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이하늬


미스코리아 그리고 서울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하늬의 이미지다. 그간 배우로서 꽤 활발하고 다양한 행보를 이어왔지만, 미스코리아와 서울대를 뛰어넘기엔 뭔가 한방이 아쉬웠다. 그랬던 그녀의 행보가 ‘타짜-신의 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대보다 불안, 걱정이 우선했다. 전작 ‘타짜’에서 강한 임팩트를 남긴 김혜수와 정마담이라는 어마어마한, 도저히 넘어설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역할을 대신하는 우사장이 바로 이하늬니까. 영화를 보기 전, 이하늬는 김혜수와 비교 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고, 사실상 이하늬가 정마담을 넘어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영화 개봉 후 이하늬는 우사장, 그 자체로 이야기됐다. 강형철 감독은 이하늬의 장점을 제대로 빚어냈다. 마치 정마담과 우사장은 전혀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이라도 하듯, 이하늬만의 우사장이 보란 듯이 살아 움직였다. 섹시와 순수를 넘나들고, 지적인 것 같으면서도 허당인 우사장만의 독특한 매력은 이하늬와 꼭 맞는 옷이었다. 이렇게 이하늬는 강렬하게 대중 곁을 파고들었다. ‘타짜-신의 손’은 이하늬의 새로운 필모를 만들어가는 첫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하늬의 입을 통해 그가 만난 우사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Q.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가장 궁금하다. 그만큼 전작이 영향력이 큰 작품이고, 출연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이하늬 : 이재용 감독님의 ‘뒷담화’를 하면서 강형철 감독님과 인사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후 오가며 인사하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감독님께서 뮤지컬 ‘시카고’를 보러 오셨다. 그걸 보고 많은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캐스팅 제안을 받고 나서 ‘시카고’에서 연기한 록시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겠구나 싶었다. 또 독특한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Q. 허영만 화백의 원작 ‘타짜’ 시리즈를 좋아했었나.
이하늬 : 이번 역할 때문에 공부하듯 ‘타짜’ 시리즈를 봤다. 순정 만화가 아닌 이상 잘 못 보는데, ‘타짜’ 시리즈는 재밌게 독파했다.

Q. 그럼 화투나 그런 도박은 할 줄 아나.
이하늬 : 전혀. 그리고 1만 원으로 2만 원을 따면 바로 멈추는 성격이다. 대부분 그러면 ‘더 딸 수 있겠지’라고 희망하는데, 난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 감사한 거는 어려서부터 악기를 했는데, 그거 때문에 빨리 깨우친 것 같다. 연습 100번 한 놈과 101번 한 놈은 무대에서 다르다. 어렸을 때 10시간씩 혼자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혼자 무대에 서고. 그렇게 단련했던 게 다 쓰이는 거다. 뭐든지 성실히 하는 사람을 못 당한다. 그걸 어려서부터 혹독하게 경험했다.

Q. 잠깐 무대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최근 방송에서 YG연습생을 했다는 말을 했다. 분명 어려서부터 국악을 해 왔고, 전공도 국악으로 알고 있다. 가야금 공연도 앞두고 있을 정도인데, YG연습생을 했다는 게 정말 의외다.
이하늬 : 정신이 나갔던 거다. 미쳤나 싶을 정도로. 뭐 아직도 그렇게 달라진 것 같진 않다. (웃음) 그때 한국음악의 소울적인 부분과 힙합, 흑인음악에서 나오는 게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거에 완전히 꽂혔다. 그리고 중학교 때 댄서 하겠다고 춤을 추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이 두 가지를 같이 풀 수 있는 건 오직 YG뿐이라고 생각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혼자 결론을 그렇게 냈다. 물론 집에서는 반대했다. 그래서 약간의 거래를 했다. 집에서 대학원을 간 다음에 마음대로 하라는 거다. 그 말에 대학원을 가자마자 YG에 간 거다. 이미 늦은 나이였다. 그때 민지(2NE1 멤버)는 중학생이었으니까. 여하튼 어머니 입장에선 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시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래서 내보낸 게 미스코리아다.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그때 집을 나가네 마네, 갈등이 심했다. 꿈이 있고, 한참 ‘필’이 고조돼 있었는데 미스코리아에 나가라고 하니까. 그런데 운명이란 게 있는 건지 따라오게 된다. 지금은 좋다. 편안해진 것 같다.
사진. 구혜정
사진. 구혜정
Q. 다시 ‘타짜-신의 손’으로. 영화를 보기 전에는 ‘타짜’ 정마담 역의 김혜수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불운한 운명이었다.
이하늬 :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촬영할 땐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비교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여자 캐릭터, 약간의 섹시한 코드 정도뿐이다. 그래서 정작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오히려 홍보하면서 ‘이렇게도 이어질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비교하지 않았던 게 우사장에 집중할 수 있었고, 득이었다.

Q. 솔직히 말해 김혜수를 뛰어넘는다는 건, 김혜수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넘어서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을 선택해야 했을 것 같은데.
이하늬 : 우사장은 워낙 바람 잘 날 없는 여자다. 좋게 말하면 팔색조인데, 안 좋게 말하면 다중인격 소유자인 셈이다. 이 여자가 이렇게까지 할 만한 스토리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인간 우사장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말을 나눴다. 그 결과, 우사장은 항상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당하지 않기 위해서, 살기 위해 하는 행동일 뿐이다. 중후반으로 갈수록 우사장의 상처에 더 많이 다가가게 됐다. 이 여자가 다중인격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와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얼마나 많이 남자들에게 꺾이고, 밟혔을까? 100개 넘는 가면을 매일 갈아 쓰면서 이렇게까지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은 어땠을까 등을 생각하니까 처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남자를 유혹할 때는 확확 변해야 했다. 그런 부분은 나한테도 재미였던 것 같다.

Q. 하긴 영화를 보면서 놀라긴 했다. 굉장히 섹시하게 등장해놓고선, 갑자기 엉엉 울면서 떼쓰고. 초반엔 살짝 적응이 안 됐던 것도 있다.
이하늬 :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 사라 캐릭터를 결정지어주는 분수 신이 있다. 한 번도 세상에 나간 적 없는 선교사 사라가 건달을 만나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 당시 ‘버리고 싶은 데 버리면 안 돼. 그걸 아주 오묘하게 작두 타듯 가야 한다’고 디렉션을 주셨다. 우사장 캐릭터가 그랬다. 조금 더 가면 진상이고, 너무 고매한 척하긴 본질이 아니고.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두 가지 색깔을 다 갖지 않으면, 양쪽을 잘 타지 않으면 한쪽이 비겠더라. 그 부분에 중점을 뒀던 것 같다. 그리고 중후반부터는 현실에 딱 달라붙는 역할이다. 처음 등장했을 때의 뽀얀 조명은 짚어치우고, 어떻게 하면 못 생겨 보일까, 일그러져 보일까, 극도의 상황에 부닥치면 어떤 얼굴일까 등의 고민을 많이 했다. 나한테도 재미고, 흥미롭고 새로운 작품이다.

Q. 막상 울 때는 무슨 생각 했나.
이하늬 : 다짜고짜 울어야 하니까. 사람이 억울해서 눈물이 날 때가 있지 않나. 그런데 그 억울함은 알겠는데 화투판에서 도대체 얼마나 (돈을) 잃으면 눈물을 똑똑 흘릴까도 생각해봤다. 처음 그 생뚱맞은 컷은 하나인데, 그 신을 위해 엄청나게 공을 들여야 했다. 1초가 나오든 1분이 나오든 준비를 해야 하니까.
사진. 구혜정
사진. 구혜정
Q. 무엇보다 감독이 이하늬를 잘 연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하늬의 실제 모습이 많이 반영된 듯한 느낌이다. 물론 그래서 더 잘 어울렸던 것도 있다.
이하늬 : 지인들이 영화 보는데 초반에 너무 민망했다고 하더라. 남들이 웃는 지점에서 웃지 않고, 안 웃는 포인트에서 빵 터졌다고. 평소 내 모습을 아는 지인들이다. 초반 우사장의 모습이 평소 나였던 거다. 그러니 다른 사람은 안 웃어도 지인들은 웃을 수밖에. 그렇게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즐기면서 촬영했던 장면들이 기막히게 잘 나왔다. 그리고 사실 ‘영혼이 털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느낌이 들면 들수록 좋은 장면이 나왔다. 어느 순간 내 안에 누군가가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땐 감독님도 어떻게 연기를 해도 다 ‘OK’를 해주셨다. 배우한테 그것만큼 고마운 게 없다. 그런 엄청난 신뢰를 받았기 때문에 나중에는 상황에 빠져 막 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마지막에 끌려나가는 신이 있지 않나. 머리채를 잡힌 상태로 끌려나가는데, 대본에 없는 다른 말들을 낟 모르게 막 하게 되더라.

Q. 노출을 안 물어볼 수가 없다. 심한 노출은 아니지만, 그래도 망설임은 없었나.
이하늬 : 여배우가 몸매를 드러내야 하는 건 항상 부담이다. 신경을 아예 놓을 순 없었지만, 나름대로는 조절이 잘 됐던 것 같다. 팀들이 우사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잘 도와줬다. 그래서 노출신도 ‘그냥 하지 뭐’ 이런 생각이었다. 이 신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건 전혀 없었다.

Q. 근데 사실 영화 속 노출 장면도 섹슈얼을 강조하는 건 아니다. 뭔가 야한 분위기를 잔뜩 잡다가도 금방 다시 유쾌하게 돌아온다. 그래서 임하는 자세가 달랐을 것 같긴 하다.
이하늬 : 사실 팬티나 브래지어만으로도 끈적끈적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팬티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조차도 유쾌하게 만들어내는 분이다. 그런 점 때문에 부담이 확실히 적었던 건 사실이다. 같이 이야기를 나눠도 가슴을 쳐다보는 남자와 눈을 쳐다보는 남자와 다른 느낌이 들지 않나.

Q. 개인적으로는 영화 초반 우사장이 대길을 유혹할 때, 팬티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물론 평범하진 않다. 굉장히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야릇했다. 찍는 입장에선 굉장히 민망했을 것 같기도 하다.
이하늬 : 맞다. 팬티 타이트 샷은 굉장히 민망했다. 흰색 팬티에 십자 그려서 타이트로 들어가고. 대역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냥 가서 한 것 같다. 우사장을 한 이상 창피해 할 순 없는 거다. 기왕 하기로 했으면 몸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것 말고도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다. 시간은 얼추 새벽 3~4시쯤일 테고, 술은 얼큰했을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취해서도 안 됐고, 눈도 촉촉한 느낌이 있어야 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그때 소주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취기가 조금 올라오면서 약간의 홍조가 올라오더라.
사진. 구혜정
사진. 구혜정
Q. 지겹겠지만, 마지막 속옷만 입고 전투(화투)를 펼치는 신도 질문할 수밖에 없다. 강형철 감독 인터뷰를 했는데, 찍기 전에 차에 속옷 한가득 싣고 와서 길거리에서 고르고 있었다고.
이하늬 : 감독님이 엄청나게 민망해 하셨다. 입고 피팅 할까요? 했더니 그냥 입고 싶은 거 입으라고. 내가 생각했을 때 호피는 너무 강한 것 같고, 흰색은 뭔가 약해 보였다. 블랙과 레드가 좋은데, 감독님이 블랙은 미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빨강으로 정해졌지만, 또 디테일은 다르니까. 그래서 속옷을 판매원처럼 깔아 놓고 확인했다. 시간은 없고, 빨리 결정은 해야 하고. 우사장에게 속옷은 전투복이자 작업복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했다.

Q. 두 사람의 몸매를 대놓고 비교시킨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어떤 기분이었나. 코믹하긴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자존심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고.
이하늬 : ‘왜 없던 걸 찍으려고 하세요, 잘 지내는 여배우한테 그러시는 저의가 뭡니까?’ 뭐 그런 반응이었다. 그런데 감독님을 절대적으로 믿는 게 있다. 감독님이 아주 이상한 것을 시켜도 그렇게 했을 거다. 그 정도로 신뢰가 깊었다. 그 장면이 불편한 건 사실인데, 누구보다 감독님이 배우들의 불편함을 잘 아시는 분이고, 시키고 싶지 않을 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시키는 데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 신은 살리더라. 그리고 경쾌하고 코믹하게 푸는 데 달인이고, 배우를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너는 좋은 배우야, 너는 이미 우사장이야’ 등 끊임없는 대화와 신뢰 속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감독님하고 작업했으면 이렇게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긴 한다.

Q. 과거 영화 ‘히트’ 당시 복근 노출에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때와 지금은 좀 다른 건가.
이하늬 : 노출 수위가 아니라 당시 노출은 ‘파이터의 몸’ 이여야 했기에 부담스러웠다. 반면 우사장은 매일 헬스클럽을 가는 캐릭터가 아니다. 남자를 홀릴만한 몸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운동을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뭔가 만져보고 싶은, 현실 세계에 있을 법한 그런 몸이라고 생각했다. 우사장 같은 삶을 사는 여자가 매일 몸을 만든다는 것도 현실감이 떨어지고, 방해되는 느낌이었다. 운동하면 더 예쁘게는 나올 수 있겠지만, 그걸 원치 않았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당장 머리채 끌려가는데 노출을 신경 쓸 겨를도 했다.(웃음)
사진. 구혜정
사진. 구혜정
Q. 이하늬는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이다. 그런데 우사장 캐릭터는 그런 모습을 주다가도 이내 다른 모습으로 돌려놓지 않나. 그런 점에서 이하늬가 지닌 느낌을 한 번 뒤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 기대하는 부분이 있나.
이하늬 : 그런 기대를 많이 내려놓았다. 물론 이 작품을 통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할 시기는 지난 것 같다. 매일매일 연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대에도 서고, 일일드라마도 했던 거다. 연기했던 시간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내공 아닌 내공이 많이 쌓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 믿게 되는 것도 있었다. 좋게 봐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고.

Q. 우사장은 여러 사람한테 머리채 잡히고, 끌려다니고, 맞기도 하고. 수난을 참 많이 겪는 인물이다.
이하늬 : 정신적인 소모가 많았다. 그래서 빨리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우 생활을 오래하려면 내 실제 생활이 견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 치유가 안 되는 것처럼,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끝나고 나서도 ‘어떻게 벗어나지, 큰일 났네’ 싶었다. 다른 역할을 빨리해야 하나? 아니면 쉬어야 하나 고민이었다. 그래서 여행을 좀 길게 다녀오기도 했다. 다행히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어려우면서도 쉽게 생각하면 또 쉬운데, 나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했던 건 확실했다.

Q. 그간 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뭔가 배우로서 이 작품이 분명 이하늬에게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이하늬 : 사실 나중의 평가가 좋든 나쁘든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다. 결과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으니까. 그거에 흔들리기엔 이제 나도 나이가 있는 것 같다. 나를 엄청나게 신뢰해 주시는 감독님과 나를 배우로 바라봐주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던 행복한 놀이터 같은 공간이다. 엄청나게 스트레스받고, 정신적으로 힘들면서도 촬영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그럴 경우 도망가고 싶기 마련인데, ‘타짜’ 촬영은 한 번도 그래본 적 없다. 놀이터 같아서 항상 가고 싶고,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생각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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