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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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남자의 정체는 뭘까.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N 드라마 ‘갑동이’에서 류태오를 연기 중인 이준을 볼 때마다 온 세포가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극의 온도에 따라 변하는 말투, 눈빛, 동작, 그 어느 것 하나도 놓칠 수 없게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잉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꼭 쓰일 에너지만 몸 안에 담아두곤 자신만의 리듬으로 그것을 조금씩 내보이며 차분히 연주해 나가는 배우, 이준. 얼굴의 미세한 근육을 완벽하게 콘트롤하며, 학창시절 무용을 했던 그답게 자신의 몸을 운용하는 데에 있어서도 섬세하기 그지없다.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 살인마 캐릭터를 그만의 방식으로 강력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데뷔 때부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볐을 것 같은 이준은 알고 보면 2009년에 데뷔한 5인조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멤버다. 가수로서도 무대 위에서 섹시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준은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환영받는 인물이었다. 솔직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성격은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예능의 특성상 그의 모습이 다소 희화화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그가 배우를 지속해 나가는 데에 있어서 어쩌면 예능에서의 모습은 독이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이돌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들을 해나가면서 점점 발전하는 연기로 이 모든 이미지를 상쇄시켰다. 그리고는 그 위에 배우의 모습을 하나둘 올려놓았다. 특히, 작년에 개봉한 영화 ‘배우는 배우다’는 이준 본인도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작품으로 꼽을 만큼 의미 있는 계기였다. 인기 절정의 톱스타에서 바닥까지 추락해 버리는 오영을 통해 그는 성장했고, 아이돌 가수로서만이 아닌 배우 그 자체로도 반짝반짝 존재감을 빛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최근 ‘갑동이’를 통해 이준에겐 한계가 없다는 것을 당당하게 알렸다. 그는 매번 자신을 뛰어넘으며, 오늘의 이준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Q. 요즘 tvN 드라마 ‘갑동이’ 촬영 때문에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것 같다. 잠은 좀 잤나?
이준 : 매일 그러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밤을 새웠다. 조금 전까지 갑동이를 처음 만났을 때의 회상 장면을 찍고 왔다.

Q. 와, 그런데 신기하게도 밤새운 티가 하나도 안 난다.
이준 : 아, 진짜로? 하하. 다행이다.

Q. 오늘은 엠블랙 이준이 아닌, 배우 이준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갑동이’에서의 연기에 대해 연일 극찬이 끊이지 않는다. 혹시, 기사나 팬들이 모니터해준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
이준 : ‘이준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는 말이 생각난다.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요새 팬들이나 시청자들의 의견을 모니터링 할 때마다 설레고 행복하다.

Q. 주변의 지인들은 드라마를 보며 뭐라고 말하던가?
이준 : 일단은 갑동이가 누군지 엄청 궁금해한다! 다들 시청자 모드로 집중해서 드라마를 봐 주더라. (웃음)

Q. 촬영 현장에서는 어떤 말을 제일 많이 듣고 있나?
이준 : 산이나 논밭처럼 험한 곳에 가서 사람 좀 그만 죽이라고 말한다. 하하. 물론, 이건 나를 극중 인물인 류태오로 봐주기 때문에 하는 일종의 장난식 멘트다.
이준,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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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기에 물이 오른 느낌이다. 류태오를 연기하고 있는 자신에게 점수를 매겨본다면 몇 점 정도일까?
이준 : 음, 50점. 내가 나한테 주는 점수인데 너무 야박했나? (웃음) 만족할 수 없는 점수이지만,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더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이 점수를 줘야겠다. 늘 긴장하면서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해야지!

Q. 극중 인물에 다가가기 위해 일상에서 상상을 많이 해본다고 들었다. ‘갑동이’의 류태오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데에 있어서 중점을 뒀던 부분은 뭐였나? 보통의 사람이 아닌 사이코패스라는 역할 자체가 접근하기에 꽤 어려웠을 것 같다.
이준 : 지금도 촬영을 계속 하고 있지만 태오라는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에게 접근하는 것도 항상 어렵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계도 분명 생길 테고, 어딘가 모르게 불완전해질 것 같아서.

Q.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태오가 등장하는 신마다 강한 임팩트가 있다. 내가 연기했지만 소름 끼쳤다고 생각되는 신이 있나?
이준 : 부족하다는 생각이 커서… 내 연기가 만족스러웠던 장면은 없는 것 같다. 소름 끼쳤다기보다는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은 있다. 8회에서 시체 위에 꽃을 뿌리던 신인데, 류태오란 인물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요새 NG가… 아무래도 촬영 스케줄이 바쁘게 진행 되다 보니 대사를 잘 외우지 못해서 모든 신에서 NG를 내고 있다. 흑흑.
이준,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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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태오에 대한 모니터 글 중 ‘사이코패스 살인마지만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다’라는 표현을 본 적 있다. 조금 살벌하긴 했지만, (웃음) 이건 이준이란 사람의 매력도 어느 정도 역할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준의 매력, 뭘까?

이준 : 내가 가진 매력을 묻는다면, 잘생기지 않은 외모라고 답해야겠다. (웃음) 역할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온전히 그 캐릭터로 보여지는 데에는 이 부분이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연기할 때 내가 가진 매력 아닐까?

Q. 아니, 잘생기지 않았다니! 극중에서 태오는 자신의 꽃미모로 여자들을 유혹해서… 살인을… 뒷말은 생략하겠다. 류태오를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그가 사이코패스라는 걸 눈치챌 수 있는 단서가 있을까? 여성 시청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남겨 본다면.
이준 : 아무나 믿지 마세요! 늘 의심하고 또 의심하세요! 위험한 상황에서는 아무나 믿으면 안 됩니다!

Q. 하하, 조심 또 조심하겠다. 많이 받은 질문일 텐데, 꼭 묻고 싶었다. ‘배우는 배우다’의 오영, ‘갑동이’의 태오, 아이돌이 하기엔 쉽지 않은 역할들이다. 이런 역에 계속 도전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
이준 : 멋있어 보이는 역할에만 한정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냥 단순하게 말하면, 재미있어 보이고 흥미가 생기는 역할을 고를 뿐이다. (웃음) 한계를 정해두고 싶지는 않다. ‘2014년은 실패에 중점을 두겠다’라는 말을 한 적도 있는데, 혹시라도 실패하게 되더라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해 나가고 싶다.

Q. 음, 이걸 다르게 생각해 보면, 몸을 사리지 않고 어떤 역할이든 소화해낼 수 있는 건 어떤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준 :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그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거다. ‘나, 모든걸 잘해!’ 식의 자신감이 아닌, ‘난, 부족하니까 최선을 다해야지’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Q. 지금 보니, 왜 이준의 기사에는 악플이 거의 없는지 알겠다. 참 성실하고 겸손한 것 같다. 대중이 이준이란 사람에게 호감과 호의를 가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
이준 : 앗,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게 더 많고 부족한 게 참 많은데… 응원해 주셔서 기분이 좋고, 정말 행복하다. 솔직하고 가식 없는 모습, 이준이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여 드리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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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준의 연기를 처음 본 게 ‘정글피쉬2’의 안바우 역이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은 뭔가?
이준 : 외적인 부분이 제일 많이 변했다. 하하. 그때보다 주름도 늘었고, 피부도 늙었다. 그때는 풋풋한 느낌이 연기에 많이 묻어났던 것 같다.

Q. 연기력에 대해 말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웃음) 2012년에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연기돌 특집으로 출연했을 당시 대표작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작품을 얘기해 본다면?
이준 : 역시 ‘배우는 배우다’다. 연기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캐릭터 자체도 굉장히 강렬했고, 연기를 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Q. 지난 3월엔 엠블랙으로 컴백해 활동했고, 4월부턴 ‘갑동이’가 방영됐다. 촬영 초반에 가수와 배우를 병행해야 했는데, 만약 아이돌과 배우로서의 일이 부딪히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
이준 :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내 답은 항상 똑같다. 가수와 연기, 두 가지 모두 다 내게 너무 중요하다. 둘 다 잘 해내고 싶다.

Q. 요즘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상당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준 : 여러분 다 같이 열심히 합시다!

Q. 마지막으로, 고생하며 촬영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한마디!
이준 : 힘내라 이준!! 파이팅 이준!! (웃음)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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