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보라
씨스타 보라가 멤버 다솜에 이어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보라는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박훈(이종석)의 탈북자 친구 이창이 역을 맡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보라는 첫 연기 도전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열린 ‘닥터 이방인’ 제작발표회에서 “아직 많이 부족해 걱정되지만 주연 같은 큰 역할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작품에 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한 바 있다.

공개된 보라의 모습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런 모습이다. 평소 털털한 성격으로 알려진 보라의 매력을 이창이 역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창이는 북에 있는 어머니를 모셔오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버는 선머슴 같은 인물. 보라는 빈티지 모자와 캐주얼한 복장을 입고 이창이를 표현하며 털털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닥터 이방인 보라
닥터 이방인 보라
보라는 첫 등장부터 깔끔(?)했다. 이종석에게 두부를 맞는 장면으로 첫 등장하며 아이돌 이미지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이어 트럭에 터프하게 탑승한 보라는 북한 사투리와 표준어를 자유자재로 오고가는 연기를 펼쳐 놀라움을 자아냈다. 흔히 연기 못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발연기’도 없었다. 걸그룹 씨스타의 섹시한 보라는 없지만, 인간 보라의 매력이 묻어났다.

극적으로 어머니와 상봉해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챙기는 모습도 인상 깊다. 억지로 짜낸 감동 연기가 아니라 이창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털털하면서도 배려심 깊은 마음을 바탕으로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드러내 자연스런 연기를 선보였다. 보라의 첫 연기 점수? 물론 합격이다. 발성만 조금 더 쭉쭉 뻗어나간다면 좋은 연기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관전 포인트 : 사투리 연기의 새로운 경지, 북한 사투리
닥터 이방인 방송 화면
닥터 이방인 방송 화면
보라는 첫 연기에 도전하면서 북한 사투리까지 터득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았다. 우려도 잠시, ‘닥터 이방인’ 첫 등장부터 임팩트를 남기며 우려를 씻어냈다. 보라는 2회 첫 등장 때 표준어를 자연스레 구사해 어림짐작으로만 박훈의 탈북 동기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직후, 박훈이 이창이가 표준어를 쓰는 것에 꼬집자 이창이는 곧바로 북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사투리 연기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연기자들은 꽤 있지만, 이들은 그 지역 고향 출신이라는 영향이 컸다. 그런데 보라는 살아보지도 않았던 북한 사투리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소화해 자신의 잠재력을 뽐냈다. 사투리를 쓰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앞으로도 ‘닥터 이방인’에서 자주 보고 싶다.

# 미스 포인트 : 씨스타랑 너무 다른 것 아니에요?
씨스타의 래퍼로서, 건강미인의 상징으로서 보라를 아는 사람이라면, ‘닥터 이방인’ 속 보라의 모습이 오히려 어색할 수 있다. 뇌쇄적인 눈빛으로 랩을 하던 보라와 이창이는 아예 다른 사람이기 때문. 게다가 ‘닥터 이방인’에서는 보라의 상징인 건강한 몸매를 전혀 찾아볼 수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티지 캐주얼 패션으로 똘똘 감쌌다. 이 같은 씨스타 보라와 연기자 보라의 큰 차이는 오히려 연기자로서 보라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앞으로 보라가 또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 잠재력 포인트 : 배우 사이에서도 꿀리지 않는 존재감

닥터 이방인 방송 화면
닥터 이방인 방송 화면

흔히 가수로서 무대 위 모습과 연기자로서 카메라에 비춰지는 모습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한껏 메이크업을 하고, 치장을 했던 가수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드라마에 출연하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카메라 앞 존재감이 약해 보인다는 것. 흔히 팬들 사이에서 ‘배우상 얼굴’이라 치켜세우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보라는 이종석, 진세연, 박해진, 강소라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지키고 있다. 주연이 아닌 조연의 자리이기에 필요한 존재감의 양은 다를 수 있지만, 어색하지 않게 당당히 이창이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보라가 조연의 자리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듯이 그 존재감도 점점 성장하리라.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SBS ‘닥터 이방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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