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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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전만큼이나 흥미롭다. 쇼박스 CJ 롯데 NEW가 준비한 ‘군도’ ‘명량’ ‘해적’ ‘해무’가 한주 간격을 두고 차례로 출격한다. 다들 ‘억’소리가 난다. ‘군도’가 165억원의 위용을 과시하는 가운데, 170억원 규모의 ‘명량’, 130억원대의 ‘해적’ 100억원의 ‘해무’ 등 다들 규모로 보나 물량으로 보나 흥행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얼핏, 극장 체인을 보유한 ‘명량’(CGV)과 ‘해적’(롯데시네마)이 유리해 보이나, ‘군도’와 ‘해무’의 자신감이 만만치 않다. 결국 극장들은 관객들의 반응이 좋은 작품을 극장에 걸려고 할 것이다. 본격적인 전쟁을 앞두고, 이들의 전력을 비교해 봤다.

#라운드1
하정우 강동원 vs 최민식 류승룡 vs 김남길 손예진 vs 김윤석 박유천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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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눈이 호강한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생크림 같은 ‘상남자’ 하정우와 신의 실수로 빚어진 빛나는 비주얼의 강동원의 만남이다. 상반된 두 남자의 매력을 확인하기 위해 오늘 내일 하는 할머니도 두 손 불끈 쥐고 일어나 극장으로 달려갈 기세다. 눈길이 가는 것은 하정우의 민머리와 강동원의 차가운 눈빛. 일단 군도의 에이스 도치로 분한 하정우. 조춘 이래 이토록 강렬한 대머리는 본 적이 없다. 삭발투혼까지 감행한 하정우는 쌍칼을 들고 선 굵은 매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외모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인 강동원은 악역을 입었다.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 탄생할 것이 자명하다.

명량: 이순신. 김명민이 ‘불멸의 이순신’에서 너무나도 훌륭하게 소화해낸 탓(?)에 웬만한 배우들이 다시 뛰어들기 힘든 인물이다. 하지만, 최민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국보급 배우다. 그간 최민식은 “연기자는 무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왔다. 그에게 연기란 어떤 영혼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일인 셈. 이순신으로 빙의되는 최민식은 상상만 해도 탄성이 절로 난다. 왜군 장수 구루지마로 분한 류승룡도 빼놓을 수 없다. 믿고 본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해적: ‘열애설 난 사이’, 스캔들까지 터뜨리며 남다른 ‘케미’를 자랑한 김남길과 손예진이다. 김남길은 조선의 옥새를 삼켜버린 귀신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내려온 산적 장사정을, 손예진은 여자 해적 여월을 맡았다. 나쁜 남자의 매력을 흩뿌려온 김남길의 코믹 연기 도전, 청순미의 대명사로 꼽히던 손예진의 여걸로의 변신이 관전 포인트다.

해무: 김윤석이 선보여 온 ‘남남케미’는 이미 유명하다. ‘추격자’ 하정우, ‘완득이’ 유아인, ‘화이’ 여진구 등이 선배 김윤석과의 호흡을 통해 보다 빛나는 필모를 만들었다. ‘해무’에서 김윤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행운아는 그룹 JYJ의 박유천이다. 드라마에서는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박유천에게 첫 영화 ‘해무’는 중요하다. 일단, 파트너가 김윤석이라는 점에서 시작이 좋다.

# 라운드2
나홀로 육지라면 vs 나홀로 위인’ vs 나홀로 남녀커플’ vs 나홀로 현대극
바다육지지
바다육지지


군도: ‘배멀미’에 취약한 관객이라면 ‘군도’가 안성맞춤이다. 네 작품 중 유일하게 바다가 아닌, 땅을 선택했다. ‘군도’는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 힘없는 백성의 편이 돼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적 떼 군도의 이야기를 그린다. 역대 성공한 사극들은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며 현 시대에 유효한 정치적 메시지들을 담아왔다. 사극 속 주인공은 지도자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투영하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 문제로 정국이 하수상한 요즘, 도치를 통해 영화는 리더의 자격을 묻지 않을까 싶다.

명량: “적에게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 이순신은 조선의 히어로다. 영화는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이순신의 명량대첩을 스크린 위에 옮겼다. 제작진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당시 이순신이 발휘했던 전술과 전략을 세세하게 살려냈다. 드라마 ‘정도전’을 통해 정통사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명량’이 역사적 현상을 어떻게 구현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적: 남자 배우가 대세인 올 여름 스크린 전쟁에서, 홍일점 손예진이 그나마 여배우의 자존심을 지킨다. 걸그룹 ‘에프엑스’의 설리가 손예진을 보좌하니, 전국 오빠/아저씨 팬들로서는 희소식이다. ‘해적’은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의 격전을 담았다. 김남길과 손예진이 각각 산적과 해적의 두목으로 분해, 적과의 동침을 그려낸다. 드라마 ‘상어’에서 못 이룬 사랑을 ‘해적’에서 완성할 수 있을까.

해무: 특정 장르가 성공하면 우르르 따라가는 게 요즘 충무로의 모습이다. ‘해무’는 올 여름 대작 4편 중 유일한 현대물. 사극에 피로감을 느낄 관객들로서는 반가운 영화다. 영화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왕의 남자’ ‘살인의 추억’ 등의 원작을 배출한 극단 연우무대의 창립 30주년 기념작이었다는 점에 주목. 제작 전부터 “시나리오가 정말 좋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 라운드3
윤종빈 vs 김한민 vs 이석훈+천성일 vs 봉준호+심상보
감독대결
감독대결


군도: ‘용서받지 못한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윤종빈 감독의 작품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든든한 파트너 하정우가 있다. 바늘과 실이 따로 없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너무나 잘 아는 두 사람인만큼,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누르며 ‘군도’를 만들었을 터다. 참고로 윤종빈 감독은 ‘범죄와의 전쟁’ 이후 ‘월광’(月光)이라는 제작사를 차렸다. ‘군도’는 ‘월광’의 창립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모인다.

명량: 2011년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는 단연 ‘최종병기 활’이었다. ‘고지전’ ‘퀵’ ‘7광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최종병기 활’은 전국 747만 명의 심장에 과녁을 꽂으며 그 해 여름 극장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당시 영화가 선사한 쾌감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명량’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영화다. 김한민 감독과 류승룡이 ‘최종병기 활’에 이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영화는, 최민식이라는 또 하나의 강력한 병기를 장착해 관객을 유혹한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도 대첩을 배경으로 한 ‘한산’, 노량해전을 담은 ‘노량’까지 3부작을 만들 계획이다.

해적: 감독 파워가 가장 낮다고? 혼자가 아니다. ‘추노’를 집필한 천성일 작가도 승선했다. 천성일 작가의 필력과 ‘댄싱퀸’을 통해 대중이 원하는 웃음을 주조해 낸 이석훈 감독의 연출력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두고 볼 일이다. 네 작품 중 유일한 코믹극인 영화는 등급(12세관람가)에서도 가장 유리한 자리는 선점했다. 가족영화라는 점은 흥행에 있어 굉장히 큰 장점이다.

해무: 봉준호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은 어머 어마하다. ‘살인의 추억’ 각본을 쓴 심성보 감독의 재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눈길이 가는 것은 제작자로 나선 봉준호다. 봉준호.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네 작품 중 유일하게 19금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 유천을 사랑하는 청소년 팬들은 어쩌나.

# 라운드4
어벤져스’ vs ‘난중일기’ vs ‘캐리비안의 해적’ vs ‘타이타닉
무제-3 복사
무제-3 복사
군도: ‘군도’(群盜) 무리를 지어 다니는 도둑이라는 의미다. 그냥 도둑이 아니라, 의적이다. 농담 많이 보태서 세계평화는 ‘어벤져스’에, 조선의 평화는 ‘군도’에게를 외치고 싶어진다. 도둑들의 면면이 흥미롭다. 조진웅, 김성균, 마동석 등 개성파 배우들 대거 출연, 하정우 아래 헤쳐 모였다.

명량: 영화를 위해 김한민 감독은 수십 종의 ‘난중일기’ 완역본을 비교 해석해 읽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난중일기’를 완독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역사가 궁금하다면, 제작진이 설민석 한국사 강사와 손잡고 준비한 ‘명량대첩 완전정복’을 보는 것도 방법. 마케팅에 있어서는 ‘명량’이 단연 눈에 띈다.

해적: 제작단계에서부터 한국판 ‘캐리비안 해적’이라고 불렸다. 이석훈 감독은 “바다와 해적이라는 컨셉이 같을 뿐”이라며 두 영화의 비교에 선을 그었지만, 여주인공 손예진이 “우리 영화와 가장 흡사한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하는 키아라 나아틀리를 연기하는데 참고했다”고 말함으로써 감독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한국형 해양어드벤처영화의 새장을 열어젖힐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해무: 한국판 ‘타이타닉?’ 억지로 갖다 붙인 게 아니다. 배급사 NEW가 직접 ‘해무’를 지칭하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타이타닉’은 단순 멜로물이 아니었다. ‘타이타닉’ 안에는 인간의 욕망과 양심, 본성이 충돌했었다. ‘해무’는 그러한 부분을 조금 더 깊게 파고든다. 물론 ‘타이타닉’의 그 유명한 뱃머리 포옹씬을 박유천과 조선족 처녀 홍매로 분한 한예리에게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타이타닉’ 못지않은 안타까운 남녀의 사랑이 펼쳐진다고 하니, 뜨거운 여름바다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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