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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해보이는 몸매와 외모는 흡사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이미지다. 그러나 입을 열자 느릿한 말투와 은근한 분위기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쏟아 내는 송재림에게서는 이제 데뷔 6년차를 맞는 경력이 무색하리만치 진중하고 깊은 통찰력이 엿보인다. KBS2 ‘감격시대’에서 주인공 신정태(김현중)의 스승이자 조력자인 모일화 역으로 매서운 겨울과 봄을 보낸 그는 “어디서든 여운이 남는 연기를 하고 싶다”며 웃음짓는다.

Q. ‘감격시대’ 속 모일화는 유유히 떠나는 모습으로 마무리지어졌다. 모일화는 이후 어떤 삶을 살까.
송재림: 시대배경상 곧 중일전쟁이 터지니 아마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치 앞을 모르는 삶을 살지 않을까. 속내를 잘 알 수 없는 모습은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유유히 개척해나갈 것 같다.

Q. 당초 출연 분량은 몇 회분에 불과했는데 작품이 진행되면서 늘어났다고 들었다.
송재림:무슨 굴러온 행운인지 거의 캐스팅이 결정된 상태로 감독님을 처음 뵀었다. 잠깐 출연하는 역할이라고 하셨는데 사실 그 때 드라마 ‘네일샵 파리스’ 프로모션으로 일본에 다녀온 직후라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어 고민 끝에 출연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출연하면서 분량이 점차 늘어나서 정말 신기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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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일화는 캐릭터적으로 무척 매력적이었다. 보헤미안같기도 하고 엉뚱함도 지닌, 여러가지 면모를 가진 인물인데 다양한 개성이 잘 살았다.

송재림: 연기를 할 때 모든 제스처나 표정이나 애드리브는 배우들이 채워넣어야 할 몫인 것 같다. 대본상의 글자를 살아있도록 만들어내는 건 배우가 해야 하는 거니까. 자기 걸로 체화하려면 대본 속 캐릭터를 의심하고 뜯어보고 분리 해체한 후에야 모일화가 되는 건데 처음에는 주인공 신정태(김현중)의 성장을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했다가 나중엔 스승이 되고 조력자가 되는 역할이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담이 들더라.

Q. 특별히 힌트를 얻은 인물이 있나
송재림: 일본 에도 시대 사무라이를 소재로 한 만화나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 같은 인물을 떠올렸다. 일단 시대극이다 보니 충분히 만화적인 요소가 가미돼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모일화를 우아한 모습으로 만들고 싶었다. 대본 상에는 여성의 미모 뺨치는 인물로 그려져 있었는데 자칫 잘못하면 남자가 흉내내는 여성이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감이 들어서 떠올려 본 게 발레리노다. 발레리노는 신체가 곡선을 띠고 있으면서도 열정적이라 내가 원하는 우아함의 느낌이 있었다.

Q. 모일화 특유의 과장된 표정도 인상적이었다.
송재림: 모일화는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내를 잘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처음 대본을 봤을때 일본 애니메이션 ‘블리치’에 나오는 이치마르 기니라는 캐릭터가 생각났다. 웃고 있지만 굉장히 잔혹한 면이 있는 캐릭터인데 모일화의 느낌과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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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액션연기도 일부러 과하게 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아 흥미로웠다.

송재림: 모일화 자체가 주는 임팩트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몸짓언어가 말보다도 더 많은 걸 얘기할 때가 많다. 그래서 손짓 하나, 발걸음 하나 신경을 많이 쓰긴 했다.

Q. 연기할 때 순간순간 자신의 감이나 느낌을 많이 믿는 편인가 보다.
송재림: 난 그런 편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하더라도 잘못 하면 어차피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뭐든 자기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는 게 나은 것 같다.

Q. 현장에서의 느낌을 살리는 건 사실 경력이 오래된 배우들도 어려워할 때가 있는데
송재림: 그래서 촬영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아야 할 것 같아 촬영 관련 책을 많이 본다. 시나리오 작법이나 조명을 쓰는 법, 카메라 워크 등에 대한 다양한 책을 읽다보니 조금씩 드라마 현장에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보이더라. 사실 MBC ‘해를 품은 달’을 촬영할 때만 해도 스태프들을 보면 ‘저 분들은 뭘 하시는 분이지?’하고 어리둥절했었다. 이제는 ‘내가 이렇게 해야 감독님이 편하구나’하는 감 같은 게 조금씩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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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꾸준히 공부하는 편인가보다.

송재림: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작업을 이해해야 그들의 노고를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야 동료의식도 생기고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특히 첨단 산업의 협업이다. 언제부턴가 조명도 LED로 바뀌고 카메라도 시네캠이라는 작은 카메라로 바뀌는 등 새로운 기술이 속속 도입된다. ‘나는 내 속에 진정성을 갖고 있으니 다른 분들이 맞춰주겠지’라는 생각에는 반대다. 카메라는 거짓말도 사실로 만들수 있고 편집의 힘도 어마어마하다. 이런 과정에 대한 이해가 배우에게도 필요하다고 본다.

Q. 그래도 이번 ‘감격시대’는 사실 촬영장 여건이 좋지 않아 몰입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송재림: 사실 첫 촬영부터 쪽대본이 나왔다. 촬영 40분 전에 대본을 받아 연기해야 할 상황이라 어렵고 아쉬운 면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전적으로 연기를 맡기시면서 ‘네가 생각한 대로 연기하라’고 판을 깔아주셔서 전형적인 연기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시도도 해 볼 수 있었다.

Q. 말투도 그렇고 굉장히 어른스럽고 진중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송재림: 애같을 땐 굉장히 애같고 진지해질 땐 한없이 진지해지기도 하고…상황에 따라 많이 바뀌는 편이다. 어릴 적엔 사실 소심했는데 배우 일을 하면서 얼굴이 두꺼워졌다(웃음).

Q. 올해 딱 서른이 됐다. 데뷔 6년차에 접어들었는데 돌아보니 어떤가
송재림: 하루에도 수십번씩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한번에 빵 뜨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한 건 아니지만 이제는 그보다는 내게 주어진 매 작품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까’를 고민하게 됐다. 이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고 종종 좋은 얘기도 들으면서 직업정신이란 게 생겼다. 연기는 단순히 내가 하고 싶어서만 하는 게 아니라 내 ‘업(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게 있어 연기는 속된 말로 하면 밥벌이고 삶이라는 끈적끈적한 어떤 것을 영위해 가는 수단이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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