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00만 명의 관객이 ‘명량’을 봤다. 개봉 12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는 ‘괴물’이 보유하고 있던 최단 기간 1,000만 돌파 기록(21일)을 열흘이나 단축시킨 괴물 같은 기록이기도 하다. 재관람률이 높고, 전 세대의 고른 지지를 받는 만큼 역대 흥행 1위인 ‘아바타’(1,362만 명)도 무난하게 넘어설 것이란 의견이 많다. ‘명량’의 적은 이제 ‘명량’ 밖에 없어 보이는 상황. ‘명량’이 이토록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는 요인은 무엇일까? ‘명량’ 신드롬을 바라보는 영화인들의 반응을 모아봤다.

명량
명량
자고 일어나면 신기록이다. 이것은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라는 의미다. 기획과 전략이 좋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품성에 대해 수준이 떨어진다고 평론가들이 평가할 수는 있지만, 기획과 전략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의 차별화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순신은 굉장히 강한 인물로 그려졌다. 하지만 ‘명량’은 반대다. 오히려 백성들이 위기의 이순신을 구해야 한다는 쪽으로 중반 이후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것이 흥행에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고 말하는 리더를 지키고 싶은 마음, 그 마음들이 영화의 감동을 증폭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감한 문제이긴 한데, 그것이 ‘세월호를 구해야 한다’는 것과 비슷할 느낌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런 마음들이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더 응원하면서 보게 하는 것 같다.
(전종혁 영화평론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의 이야기라는 점이 가장 큰 돌풍의 이유인 것 같다. 관객과의 소통이나 교감에 있어서 여타의 영화에 비해 강력한 힘을 지닌 것도 크다. 그런 느낌을 배우들 무대인사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낀다. 아무리 무대인사라고 해도 관객 분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일은 드문데, ‘명량’의 경우 나이 지긋한 분들도 일어나서 박수를 쳐 주신다. 뭔가 파이팅 하는 기분이랄까. 백성들이 명량해전을 지켜보는 구도로 이뤄진 영화 속 상황처럼, 실제 관객 분들도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느낌이다. 영화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이 잘 되길 염원하는 마음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울컥하는 여운을 주는 것 같다.
(영화 홍보사 ‘퍼스트룩’ 이윤정 대표)

‘명량’의 경우 스크린 독과점이라고 단편적으로 비판할 수 없다. 이 영화의 첫 주 좌석점율이 80%가 넘었다. 이것은 조조와 심야상영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차가 매진이라는 의미다. 일반 관객은 물론, 좌석이 한정돼 있는 장애우들도 영화를 보지 못해서 난리다. 이 상황에서 누가 극장에 항의하겠나. 결국은 관객이다. 일부에서는 ‘명량’의 흥행이 관을 많이 잡아서라고 말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런 논리로 따지면 CJ가 배급한 ‘우는 남자’는 왜 60만 밖에 동원하지 못했겠나. 콘텐츠가 받쳐주지 않아서 그랬던 것 아닌가.
(A 영화제작사 A 대표)

작품성과는 별개로, 상업적인 부분에서는 영리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일단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는 대중들의 바람이 시국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분출된 면이 없지 않다.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라는 점도 주효했다. ‘12척 대 330척’이라는 구도가 어떻게 보면 현재 우리와 일본의 상황과 상징적으로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일본에 비해 국제적으로 약세에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 게 아닌가 싶다. 50대 이상 남성관객들의 엉덩이가 가장 무거운데, ‘명량’은 50대들이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변호인’의 노무현과는 다르게 이순신은 정치적으로 호불호가 나뉘는 인물도 아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좋아하는 인물이라는 점에 50대 이상 남성 관객들의 호응이 더해져서 관객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 같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명량’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꼭 봐야 하는 ‘머스트 씨’로 자리매김한 분위기다. 사실 특정 연령층만 관람해서는 영화가 크게 흥행하기가 어렵다. ‘명량’의 경우 40대의 예매율이 20-30대보다 더 높다. 40대 부모님이 10대 자녀를 데리고 와서 영화를 본다는 의미다. 예매율도 보면 알겠지만, 신작영화 ‘해적’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명량’의 2주차 예매율이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객석점유율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지난 주말 객석점유율이 87-88%였다. 거의 만석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현장에 나가보면 “보고 싶은데 못 본다”는 요청이 많다. 스크린을 늘려달라는 요청도 있다. 잘했나 못했나를 떠나서 지금 너무나 많은 관객들이 찾으시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
(CGV 조성진 팀장)

일단은 부럽다.(웃음) 지금까지 1,000만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스코어를 기록한 영화들을 돌아보면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없다. 결국 천만이라는 숫자는 영화 자체의 힘을 넘어 사회적 분위기와 신드롬이 만들어내는 스코어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이런 의외성이 역동적인 영화산업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B 배급사 홍보팀 B)

불멸의 이순신!① 1000만 돌파 ‘명량’이 갈아치운 신기록 일지, 보러가기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제공.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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