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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대로(대로), 하던 대로(대로), 살던 대로(대로), 지가 하고 싶은 대로,

신해철 ‘A.D.D.a’ 中

신해철 ‘Reboot Myself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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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고대해온 신해철의 새 앨범이다. 처음 원맨 아카펠라 곡 ‘아따(A.D.D.a)’를 들었을 때는 신해철의 컴백 곡 치곤 조금 가볍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반복해서 들어보니 곡의 중량감이 단단하게 느껴졌다. 신해철에게 직접 이 곡을 만들기까지의 일련의 과정(기사를 참조하도록)을 들어보니 그 완벽주의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소수의 작곡가가 다수의 히트곡을 찍어내듯 만드는 요즘 세태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곡이더라. 앨범 제목 ‘리부트 마이셀프’는 ‘재즈카페’가 들어있던 솔로 2집 ‘마이셀프’의 연장선이다. 이 말인즉슨 신해철 나름대로는 대중성을 생각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 앨범이 대중성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올시다’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프린세스 메이커’(Princess maker)’은 신해철 나름대로 펑키한 R&B에 접근한 곡들인데 요새 트렌드와는 별 상관이 없는 복고풍의 곡들이다. 신해철 팬이라면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듣고 ‘도시인’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 이처럼 신해철의 색은 새 앨범에서 단단히 박혀있다. (하긴 그처럼 자기 색이 뚜렷한 아티스트도 드물긴 하다) 타이틀곡 ‘단 하나의 약속’은 아내와 연애를 시작할 때 처음 만들어 15년을 다듬은 곡이라고 하는데 드라마틱한 멜로디와 진행이 역시 그답다. 이 곡 말미에는 넥스트의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 Stand For You)’의 내레이션이 이어지는데, 이는 ‘어서 나타나줘’의 주인공이 지금의 아내였다는 자기 고백인가?

쏜애플 ‘이상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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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디 신에서 가장 매혹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는 바로 쏜애플이다. 해피로봇레코드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1집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를 통해 실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았고, Mnet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밴드의 시대’에서는 방송에서 주눅 들지 않는 강단과 나름 편곡 센스도 발휘해 보였다. 4년 만의 신작이자 정규 2집 ‘이상기후’는 생존을 주제로 한 콘셉트 앨범이라고 한다. 각각의 곡들은 ‘남극’ ‘암실’ ‘피난’ ‘백치’ 등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에서 묘하게 이어진다. 거꾸로 말하면 멜로디의 형상화라고 할까. 타이틀곡 ‘낯선 열대’를 비롯해 ‘살아있는 너의 밤’ ‘아지랑이’와 같은 곡들은 쏜애플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성 팬들에게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신인일 당시에도 워낙에 자신들의 색이 뚜렷한 팀이었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서는 신인의 티를 벗음과 동시에 자신들의 색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윤성현의 보컬도 강점이지만, 밴드의 사운드 메이킹도 뛰어나다. 스타일이 너무 일관적이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지만, 밴드의 선택이라 믿어본다. 이제 스타성 면에서 ‘넬’의 뒤를 이을만한 팀이 바로 쏜애플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전기뱀장어 ‘너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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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니’에서 알 수 있듯이 전기뱀장어는 단박에 귀에 쏘옥 들어오는 멜로디와 가사를 만들 줄 아는 밴드다. 모던록의 새로운 대항마로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공감과 풋풋함이 무기랄까? 풋풋한 연주는 공감을 주는 멜로디를 표현하기에 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6곡이 담긴 EP ‘너의 의미’에서도 역시 일상적인 가사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유년 시절 경험담을 담은 ‘술래잡기’, 재수학원에서 만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꿀벌’ 등 삶은 그대로 담은 노래들은 마음속으로 깊숙이 다가온다. ‘꿀벌’의 ‘니 밴드 노래 잘 듣고 있어, 어떻게 지내니. 니 공연 보러 서울 한 번 가야되는데’라는 가사는 친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기 한 달 전에 보낸 문자메시지라고. 그 외에 ‘야간비행’ ‘싫으면 말고’ 등 특유의 경쾌 발랄함도 여전하다.

권진원 한충완 강은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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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만남이다. ‘만남’ 싱어송라이터 권진원과 피아니스트 한충완, 해금 연주자 강은일의 프로젝트. 권진원은 2008년 봄 영주 소수서원에 들른 것을 계기로 다산 정약용, 퇴계 이황, 율곡 이이의 시와 산문을 읽다가 이를 소재로 곡 작업을 시작했다. 권진원은 글을 읽으면 바로 악상이 떠올라 피아노 앞에서 책을 읽으며 악상을 바로 채보했고, 이를 한충완, 강은일이 연주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과 해금 연주자 강은일의 만남이니 재즈와 국악의 크로스오버를 연상할 수 있겠으나, 이들의 연주는 장르의 섞임을 굳이 유념하지 않고 권진원이 만든 곡의 의미를 표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권진원은 ‘달빛’과 ‘순환’ 두 곡을 불렀는데 영롱한 피아노와 아련한 해금은 지적인 목소리와 혼연일체를 거두며 미니멀리즘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충분히 구현하고 있다.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쓴 ‘추야’(秋夜)’를 개사한 ‘달빛’은 가사를 음미해보길. 한충완의 은근한 재즈 보이싱이 드러나는 ‘순환’은 심오한 매력을 지닌 곡이다.

이선지 ‘국경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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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선지의 정규 4집. 이선지는 국내 재즈 피아니스트 중에 작곡 면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피아니스트가 워낙에 많은지라 그 안에서 개성을 표출하기가 힘든데, 그런 면에서 이선지의 장점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겠다. 새 앨범은 이선지-김성준(색소폰)-오진원(기타)-김인영(베이스)-김윤태(드럼)의 퀸텟 편성을 중심으로 녹음됐다. 이들은 스윙이 강조되는 전통적인 재즈 퀸텟의 앙상블 방식으로 따르기보다는 보다 모던하고 회화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가령 기타가 일반적인 형태의 컴핑을 하기 보다는 볼륨 주법 등을 통해 색체를 가미하고 있다. 일렉트릭 기타의 비중이 상당한데 그래서인지 곡들이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선지의 지난 앨범들을 들어본 이들이라면 이러한 신경질적인 멜로디들이 치열함의 결과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조정희 이보람 김나연 ‘재즈동요이야기 – 하늘나라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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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보컬리스트 조정희는 참 열심히 다양한 음악들을 선보이는 연주자다. 전통적인 재즈 편성부터 3월의 토끼라는 트립 합 성향의 밴드도 이끌고 있고, 그 외 드라마 OST 등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특유의 ‘딥’한 감성을 들려주고 있다. ‘재즈동요이야기 – 하늘나라동화’는 동요를 재즈로 편곡한 프로젝트다. 가요, 국악 등을 재즈의 어법으로 재현해보는 작업은 전에도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약간 의미가 달라 보인다. 조정희와 피아니스트 이보람은 강원도 태백 폐광촌 아이들을 위해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앨범에 실린 ‘하늘나라동화’ ‘내동생’ ‘오빠생각’ ‘등대지기’ 등은 재즈의 어법을 심각하게 나열하기보다는 아이들의 눈에 맞춰져 있다. 실제 동화책 크기의 앨범에는 일러스트레이터 김나연이 그린 아이들의 그림과 같은 삽화들이 들어가 있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가사와 함께 읽으면 마치 아이들이 그림일기를 보는 거 같다.

이안나 ‘Melancho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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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인디 신에서 일렉트로니카를 주무기로 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부쩍 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주목을 끌기 시작한 트램폴린, 흐른을 필두로 최근에는 하임, 유호, 그리고 이안나 등이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샤방샤방 여리여리’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과 음악적으로 확실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 이안나는 뉴트립(nuTrip)이라는 밴드 출신으로 자신의 첫 솔로앨범인 ‘Melancholy’에서 작사 작곡 편곡 노래부터 믹싱까지 직접 해내며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타이틀곡 ‘우리’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마치 영화 ‘007 골드핑거’ 속 여인처럼 금색으로 칠한 이안나를 볼 수 있는데, 이 골드(gold)의 이미지처럼 음악들이 도발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색이 뚜렷한 것이 가장 큰 미덕. 그 색 안에서 ‘커피가게’와 같은 통기타와 함께 한 곡, 전통무용과 협연한 곡이라는 ‘가시리’ 등 나름 다양한 감성을 선사한다.

잭 화이트 ‘Lazar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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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화이트의 음악은 확실히 화이트 스트라입스를 뒤로 하고 솔로로 나서면서 훨씬 깊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블루스, 포크 등의 루츠음악들, 즉 과거의 음악들을 재현한다고 해서 깊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잭 화이트는 분명히 팝음악의 원류인 과거의 유물과 같은 루츠음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이는 존 메이어가 최근 컨트리에 경도된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잭 화이트와 비슷한 길을 가는 팀은 블랙 키스(The Black Keys) 정도가 있을까?(둘의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이 재밌다) 전작인 솔로 1집 ‘블런더버스(Blunderbuss)’에서 클래식 록의 전형을 들려준 잭 화이트는 2집 ‘라자레토(Lazaretto)’에서는 록의 뿌리들을 이리저리 난도질해 이어붙인 듯한 변종의 음악을 선사한다. 전작이 그저 예스러움에 충실했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표독스러운 기타 연주는 각각의 노래에 막강한 에너지를 실어주고 있다.(노래 실력은 점점 늘어 가끔 로버트 플랜트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미 그랬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잭 화이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록 뮤지션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이다.

라나 델 레이 ‘Ultravio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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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델 레이는 현재 팝 신에서 가장 섹시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단순히 벗어재껴서 야하다는 것이 아니다. 라나 델 레이는 눈빛과 목소리의 떨림만으로 상대방의 체온을 급상승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게 안 되는 이들이 옷을 벗는 것이겠지. 오해하지 말길. 팜므파탈적인 매력은 라나 델 레이 음악에 있어서 향신료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까. 2012년에 데뷔한 라나 델 레이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마치 케이트 부쉬와 같은 불길한 매력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점점 들을수록 라나 델 레이는 나름의 깊이 있고 몽환적인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새 앨범에는 블랙 키스의 댄 아우어바흐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몇몇 곡에서는 록 성향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기존의 라나 델 레이의 색을 헤치거나 하지 않는다. 팝 컬럼니스트 성문영은 앨범 속지에서 “오히려 이 앨범에서야말로 라나 델 레이에 대해 늘 언급되던 시네마틱 사운드를 제대로 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외 수록곡 전부에서 록의 옷을 희한하게 껴입은 60년대 필 스펙터의 월 오브 사운드 향취를 느낄 수 있고, 이는 전성기 데이빗 린치 감독 영화의 사운드트랙만큼이나 위험하고 퇴폐적이며 초현실적인 감각을 새삼스레 일깨운다”고 설명하고 있다.

에드 시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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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시런은 2011년 데뷔 정규앨범 ‘+’를 통해 영국의 대세 싱어송라이터로 떠올랐다. 브릿 어워즈 ‘최우수 신인상’ ‘최우수 영국 남자 솔로상’을 수상하고 그래미어워즈 ‘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에 후보로 오르는 등 꽤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데뷔앨범에서 에드 시런은 데미안 라이스 외에 에미넴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것처럼 통기타만 연주할 뿐 아니라 랩도 하는 등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줬다.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신세대 싱어송라이터의 출현이랄까? 1집 ‘+’ 더하기 다음, 2집 ‘×’ 곱하기로 돌아온 에드 시런의 2집은 퍼렐 윌리엄스, 베니 블랑코, 릭 루빈, 제프 배스커 등 걸출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했다. 이제 2집을 내는 신인급에 이처럼 최정상급의 프로듀서들이 총출동한 것은 현재 에드 시런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게 한다. 프로듀서들 덕분인지 전작의 풋풋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말끔한 사운드 메이킹이 돋보인다. 음악을 들어보면 국내 팬들에게도 어필할 만한 부분이 꽤 느껴진다. 내한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제2의 제이슨 므라즈나 데미안 라이스처럼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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