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만 9,740명.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의 현황이다. 지난 2일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2014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사상 처음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 인구가 150만 명을 돌파했다. 대전(153만 2,811명)과 광주(147만 2,910명) 인구보다도 더 많다. 실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변화해나감에 따라 국내 외국인들의 활동 영역은 전 방위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방송가의 경우에는 그 추이가 뚜렷하다. 지난 7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에는 무려 11명의 국적이 다른 외국인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인식과 이미지에 기반을 두기에 역설적으로 가장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방송가에 외국인 방송인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로버트 할리와 이참, 이다도시가 활동할 때와는 느낌이 완전히 다름은 물론이다.

텐아시아에서는 ‘외국인 방송인 전성시대’를 연 이들부터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외국인들의 계보를 살펴봤다. 외국인 방송인의 역사, 생각보다 유래가 깊다.



외국인 방송인 계보도
외국인 방송인 계보도


1990년대 말, 하일·이참·이다도시 외국인 방송인 시대를 열다


태초에 로버트 할리(하일), 베른하라트 크반트(이참), 이다도시가 있었다. 90년대만 하더라도 브라운관에서 외국인 방송인을 볼 기회는 흔치 않았다. 이때 방송가에 혜성같이 등장한 세 사람은 외국인 방송인의 한국 활동 신호탄을 쐈다.

특히 할리는 외국인 방송인 중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안녕하세예? 할린데예!”라는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이목을 끈 그는 다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입담을 뽐냈고 귀화한 뒤 부산 하 씨의 시조가 된다. 또 그는 ‘할리는 가정부, 하니는 왕비라예’, ‘영어로 쓴 채근담’ 등 역저를 남기고 “한 뚝배기 하실라예?”라는 익숙한 카피의 광고를 찍는 등 인상 깊은 활동을 펼쳤다.

이참과 이다도시도 이에 못지않다. 이참은 드라마 ‘천국의 계단’, ‘러스스토리 인 하버드’, ‘제5공화국’ 등 작품에 출연한 뒤 공기업에 몸을 담았다. 아름다운 외모와 “울랄라!” 등의 유행어로 유명세를 탄 이다도시도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교수직과 강연자로 활동하며 제2의 인생을 사는 중이다.

2000년대 초, ‘미수다’의 인기와 외국인 연기자의 활약

선조의 활약상에 힘입은 후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앞서 하일, 이참, 이다도시를 통해 재미를 본 방송가도 외국인 방송인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KBS2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가 그 대표격이다. ‘미수다’는 국내 거주 외국인 여성들과 함께 앙케트와 토크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지금은 고정 포맷화된 ‘외국인 집단 떼 토크’의 효시가 됐다.

당시 ‘미수다’는 신선한 포맷과 출연자의 각양각색 매력에 힘입어 다수 스타를 배출해냈다. 일본의 사가와 준코, 후지타 사유리, 중국의 손요, 은동령, 우즈베키스탄의 자밀라 압둘레바, 구잘 사이다흐마도브나 투르수노바, 이탈리아의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 영국의 에바 사치코 포피엘, 핀란드의 따루 살미넨, 러시아의 라리사, 파라과이 아비가일 아이노암 알데레테 칸시안 등 출연자가 방송 이후 스타덤에 올랐다. 현재 사유리와 아비가일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 일부 외국인 방송인들은 예능이 아닌 드라마, 영화 등에 도전하며 연기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종격투기 선수 데니스 강의 동생으로 이름을 알린 줄리엔 강과 데니스 오, 다니엘 헤니 등이 대표격.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신고식을 치른 줄리엔 강은 이후 드라마 ‘스타의 연인’, ‘드림’, ‘지붕 뚫고 하이킥’을 거치며 연기자로 자리 잡았고, 이후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우리동네 예체능’를 통해 인지도를 다졌다.

이국적인 외모로 눈길을 끈 데니스 오는 다수 CF 출연 뒤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 ‘마녀유희’, ‘에덴의 동쪽’을 통해, 다니엘 헤니는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 ‘내 이름은 김삼순’, ‘봄의 왈츠’, 영화 ‘Mr. 로빈 꼬시기’, ‘마이 파더’ 등 작품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2010년 이후, 샘 해밍턴·파비앙·샘 오취리, 그리고 ‘비정상회담’

외국인 방송인의 방송 출연이 일반화됨에 따라 이들이 프로그램의 주역으로 서는 일도 잦아졌다. KBS2 ‘개그콘서트’의 조연으로 얼굴을 알린 샘 해밍턴은 특유의 입담과 친근한 외모로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주연 자리를 꿰차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이라는 수식을 얻은 그는 JTBC ‘마녀사냥’, tvN ‘섬마을 쌤’ 등 예능에서 활약했다.

샘 해밍턴의 바통은 ‘프랑스 청년’ 파비앙과 ‘가나 유학생’ 샘 오취리가 이어받았다. 2000년대 중엽 연기자로 먼저 데뷔한 파비앙은 지난해 MBC ‘나 혼자 산다’에 합류하며 대세로 부상했다. 잘생긴 외모에 한결같은 ‘한국사랑’을 보인 그의 진심은 대중에게 통했다. 이후 오는 11일 방송되는 KBS2 금요드라마 ‘하이스쿨: 러브온’에도 캐스팅되며 순항 중이다. 샘 오취리도 차세대 외국인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tvN ‘섬마을 쌤’에서 김을 좋아하는 마음 여린 가나 청년으로 등장했던 샘 오취리는 JTBC 새 예능 ‘비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23일 방송될 tvN ‘황금거탑’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지난 7일 첫 전파를 탄 ‘비정상회담’도 외국인 방송인의 요람이 될 전망이다. ‘비정상회담’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바로 G11로 출연한 세계 각국 출신의 외국인 11명. ‘비정상회담’에는 샘 오취리(가나), 기욤 패트리(캐나다), 에네스 카야(터키), 타일러 라쉬(미국), 줄리안(벨기에),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 제임스 후퍼(영국), 테라다 타쿠야(일본), 로빈(프랑스), 다니엘(호주), 장위안(중국) 등 11명의 외국인이 출연했다. 이들 중 누가 차기 대세의 자리를 거머쥘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글, 편집.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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