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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에서는 매주 10장의 앨범을 선정해 ‘요주의 10음반’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싣고 있다. 지난 1월 6일부터 6월 29일까지 총 18번의 기사를 통해 상반기에만 180장의 앨범을 소개했다. 그 중 결산과 함께 10장의 팝 음반을 골라봤다.

마이클 잭슨 ‘X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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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데, 요새 마이클 잭슨의 ‘러브 네버 펠트 소 굿(Love Never Felt So Good)’을 무한 반복해서 듣고 있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마이클 잭슨이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커다란 감동이 밀려왔다. 이것은 전성기의 마이클 잭슨, 그러니까 그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목소리였다. 과거의 향취를 머금고 있는 이 곡은 오히려 최근에 나온 음악들보다 더 설득력이 있고, 우리가 잊고 지내던 음악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만 같았다. ‘엑스케이프(Xscape)’에 수록된 8곡은 1983년부터 1999년 사이에 녹음된 곡들로 팀발랜드를 비롯한 프로듀서들은 원곡이 지닌 매력을 최대한 살려냈다고 한다. 사후 1년 만에 나왔던 ‘마이클(Michael)’의 경우 화제성에 비해 음악적 평가가 가히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팬들이나 평단이 모두 반기는 추세다. 이는 사후 5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곡들을 찾고 편곡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곡이 ‘인빈시블(Invincible)’과 가까운 시절에 녹음돼 그 당시 스타일이 특히 두드러지기도 한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는 격의 앨범.

잭 화이트 ‘Lazar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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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화이트의 음악은 확실히 화이트 스트라입스를 뒤로 하고 솔로로 나서면서 훨씬 깊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블루스, 포크 등의 루츠음악들, 즉 과거의 음악들을 재현한다고 해서 깊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잭 화이트는 분명히 팝음악의 원류인 과거의 유물과 같은 루츠음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이는 존 메이어가 최근 컨트리에 경도된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잭 화이트와 비슷한 길을 가는 팀은 블랙 키스(The Black Keys) 정도가 있을까?(둘의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이 재밌다) 전작인 솔로 1집 ‘블런더버스(Blunderbuss)’에서 클래식 록의 전형을 들려준 잭 화이트는 2집 ‘라자레토(Lazaretto)’에서는 록의 뿌리들을 이리저리 난도질해 이어붙인 듯한 변종의 음악을 선사한다. 전작이 그저 예스러움에 충실했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표독스러운 기타 연주는 각각의 노래에 막강한 에너지를 실어주고 있다.(노래 실력은 점점 늘어 가끔 로버트 플랜트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미 그랬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잭 화이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록 뮤지션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이다.

퍼렐 윌리엄스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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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렐 윌리엄스가 8년 만에 발표하는 솔로 2집. 지금 퍼렐은 1인자의 길을 걷고 있다. 퍼렐처럼 프로듀서의 직함을 가진 이가 음악과 패션 등 팝 컬쳐의 아이콘으로 자리했던 적이 또 있었나? 90년대의 1인자 베이비페이스와 같은 이들의 영향력은 어디까지나 음악 안에 있었다. 하지만 퍼렐은 다르다. ‘걸’이 나오기 전까지 세 개의 곡이 기대감을 최고조로 올렸다. 퍼렐이 피쳐링한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와 다프트 펑크의 ‘겟 럭키(Get Lucky)’, 그리고 퍼렐 자신의 곡 ‘해피(Happy)’가 그것이다. 신보에서 퍼렐은 모든 범위에서의 여자들에 관한 경의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많았다고. 자세히 말하자면 여자들의 눈, 입술, 몸매, 곡선들에 대한 감탄에서 이번 앨범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런데 보통 대부분의 음악이 여기서 시작하지 않나? 퍼렐의 엉큼함은 물론 멋진 음악으로 귀결됐다. 기존에 퍼렐이 해온 트렌디하고 미니멀한 R&B들에 비해 고전적인 맛이 훨씬 더 배어나온다. 작 퍼렐의 첫 빌보드 넘버원 곡인 ‘해피’는 수십 번을 연속으로 들어도 질리지 않는 곡. 저스틴 팀버레이크, 다프트 펑크, 마일리 사이러스, 앨리샤 키스 등 스타들이 게스트로 참여했는데, 그럼에도 앨범을 지배하는 것은 퍼렐의 ‘쿨’한 그루브.

블랙 키스 ‘Turn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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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키스의 정규 8집. 블랙 키스는 최근 앨범들이 모두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를 정도로 평단의 극찬을 얻고 있다. 이제 록 마니아라면 ‘닥치고 들어야 할’ 밴드가 된 것 같다. 지난 앨범인 ‘엘 카미노(El Camino)’(텍사스 오스틴에 가니 ‘엘 카미노’라는 술집이 있더라)는 3개의 그래미상을 거머쥐었으며 미국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댄 아우어바흐(기타, 보컬), 패트릭 카니(드럼) 2인조인 블랙 키스는 크림, 레드 제플린과 같은 올드 록의 향취를 지니면서도 트렌디한 사운드를 놓치지 않는다. 올드 록도 시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까? 이번 앨범에도 오랜 파트너인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가 참여했다. 지난 작에 이어 리얼 악기로 촘촘하게 다진 바탕에 적당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섞여 매우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준다. 특유의 안개가 뿌옇게 낀 듯한 사운드도 그대로. ‘피버(Fever)’와 같은 곡을 보면 이펙팅이 꽤 걸린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블랙 키스의 ‘황토색’ 사운드는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앨범재킷은 역대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듯.

샘 스미스 ‘In The Lonely 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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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남성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의 데뷔앨범. 샘 스미스는 앨범 발매 전부터 공연 활동으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다. BBC선정 “2014년 올해의 사운드”, 2014년 브릿 어워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했으며, 앨범 발매 후에는 ‘가디언’ ‘빌보드’ ‘피치포크’ 등 다른 성향의 매체에서 일관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샘 스미스는 2012년 디스클로저의 곡 ‘랫치(Latch)’에 보컬로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기존의 피처링 곡이나 싱글에서는 R&B 풍의 보컬을 들려줬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데뷔앨범 ‘인 더 론니 아워(In The Lonely Hour)’는 단순히 하나의 장르로 묶이지 않는다. 고풍스러운 느낌부터 트렌디한 팝까지 아우르고 있는 이 앨범(‘Good Thing’ 단 한곡만 들어봐도 이 앨범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은 샘 스미스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샘 스미스는 남성 보컬의 음악을 거의 듣지 않고 여성 디바들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노래 연습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스미스의 노래에서는 마치 카스트라토와 같은 치명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라나 델 레이 ‘Ultravio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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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델 레이는 현재 팝 신에서 가장 섹시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단순히 벗어재껴서 야하다는 것이 아니다. 라나 델 레이는 눈빛과 목소리의 떨림만으로 상대방의 체온을 급상승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게 안 되는 이들이 옷을 벗는 것이겠지. 오해하지 말길. 팜므파탈적인 매력은 라나 델 레이 음악에 있어서 향신료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까. 2012년에 데뷔한 라나 델 레이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마치 케이트 부쉬와 같은 불길한 매력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점점 들을수록 라나 델 레이는 나름의 깊이 있고 몽환적인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새 앨범에는 블랙 키스의 댄 아우어바흐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몇몇 곡에서는 록 성향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기존의 라나 델 레이의 색을 헤치거나 하지 않는다. 팝 컬럼니스트 성문영은 앨범 속지에서 “오히려 이 앨범에서야말로 라나 델 레이에 대해 늘 언급되던 시네마틱 사운드를 제대로 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외 수록곡 전부에서 록의 옷을 희한하게 껴입은 60년대 필 스펙터의 월 오브 사운드 향취를 느낄 수 있고, 이는 전성기 데이빗 린치 감독 영화의 사운드트랙만큼이나 위험하고 퇴폐적이며 초현실적인 감각을 새삼스레 일깨운다”고 설명하고 있다.

비욘세 ‘Bey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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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비욘세의 시대에 살고 있다. 비욘세의 새 앨범은 14개의 곡, 17개의 뮤직비디오로 구성돼있다. 즉, 곡보다 뮤직비디오가 더 많은 것이다. 이는 ‘나는 음악을 본다’는 주제 아래 보는 음악으로 승부를 거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다.(수록곡 중 두 곡은 음원으로 발표되지 않고 뮤직비디오로만 감상할 수 있다) 실제로 음반은 오디오 CD와 비주얼 DVD로 이루어져 있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와 같이 영화와 같은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진 적은 있지만 수록곡보다 더 많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것은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지금으로써는 최고의 팝스타인 비욘세이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다. 이런 프로젝트의 위험성은 영상이 음악을 먹어버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더라. 17개의 뮤직비디오의 30초짜리 프리뷰 영상을 차례로 보는데 영화와 같은 영상이 눈을 붙잡고, 이어 죽여주는 음악이 귀를 설레게 했다. 비욘세가 이런 초유의 프로젝트를 한 이유는 바로 음악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과론적으로 말해서, 비욘세의 앨범 ‘비욘세(Beyonce)’는 최근 들었던 음반 중 가장 큰 임팩트를 전했다.

카사비안 ‘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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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비안이 데뷔앨범 ‘카사비안(Kasabian)’을 발매한지 10주년을 맞았다. 즉, 이들이 브리티시 록의 유행을 살짝 바꿔 놓은 지 10년이 지나다는 말이다. 애시드 하우스 등 전자음악의 어법이 강하게 반영된 카사비안의 데뷔앨범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후 그러한 스타일의 록밴드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마치 샬라탄스의 21세기 버전과 같은 섹시한 멜로디도 카사비안의 매력. 정규 5집인 새 앨범의 타이틀 ‘48:13’은 전체 러닝타임을 뜻한다. 앨범재킷 역시 수록곡 러닝타임으로 심플하게 이루어져 있다. 무엇보다 핑크색이 카사비안과 잘 어울린다. 신보의 음악들은 초기 작품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댄서블하고 경쾌하다. 첫 싱글 ‘이제(Eez-eh)’는 애시드 하우스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곡. 아주 신나고, 죽여주는 곡이다. 이외에 ‘S.P.S’와 같이 낭만적인(다소 오아시스스러운) 곡도 있다. 올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내한하니 놓치지 마시길.

린킨 파크 ‘The Hunting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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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킨 파크가 ‘록’으로 돌아왔다. 언제 록이 아닌 적이 있었나? 아니 이번엔 진짜 록이다. 주지하다시피 린킨 파크는 콘, 림프 비즈킷과 같은 뉴 메탈 밴드들이 인기가 한풀 꺾일 무렵인 2000년 벽두에 혜성과 같이 등장해 뉴 메탈에 일렉트로니카가 가미된 하이브리드 록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이 형들 때문에 밴드에 DJ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 허나 6집 ‘더 헌팅 파티(The Hunting Party)’는 다르다. 디제잉의 비중이 현저히 줄고, 강력한 메탈 기타 리프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마이크 시노다는 한 블로그에서 ‘요즘엔 진정한 록이 없고 다 후지다. 그래서 진짜 참담하다’라는 글을 읽고 느낀 바 있어 유행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래서 ‘15세의 자신들이 듣고 싶을 만한 음악, 15세의 자신들에게 영감을 줄만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고. 그것이 바로 이 앨범의 헤비한 록 사운드인 것이다. 블로그 질이 이처럼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번 앨범은 오랜 협력자인 프로듀서 릭 루빈과 결별하고 밴드가 직접 프로듀싱을 한 첫 앨범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옳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콜드플레이 ‘Ghost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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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의 정규 6집. 밴드의 리더 크리스 마틴이 배우 기네스 펠트로와 이혼을 공식 발표한 직후 나온 앨범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앨범은 크리스 마틴의 이혼과 함께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 마틴은 앨범 발매 전 가진 인터뷰에서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앨범이지만, 누군가는 이 앨범을 듣고 공감할 것이다. 상처받은 앨범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기쁜 앨범이기도 하다. 고통을 감내한 후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긴, 음반에 음악가의 삶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이러한 음악적 변화를 가타부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초기에 자신들만의 멜로디를 확립하고 근작들에서 화려한 사운드의 실험을 보여줬던 콜드플레이는 ‘고스트 스토리즈(Ghost Stories)’에서 한결 차분해졌다. 전반적으로 내부로 침잠하는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그 결 하나하나는 역시나 풍성하다. 싱글로 공개된 ‘매직(Magic)’ ‘미드나이트(Midnight)’, ‘어 스카이 풀 오브 스타스(A Sky Full Of Stars)’에 잘 나타나듯이 사운드 메이킹 면에서는 일렉트로닉적인 면이 짙어졌다. 앰비언트 성향의 ‘미드나이트’는 제임스 블레이크의 앨범에 실려도 어색하지 않을 듯. ‘어나더 암스(Another’s Arms)’와 같은 사색적인 곡도 멋지다. 이 또한 멋진 변신이 아닐까?

릴리 알렌 ‘Sheez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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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페리가 으르렁 돼도 리리(리한나)는 꿈쩍 안 해. 퀸 비(비욘세)가 다시 나타났네. 로드는 피비린내를 맡고, 널 죽여줄 준비가 됐어. 걔는 건드리면 안 돼, 이제 갓 데뷔했는데 우리 모두 가가(레이디 가가)를 구경하고, 하하 하고 웃지, 지가 순교자라도 되는 양 예술에 목을 매네. 디바들의 세계에서 2인자가 되어서는 안 되지. 그 왕관 이리 내놔. 내가 너의 구세주 ‘시저스(Sheezus)’가 될 꺼야’ 이 가사는 릴리 알렌의 3집 타이틀곡 ‘시저스’에서 발췌한 것이다. 릴리 알렌은 이처럼 강단이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얼굴은 귀엽지만, 그 안에는 맘에 안 드는 남자 싸대기를 갈길 것 같은 성질이 느껴진다. 2005년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이름을 알린 후 여러 히트곡을 내며 하나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앨범 제목은 카니예 웨스트의 ‘이저스(Yeezus)’에서 따왔다. 전반적으로 일렉트로 팝 성향의 곡들이 흐르는데 멜로디는 ‘역시 릴리 알렌’이라고 엄지를 치켜 올릴 만하다. 사실 ‘시저스’ 가사는 자신감 결여를 회복하기 위해 쓴 곡이라고. 릴리 알렌도 그런 면이 있구나.

브루스 스프링스틴 ‘High H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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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전작 ‘레킹 볼(Wracking Ball)’에서부터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와 함께 했다. 둘은 닮았다. 블루스 스프링스틴은 미국의 블루칼라를 대변한 ‘보스’, 톰 모렐로는 진보적 메시지를 강렬한 뉴 메탈 사운드 위로 설파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출신의 기타리스트로 미국에 원정투쟁을 간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직접 만나 연대를 하기도 했다. 음악적으로나 사상적으로 궁합이 맞는 둘이 아닌가. ‘하이 호프스(High Hopes)’는 기존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곡, 다른 가수의 곡을 재해석한 일종의 커버 송 컬렉션 앨범이다. 2008년에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밴드 ‘이 스트릿 밴드’에 참여한 탐 모렐로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1995년 EP ‘블러드 브라더스(Blood Brothers)’의 수록곡 ‘하이 호프스’를 편곡하자고 제안했고, 앨범 ‘하이 호프스’ 작업은 여기서 시작을 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과거에 발표한 싱글 ‘아메리칸 스킨(41 샷)(American Skin(41 Shots), 아프리카 이민자 아마두 디알로에게 41발을 발사해 사망하게 한 경찰관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사건을 고발한 곡)’과 같은 보석과 같은 노래를 탐 모렐로의 기타와 함께 다시 들어볼 수 있는 것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팬이 아닌 이들에게도 축복이 될 것이다.

파올로 누티니 ‘Caustic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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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파올로 누티니의 음악을 들었을 때 당연히 흑인일 거라 생각했다. 그것도 꽤 나이가 든 베테랑 R&B 뮤지션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파올로 누티니가 1987년생의 백인으로 스코틀랜드 태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조스 스톤 등장 이후 오랜만에 충격을 받았다. 블라인드 테스트로는 도저히 백인이라는 것을 맞출 수 없는 음악이었던 것. 10대 때부터 이름을 알린 파올로 누티니는 두 장의 정규앨범을 통해 평단의 찬사와 상업적 성공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했다. 정규 3집 ‘코즈틱 러브(Caustic Love)’는 무려 5년 만의 신보다. 1~2집의 성공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파올로는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잠시 음악을 떠나 목공일을 했다고 하면서 자신을 다잡았다고 한다. 신보를 들어보면 파올로의 선택이 옳았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파올로는 50~60년대 고전적인 소울부터 모던한 접근법에 이르기까지 보다 진화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소울의 고전적인 미감을 살리면서 이렇게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은 자넬 모네 이후 오랜만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음악은 파올로 누티니를 더욱 독보적인 존재로 끌어올렸다. 이번 내한공연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스크릴렉스 ‘Re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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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스크릴렉스다! 따지고 보면 대세가 된지 오래다. ‘뱅가랑(Bangarang)’만 나오면 사람들은 미쳐 날뛴다. 스크릴렉스는 DJ 페스티벌인 ‘UMF’, 그리고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섰다.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무대에서 스크릴렉스는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트렸다. 대단하더라. 이미 6개의 그래미상을 받았지만, 정규앨범은 이번 앨범 ‘리세스(Recess)’가 처음이다. 디플로, 레가 트윈스, 찬스 더 래퍼, 킬 더 노이즈, 알빈 리스크 등 다채로운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각각의 곡들은 기존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미학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몸을 움직이게 하기 이전에 귀를 만족시키는 음악이랄까? 이쯤 되면 심각한 록 좋아하는 꼰대들도 인정할만하지 않을까 한다. 국내에는 지드래곤과 씨엘 그리고 YG의 메인 프로듀서 테디와 초이스37 등 YG엔터테인먼트 사단이 참여한 6번 트랙 ‘더티 바이브(Dirty Vibe)’ 때문에 일찌감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앨범이 지드래곤, 씨엘의 참여 때문에 빌보드, 아이튠즈에서 인기를 거두는 것처럼 홍보돼 조금 억지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이 곡에 YG의 색이 담긴 것만은 사실이다.

알 켈리 ‘Black Pan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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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켈리는 가장 성공한 흑인 뮤지션 중 한 명이자, 흑인음악 특유의 섹시함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다. 그의 자신의 음악을 통해 꾸준히 섹스를 노래해왔다. 데뷔앨범 ‘트웰브 플레이(12 Play)’부터 시작해 지독하리만큼 꾸준히 성애가를 노래해온 것.(아쉽게도 국내에는 감미로운 곡들만 알려졌지만) 검은 팬티만 입은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알 켈리가 앨범재킷으로 실린 이 앨범은 순도 높은 성애가를 들려주고 있다. 자신을 섹스 천재라고 표현하는 ‘지니어스(Genius)’, 여성을 쿠키에 비유한 ‘쿠키(Cookie)’ 가사 내내 여성의 성기에 집착하는 ‘메리 더 푸시(Marry The Pussy)’ 등 제목부터 음란하다.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근작들에서 고전적인 소울을 들려줘온 알 켈리는 트렌디한 R&B를 통해 섹스의 농밀한 감성을 출중하게 표현하고 있다. 연인과 사랑의 대화를 나눌 때 틀어놓으면 좋은 음악. 알 켈리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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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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