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오테잎, 위너, 언체인드, 코어매거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디오테잎, 위너, 언체인드, 코어매거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디오테잎, 위너, 언체인드, 코어매거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아침을 맞이 하면서 다시 자각해, 날 깨워주는 건 네가 아닌 알람 벨, 빌어먹을 침대는 왜 이리 넓적해, 허허벌판 같은 맘에 시린 바람만 부네

위너 ‘공허해’ 中

이디오테잎 ‘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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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 팝 밴드 이디오테잎의 두 번째 정규앨범. 록페스티벌에서도, 그리고 최근 대세가 된 EDM 페스티벌에서도 이디오테잎을 만나볼 수 있다. EDM이 대세이기도 하지만, 리얼 드럼이 함께 하는 이디오테잎에게는 밴드 사운드가 줄 수 있는 특유의 활력이 존재하기 때문. 이번 여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벌어진 이디오테잎의 공연에서 관객들은 기차놀이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디스켓 모양으로 된 정규 1집 [11111101]을 통해 이 계열의 독보적인 팀으로 떠오른 이디오테잎은 새 앨범에서 한층 넓어진 사운드를 선사한다. 전 앨범이 이색적이었던 저미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록적인 면을 구현한 것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80년대 신스팝이 주는 청량감에 보다 감성적인 접근이 귀를 잡아끈다. 특히 수록곡 ‘몬(Morn)’의 후반부에서 반전을 이루는 드라마틱한 전개는 필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소포모어 징크스는커녕 더 넓어진 이디오테잎의 세상.

위너 ‘2014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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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의 9년만의 신인그룹 위너의 데뷔앨범. 여러모로 허를 찌른 앨범이다. EP도 아닌 정규앨범 규모에 YG의 색이라 할 수 있는 힙합 성향도 적고, 엑소 이후 아이돌그룹 시장에서 매우 중요해진 퍼포먼스를 앞세우지도 않았다. 거기에 10곡 전곡에 멤버들이 작사 작곡으로 참여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최근 아이돌그룹의 행보에 반하는 것들이지만, 이는 음원차트 장악으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위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대세 보이그룹이 됐다. 음악적으로 보면 YG의 음악적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테디의 참여가 단 한 곡(‘걔 세’)에만 참여한 것이 특기할 만한 사항. 이로써 위너는 힙합의 색을 덜고 ‘공허해’ ‘컬러링’ 등 감성을 자극하는 곡들을 선보이게 됐다. 감성적인 트랙들 사이로 ‘걔 세’와 같은 힙합, 청량한 신스 사운드의 ‘척’, 브루노 마스를 연상케 하는 레게리듬의 ‘끼부리지마’, EDM 풍의 ‘스마일 어게인’이 밸런스를 잡아준다. 위너의 신선한 노선이 앞으로 보이그룹 트렌드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언체인드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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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언체인드의 첫 정규앨범. 함진우(드럼), 김광일(보컬, 기타), 김지근(기타), 정세웅(베이스)으로 이루어진 언체인드는 10년 넘게 부산 록계를 지켜온 엄연한 중견 밴드다. 이들을 처음 본 것은 지난 5월 열린 노이즈가든의 리마스터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었다. 당시 언체인드는 노이즈가든의 곡을 메들리로 연주했다. 언체인드와 노이즈가든의 공통점이라면 클래식 록의 품격과 90년대 그런지 록의 질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앨범의 첫 곡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을 들었을 때는 스톤 템플 파일럿츠와 같은 강렬한 매력이 느껴지기도 같다. 이외에 90년대 펄 잼, 사운드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너바나 빼고)와 같은 시애틀의 거물 밴드를 좋아한 이들이라면 언체인드의 음악을 듣고 당시의 추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시’가 90년데 바쳐진 그러한 앨범은 아니다. 이들이 주는 사운드의 포만감, 가슴을 강타하는 펀치들은 충분히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90년대 그런지 록에 대한 추억’이라기보다는 ‘부산 록의 재발견’이라는 키워드가 지금으로서는 더 유의미할 것 같다.

코어매거진 ‘Rude Banq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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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매거진의 정규 1집. 코어매거진은 사연이 많은 밴드다. (사연이 궁금한 이들은 텐아시아 ‘골든 인디 컬렉션’ 코어매거진 편을 참고하시라) 1999년에 결성돼 서태지 투어에 함께 하며 눈길을 끌었지만, 멤버 군 입대로 활동을 중지했다가 재작년 재결성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태지와 함께 할 당시 코어매거진은 헤비한 사운드를 들려줬다고 한다. 재결성한 코어매거진은 신디사이저가 강조된 댄서블한 신스 록을 들려준다. 이후 코어매거진은 2012년 ‘헬로루키’ 연말결선에서 대상을 받는 등 성공적인 컴백을 알렸다. 결성은 일렀지만, 데뷔 앨범은 재작년에 내놓은 ‘핍(Peep)’이었다. 그리고 결성 15년차에 내놓은 첫 정규앨범인 ‘루드 뱅큇(Rude Banquet)’에는 신스팝과 록이 혼합된 사운드가 담겼다. 악기의 소리를 고집하기보다는 전자음악의 청량한 질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슈퍼키드 ‘S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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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키드가 소속사에서 독립한 후 내놓는 첫 앨범으로 여섯 곡이 담겼다. 이제 슈퍼키드는 어느덧 10년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펑크록을 바탕으로 흥겨운 음악을 들려준 원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쇼바이벌’에 나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최근 허첵(보컬), 징고(기타), 헤비포터(베이스) 3인조로 멤버를 재편한 슈퍼키드는 이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때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번 앨범 ‘세코(SECO)’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담겼다. 인트로를 비롯해 ‘세코’ ‘젊은 태양’에서 보여주는 시끌벅적함은 기존의 슈퍼키드 색에서 이어진다. 그 외에 ‘러브 매직(Love Magic)’은 펑키한 R&B 성향이 느껴지는 의외의 곡. 신선한 슈퍼키드를 볼 수 있는 점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 밴드 사운드가 약해진 점은 조금 아쉽다. ‘아임 낫 어 록스타(I’m Not A Rockstar)’는 이들의 자전적인 곡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허첵을 디스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고.

엑시트 ‘이어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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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조 아카펠라 그룹 엑시트의 첫 EP 앨범. 개인적인 기억으로 국내에서 처음 접한 아카펠라 팀은 90년대의 ‘인공위성’과 같이 보컬 하모니를 중시한 팀이었다. 요새는 리얼 그룹, 그리고 최근 내한했던 펜타토닉스와 같이 목소리로 악기 소리까지 거의 똑같이 재현해내는 아카펠라 팀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엑시트 역시 멤버들이 기타, 베이스, 드럼 등의 악기 소리를 목소리로 소화한다. 유튜브에서 엑시트가 유재하부터 걸스데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아카펠라로 노래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엑시트는 UCC 영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2014 광주 아시아 아카펠라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초청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여섯 곡의 자작곡이 수록된 앨범에서는 아카펠라 본연의 매력, 그리고 밴드 사운드를 입으로 재현한 곡들을 들어볼 수 있다.

정영호 ‘Beautiful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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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방송에서 주최하는 기타 경연대회 ‘기타킹’ 1회 우승자 정영호의 첫 앨범으로 솔로기타 자작곡 14곡이 담겼다. 개인적으로 기타 애호가이고, 기타 앨범 리뷰를 자주 써서 그런지 분에 넘치게 ‘기타킹’ 심사위원을 맡아오고 있는데, 매번 경연에 임하는 연주자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순수한 기타 사랑이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이 앨범 ‘뷰티풀 씽즈(Beautiful Things)’ 역시 통기타 본연의 따스한 톤이 잘 살아있다. 요새는 코타로 오시오, 앤디 맥키와 같은 하이 테크니컬 핑거 스타일 기타를 구사하는 지원자들이 대부분인데, 정영호는 테크닉을 앞세우기보다는 곡의 완성도와 더불어 기타라는 악기가 가진 본질적인 매력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앨범 속지를 보면 각각의 곡을 만들게 된 뒷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이 이야기들이 곡의 이미지와 잘 들어맞는 것이 인상적이다. 악기라는 것이 본래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도구라고 한다면, 정영호는 그것에 매우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이 앨범을 듣고 감동한 어린이들이 기타를 잡게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베이스먼트 잭스 ‘Ju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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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 하우스 계열의 거물인 영국의 듀오 베이스먼트 잭스의 정규 7집. 펠릭스 벅스톤과 사이먼 래트클리프가 만난 것이 1994년이니 벌써 결성 20년차가 된 셈이다. 베이스먼트 잭스는 국내 페스티벌 출연진이며, 이들의 곡 ‘핫 앤 콜드(Hot ‘n Cold)’가 국내에는 휴대전화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베이스먼트 잭스의 멤버 펠릭스 벅스톤은 여자친구가 한국인이어서 그런지 한국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여자친구는 새 앨범에 수록된 ‘하우스 신(House Scene)’에 보컬로 참여했으며 이번 신곡 뮤직비디오에는 한국인 영화감독 이권이 연출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장르적인 특성에 몰두하기보다는 세계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글로벌한 성향을 들어내려 했다고 한다. 때문에 기존 앨범에 비해서는 팝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앨범 제목 ‘훈토(Junto)’처럼 스페인어로 ‘함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베이스먼트 잭스는 신작을 통해 모든 인류가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물론 메시지를 몰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곡들이 담겼지만 말이다.

빈스 과랄디 트리오 ‘A Boy Named Charlie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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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브라운과 빈스 과랄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최고의 재즈 크리스마스 앨범으로 꼽히는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A Charlie Brown Christmas)’을 포함한 애니메이션 ‘피너츠’의 OST 작업을 빈스 과랄디 트리오가 함께 해왔다. ‘어 보이 네임드 찰리 브라운(A Boy Named Charlie Brown)’은 1969년에 동명의 애니메이션 OST로 나온 앨범으로 ‘피너츠’의 TV 방영 50주년을 기념해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 발매됐다. 피아니스트 빈스 과랄디의 연주는 재즈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친근한 멜로디를 들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라이너스 앤 루시(Linus And Lucy)’가 대표적인 곡으로 이 곡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찰리 브라운이 떠오를 정도다. 어쩌면 재즈 초심자, 그리도 우리 아이들에게 재즈의 맛을 알려줄 수 있는 콘텐츠가 바로 빈스 과랄디 트리오가 아닐까 한다. 얼굴만 봐도 웃음을 짓게 하는 찰리 브라운의 표정과 같은 음악이다.

O.S.T. 안녕, 헤이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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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 헤이즐’을 본 지인들로부터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가슴을 따스하게 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는데, 요새 이런 영화를 볼 기분은 아니지만 OST에 담긴 음악들은 조합이 상당히 좋다. 에드 시런, 버디, 톰 오델, 리케 리, 제이크 버그, 찰리 XCX 등 최근 촉망받는 젊은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했다. 어쩌면 이 시대의 청춘을 그린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라인업이 아닐까 한다. 기존의 OST들이 구곡을 주로 싣는 것과 달리 이번 작업은 각 아티스트들에게 영화에 어울리는 곡을 의뢰했다고 한다. 구곡도 섞여 있지만, 신곡들 위주로 담기면서 덕분에 영화에 어울리는 곡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에드 시런, 버디와 같이 비교적 잘 알려진 아티스트들의 곡도 좋지만, 엔딩 크레디트에 쓰인 리케 리의 ‘노 원 에버 러브드(No One Ever Loved)’가 특히 귓가에 남는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해도 최근의 팝 트렌드가 궁금한 이들이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최규성 문화평론가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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