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진혁, ‘응급남녀’의 까칠한 듯 깊은 속을 가진 오창민을 연기했다
배우 최진혁, ‘응급남녀’의 까칠한 듯 깊은 속을 가진 오창민을 연기했다


배우 최진혁, ‘응급남녀’의 까칠한 듯 깊은 속을 가진 오창민을 연기했다

그가 그리면 같은 그림도 다르게 다가온다. 최진혁을 단숨에 주목받게 만든 MBC 드라마 ‘구가의 서’ 구월령 이전에 그는 케이블채널 tvN에서 벌써 시즌3까지 선보인 로맨스계의 바이블,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1에서 달달한 연하남 배성현을 연기했다. ‘구가의 서’ 이후에는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김원을, 이후 tvN ‘응급남녀’에서 탄탄한 의사 집안에서 자라 훈남 인턴이 된 오창민을 연기했다. 그 스스로도 특별하게 꼽는 ‘구가의 서’의 구월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벌2세다. 어쩌면 엇비슷한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최진혁의 표정 속에서 이 뻔할 뻔한 남자들은 다른 분위기를 풍겨내는 것에 성공한다.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성공한 비결을 최진혁을 통해 직접 들어보았다. 미리 힌트를 주자면, 그의 비결은 지극히 ‘사소한 뒤틀림’ 이었다.



최진혁과 오창민의 싱크로율은 꽤 높았다, 그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최진혁과 오창민의 싱크로율은 꽤 높았다, 그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최진혁과 오창민의 싱크로율은 꽤 높았다, 그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Q. ‘응급남녀’ 촬영을 끝내고는 줄곧 뭘 하고 지냈나.
최진혁 : 지난 4일까지 촬영했다. 이후에도 줄곧 쉬지 못했다. 화보도 찍었고, ‘꽃할배 수사대’ 카메오 출연분 촬영 등 이것저것 할 것이 많더라. 드라마 하면서 줄곧 푹 자고 싶었는데, 아직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휴, 못자고 계속 일했다(웃음).

Q. 촬영장에서 돌아가며 B형 인플루엔자에 걸리는 비상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들었다. 몸은 좀 회복이 되었나.
최진혁 : 돌아가면서 다들 B형 인플루엔자에 걸렸다. 그 병에 걸리면 열이 40도까지 올라간다. 고열이 심해 현기증이 나고 머리도 아프고 토할 것 같았다. 그래도 촬영장이었던 병원 1층 응급실에서 링거 한 대씩 맞고 촬영했다. 그때 의사 선생님이 “이 병에 걸렸을 때,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있으면 된다”고 할 정도였다.

Q. 아프면 서럽잖아. 끙끙 앓아누운 순간, 누구를 가장 원망했나.
최진혁 : 누구 탓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현장은 무척 힘들었고, 제작 여건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탓은 아니었다. 만약 원망해야 할 상대가 있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는 현장이었다.

최진혁은 그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들에 자신을 아낌없이 쏟은 듯 보였다
최진혁은 그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들에 자신을 아낌없이 쏟은 듯 보였다
최진혁은 그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들에 자신을 아낌없이 쏟은 듯 보였다

Q. ‘응급남녀’는 어쩌면 뻔한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좋았던 점은 남자주인공들이 ‘상속자’나 ‘외계인’처럼 비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이었다. 지극히 현실과 맞닿아있는 남자주인공들의 담백한 이야기가 공감을 줬다. 그런가하면 ‘로맨스가 필요해’의 배성현은 조금은 전형적인 연하남, 재벌2세라고 여겨졌었다.
최진혁 :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배성현은 굉장히 직설적인 남자였다. 오글거림도 없었다. 경계가 애매하긴 하지만, 다른 연하남이나 재벌2세와 달리 성현에게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오히려 ‘응급남녀’ 국치프와 비슷한 면까지 있었던 것 같다.

Q. 매번 재벌2세와 같은, 여자들이 열광하는 판타지의 남자를 연기하는데 당신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항상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 같다. 김원은 결국 현실적 선택을 하고, 창민은 여자들이 싫어할 면도 가지고 있으며, 배성현은 당신이 말한 바에 따르면 역시 다른 매력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최진혁 : 원이의 선택은 여자들이 봤을 때는 로맨스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일 수 있겠다. 나는 그래서 원이가 드라마에서 환상보다는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창민이는 그의 특이함이 좋았다. 결코 보편적인 로맨스물의 남자주인공이 아니었기에 좋았던 점은 분명 있다. 성현의 경우에는 내 코드에 맞게 바꿨던 점이 있다. 나에게 흡수를 시켰달까. 예를 들어 애교를 부리는 신을 소화할 때, 사소한 방식의 차이인데 오글거리지 않게 내 실제 모습을 투영해 리얼해 보이게끔 그려나가려고 했다.

Q. 분위기로 가늠하건데 오글거리는 로맨스 물의 남자 캐릭터들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진혁 : 그렇다. 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환상 속 동화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것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그리고 스토리 자체가 그런 것은 나 역시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캐릭터가 현실을 입지 않은 것은 싫다. 그래서 내 스타일대로 맞춰나가려 할 때도 있다. 캐릭터만은 담백했으면 하니까. 연기를 할 때 느끼한 것은 조금도 용납할 수 없다. 내 목표는 사람들이 내 연기를 보고 ‘그래, 저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납득을 시키고 싶다.

배우로 자리잡은 최진혁이지만 여전히 사진촬영을 어색해했다.
배우로 자리잡은 최진혁이지만 여전히 사진촬영을 어색해했다.
배우로 자리잡은 최진혁이지만 여전히 사진촬영을 어색해했다.

Q. ‘구가의 서’ 구월령은 어떤 면이 그토록 매력적이었나. 어떻게 보면 현실과 가장 멀리 있는 캐릭터인데.
최진혁 :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웠고, 일단은 ‘내가 언제 또 이런 캐릭터를 연기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늘을 날고, 바람을 일으키고 또 천년을 사는 캐릭터가 흔치 않으니까. 그리고 깊이가 있는 캐릭터였다. 사랑에 있어 순애보적인 점도 순수해보여서 좋았다. 현실에서는 10년만 지나도 사람이 변하는데 그는 천년을 살았다. 구월령을 연기하면서는 ‘천년을 살면 도리어 더 순수해질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찌들다 못해 아예 동심의 세계로 가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 말이다. 그러다보니 구월령을 더 순수하게 표현했어야 했다. 아이처럼 복숭아를 따다주거나 꽃을 주거나, 그런 천진난만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고 납득이 생긴 것 같다. 전설 속, 동화 속 인물이 아니라 ‘저런 게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Q. 굉장히 많이 들었을 법한 이야기, 나이보다 더 들어보인다는 말을 막상 마주하니 결국 꺼내게 된다(웃음). 실제 성격은 좀 아이같은 면이 있는 편인가.
최진혁 : 그 이야기는 정말 너무 많이 들어 이제 아무 느낌도 안 생긴다(웃음). 내 성격은 어른스러울 때는 어른 같고, 아이 같을 때는 아이 같다. 짜증날 때는 칭얼거리기도 하는 편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나는 워낙 솔직한 편이라 하고 싶은대로 한다. 그걸 누군가는 성숙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이같아서 귀엽다라고 생각하기도 할테지. 또 내 안에는 굉장히 많은 내 자신이 공존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배우를 못 그만두고 버틴 이유가 그것이다. 수많은 나를 언젠가는 다 뽑아 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Q. 참, 데뷔 이야기를 꼭 물어보고 싶었다. 연기 수업을 몇 번 받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연기자 서바이벌에서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연기라는 것이 훈련된 스킬도 필요한 것인데.
최진혁 : 지금 생각해보아도 신기하다. 그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치 술에 취해서 방송을 했던 것 같다.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몽롱하다. 사람이 다급하거나 위급하면 초인의 힘이 발휘된다는데, 그 때 내가 아마 그랬나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생방에 나가야 하는데 잠도 제대로 못잤고, 그렇지만 무지막지한 노력을 했다. 그래도 굳이 성공의 비결을 꼽자면, 처음에 워낙 못했기 때문에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아닐까.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납득시키는 것이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는 배우였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납득시키는 것이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는 배우였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납득시키는 것이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는 배우였다

Q. 결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자. 아직 서른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니만큼 비록 이혼남을 연기했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 것 같다.
최진혁 : 아니다. 내 주변 친구들 중 결혼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20대 중반에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래야 철도 빨리 들 것 같았다. 또 아이를 워낙 좋아해서 빨리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무엇보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판타지가 컸다. 가정적으로 잘 살 수 있는 자신도 있었고, 하지만 이 쪽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지켜보면 워낙 바쁜 탓에 상대를 많이 챙겨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있는 것 같더라. 그러면서 안정이 될 때까지 결혼을 뒤로 미루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Q. 아직도 여전히 결혼에 대한 판타지가 있나.
최진혁 : 있다. 아침에 와이프가 해주는 밥을 먹고 나오는 것, 집에 돌아가면 기다리는 식구들이 있는 것. 물론 현실은 몽실이(그가 키우는 강아지 말티즈)가 기다리고 있지만(웃음).

Q. 막상 결혼을 하면 아침을 해주는 와이프가 아닐 수도 있을텐데(웃음).
최진혁 : 내가 챙겨줄 자신도 있다. 원래 그런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Q. 그렇다면 ‘응급남녀’의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이혼한 사람들 중에 재결합하는 비율은 주변을 둘러봐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닌데.
최진혁 :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실 그런 경우가 있긴 있다고 하더라. 그래도 납득이 안간다. 솔직히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오진희(송지효)와 국치프(이필모)가 이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창민과 잘 된다고 해도 과거 상처들이 모락모락 피어날 것이니까. 그러면서 점점 다시 믿음이 사라지고 호감도 떨어질 것 같다. 정말로 다시 합치는 것은 많이 생각해보고 해야하는 일인 것 같다.

이제 다음 작품은 영화 ‘신의 한 수’, 최진혁의 액션을만나 볼 수 있다
이제 다음 작품은 영화 ‘신의 한 수’, 최진혁의 액션을만나 볼 수 있다
이제 다음 작품은 영화 ‘신의 한 수’, 최진혁의 액션을만나 볼 수 있다

Q. 영화 ‘신의 한 수’도 찍었다. 액션 영화라 드라마에서 해보지 못한 액션에 대한 갈증을 풀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최진혁 : 아쉬웠던 것이 몸이 좀 풀리고나니 끝나버렸다는 점이다. 초반에 내가 리드해가는 액션이라 부담감이 컸고, 상대배우가 형이다 보니까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몸이 풀렸다. 이제 될 법하니 끝나버리더라. 그래도 액션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다. 평소 안 해봤던 역할이고 액션신도 많고 남성성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이다 보니까.

Q. 곧 군입대도 해야한다. 군입대 전 어떤 작품을 남기고 가고 싶나.
최진혁 : 군대는 올해 안에만 가면 된다고 하더라. 아직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작품은 내가 뭘 하고 싶다고 해도 그대로 하게 되는 경우는 없더라. 캐릭터도 살펴봐야하고 이런저런 주위의 환경들에도 따라가야 한다. 하고 싶다고 해도 못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고, 그래도 장르를 막론하고 재미있고 끌리는 것을 하고 싶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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