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텐아시아를 통해 독점 공개된 이들의 인터뷰에는 전세계 후비안(‘닥터후’ 팬을 지칭하는 단어)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Q. 피터 카팔디에게 묻겠다. 일전에 등장을 했던 시점에 차기 닥터 후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나?
피터 카팔디: 차기 닥터가 된다는 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시리즈의 팬의 한 사람으로서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 촬영장에 갔던 날이 기억나는데, “타디스는 어딨나요?”라고 말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타디스를 만졌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게 그 타디스야’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만큼 이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러니 출연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닥터 후’가 다시 제작되었을 때 기쁜 마음으로 시청했지만 ‘닥터 후’의 스태프나 배우들과 실제적으로 같이 일해본 적도 없고 어떤 형태로든 이 시리즈에 참여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 닥터가 누가 될지 궁금해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Q. 그 동안 수많은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인데, 새로운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익숙한 사람인 셈인데, 이전 배우들의 특징이나 요소들을 통합하는 게 중요했나. 중요했다면 어떤 요소들을 지금의 캐릭터에 통합을 했나.
피터 카팔디: ‘닥터후’ 시리즈가 과거의 시리즈와 연계되는 건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다. 어렸을 때 시리즈를 보면서 과거 시리즈의 어떤 요소가 결합되면 그게 그렇게 신나고 신기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이전의 닥터들의 요소를 모방하려는 시도를 하진 않았다. 나도 5살 때부터 이 시리즈를 봐 왔으니 이 시리즈와 같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닥터들이 내 안에 있을 것이다. 내가 닥터 역할을 맡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내 연기는 윌리엄 하트넬, 패트릭 트라우턴, 존 퍼트위, 톰 베이커 등 다른 모든 닥터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로런스 올리비에와는 달리 이 배우들은 내가 늘 봐 왔고 늘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배우들이니까. 배우로서의 내 특징들은 이미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배우들이 닥터로서 지녔던 특징들을 굳이 끌고 올 필요가 없었다. 이따금씩 이전 닥터들을 떠올리게 하는 특징들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을 즐기면서 봤다.
Q. 스티븐, 제나, 이에 대해 덧붙일 말이 있다면.
스티븐 모팻: 새로운 닥터가 등장하면 새로운 닥터 역할을 하는 배우가 주도해서 이끌어가길 원하는 편이다. 이전 닥터들의 향기를 지우는 과정에서 가장 의식적으로 하는 일은 ‘맷 스미스라면 어떻게 상황을 이끌어 갔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우리가 닥터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하고자 하는 어떤 일들은 이미 그 자리에 존재한다. 우리가 이 드라마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은 주연 배우가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달렸다. 미안하지만 피터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실제로 관찰하면서 온갖 비난이나 질책 등에 대화로 응수해야 할 것이다. 목록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닥터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제가 지금껏 쌓아 올린 경력이나 망쳐왔던 경력 등과는 별개로 가능한 최대한 떨어져 생각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피터 카팔디 : 하지만 배우로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참조할 수만은 없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쓸쓸해지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기도 하니 어쩌면…
제나 콜먼 : 그런걸 의식할 시간조차 없지 않나.
피터 카팔디 : 없디.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고 잘 해나가려 하는 수밖에 없다.
제나 콜먼 : 이런 생각이 피터가 지닌 장점들이다. 그리고 용기도 있다. 그때가 생각난다. 어떤 장면을 리허설 하던 날이었다. 보통은 이 지점에서 대본을 읽을 때 닥터는 장면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춤을 춘다거나 혹은 계기판 주위를 뛰어다니고 그랬을 텐데, 피터가 초반에 자신만의 닥터를 찾아가는 시기라서 그랬는지 이렇게 말했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여기 그냥 서 있을게요.” 어떤 방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방이 자신에게 오게 하는 그런 걸 보는 느낌이었다. 보면서 그런 변화를 만들다니 피터는 매우 용기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피터는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자신에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방식으로 간 것이다.
피터 카팔디: 고마워요. 정말로.
Q. 닥터가 ‘난 너의 남자친구가 아니야’라고 말한 다음 닥터와 클라라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말해 줄 수 있나? 그리고 제나, 시즌이 바뀌어 가면서 생기는 변화가 어떤 영향을 끼치던가?
제나 콜먼 : 부조화라는 말이 올바른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재생성 장면에서 내 얼굴은 피터가 약 1,000가지 경우의 수를 시도했던 걸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변화는 놀라운 거니까. 다시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앞으로 어떻게 작용을 해 나갈지 파악하는 것과 ‘11번째 닥터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야’라고 기대할 때 다르게 반응하는 새로운 닥터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조화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제 새로운 규칙은 뭐지? 이제 어떻게 작용하는 거지? 이런 걸 묻기 시작한다. 배우가 하는 일이 그런 거지만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갈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레스토랑 장면을 좋아하는데, 그 장면은 닥터와 동료들 그리고 ‘닥터후’라는 이야기의 역사에 잘 녹아 드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닥터가 갑자기 누구도 예상치 못한, 11번째 닥터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고, 그렇게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피터 카팔디 :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제나와 내가 서로를 알아가는걸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서로를 잘 몰랐다. 닥터는 동일한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언제나 새로운 닥터니까 닥터 자신도 자신의 성격에 익숙하지 않다. 또 닥터는 클라라와 매우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닥터 스스로도 그걸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지만 확실히 그런 유대관계가 존재한다. 클라라는 닥터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제나 콜먼 : 그러려고 노력하지.
피터 카팔디 : 클라라가 닥터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면서 그를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선을 넘어갈 수는 없다. 닥터는 종종 획 돌아서버리기도 하니까. 다들 이 캐릭터가 누구고 무엇을 할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틀에 박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닥터의 흥미로운 점은 언제나 누구도 모르는 닥터의 내면이 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캐릭터지만 또 다른 모습이 늘 존재한다.. 범접할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어떤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연기할지는 알 수가 없다. 그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야말로 캐릭터를 환기시키는 방식이다. 무엇을 할지 정말로 예측할 수 없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BBC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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