목소리가 지금 떠오릅니다. 우리 꿈많은 백수, 백조들. 제가 얼마나 백수들을 사랑하는지. 또 왕청승 우리 싱글들, 발랑까진 고딩들, 자식들보다 한술 더 뜨던 그 멋쟁이 푼수 부모님들, 또 여자친구의 완벽한 노예다라고 자랑하던 그 귀여운 자식들. 그리고 속으로는, 속마음은 완전히 학생들하고 한패인 그 선생님들, 아이스크림 가게 아저씨, 또 청춘이 괴로운 군바리. 음악도시가 자리를 잡고 나니까 신해철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화젯거리가 됐었구요. 여러분들이 바로 나의 프라이드고 자랑이고 그랬어요”라는 것.

경쟁 일변도의 사회 분위기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 이 도시에서 우리는 혹시 남들도 나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조금 있지 않을까라고 조마조마해 하던 것들을 사실로 확인했잖습니까”라며 “이 도시에서 우리 국가하고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있죠? 인생은 경쟁이다, 남을 밟고 기어올라가라, 반칙을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딴놈들은 멀거니 쳐다볼수 밖에 없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반납해라, 인생은 잘나가는 게 장땡이고 자기가 만족하는 정도보다는 남들이 부러워해야 성공이다, 이런 논리들이요. 우리는 분명히 그걸 거절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곳은 우리들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도시구요, 현실적으론 아무런 힘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랑 같은 사람들이 있다라는 걸 확인한 이상 언젠가는 경쟁, 지배 이런게 아니라 남들에 대한 배려, 우리 자신에 대한 자신감, 이런 것들로 가득한 도시가 분명히 현실로 나타날거라고 믿어요”라며 “잘 나가서, 돈이 많아서, 권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대통령도, 재벌도 우리랑 비교할 필요가 없을거구요. 여러분들이 그 안개 꽃다발 행복을 들고 있는 이상, 누구도 여러분들을 패배자라고 부르지 못할겁니다.여러분은, 여러분들 스스로에게는 언제나 승리자고 챔피언이거든요”라며 멘트를 마무리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KCA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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