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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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스타 PD’의 전성시대다. 본래 방송국의 프로그램기획자로 작품 선정, 인력관리, 예산 통제 등을 담당했던 PD들의 활동 영역은 최근 들어 전에 없이 확장됐다. PD들이 프로그램의 전면에 서는 경우도 잦아졌다. 예능 PD들은 프로그램의 중심에서 ‘제3의 멤버’와 같이 활약을 펼치기도 한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관찰자는 관찰하는 대상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PD의 이름이 곧 하나의 브랜드처럼 여겨질 만큼 명확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PD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독창적인 색깔을 드러내며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이들에 시청자들의 열광 한다. 그들이 그려내는 세계가 그만큼 깊고 중독성이 강하다는 증거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소위 ‘스타 PD’라 불리는 이들은 무엇을 보고 있으며, 그들이 그려내는 세계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걸까.

그런 측면에서 좌초 위기에 놓여 있던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 부흥의 이끈 유호진 PD의 행보는 눈길을 끈다. 입사한 지 7년 만에 ‘1박 2일’의 신임 수장으로 지휘봉을 잡은 유 PD는 때로는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를 차용한 미션을 구성하는 치밀함을 보이는 연출자로, 또 때로는 출연자에게 한없이 단호한 ‘독한 PD’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여행, 음식, 게임 등 이제는 진부하다 싶을 ‘1박 2일’ 고유의 포맷을 변주해 매회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내는 유 PD의 시선 끝에는 어떠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을까. 시즌3 방송 5개월 차를 맞은 순간에도 “쇄신!”을 외치는 그의 시선을 쫓아가 봤다.

Q. 어느덧 방송 5개월 차다. 치열한 일요 예능 전장에 선 기분이 어떠한가.
유호진 PD: 일희일비할 수가 없다. 아시다시피 한 주 한 주가 전쟁이다.

Q. ‘1박 2일’이 시즌3를 맞으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체적인 구성에서도 신선해졌다는 평이 많다.
유호진 PD: 사실 기획 자체는 크게 달라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하지 못한 것뿐이지, 모두 시즌1, 시즌2 때부터 있었던 기획들이다. 오히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재 ‘1박 2일’은 소재가 고갈된 상태다. 더는 단순히 여행지를 찾아가서 까나리액젓을 놓고 게임을 하는 형식으로는 어떠한 시청자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시즌3 변화의 고민은 그 지점으로부터 시작됐다.
유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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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울 시간 여행’ 편의 경우에는 굉장히 평이 좋았다. 야생도 아닌 텅 빈 서울에서 펼쳐진 개별 미션들이 ‘과거와 현재’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대목에서는 ‘1박 2일’의 외연이 확장됐다는 생각마저 들더라.
유호진 PD: 외연이 넓어진 건 아니다. 예전에 외국인 근로자 특집도 있었고 대학생을 찾아가는 캠퍼스 편도 있었다. 다만 ‘서울 시간 여행’ 편 이전에는 ‘웃음과 재미’에 방점을 뒀었기에 ‘시즌3에는 다른 것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던 정도였다.

Q. 특히 이번 시즌에는 ‘음식’을 중심에 둔 특집들이 더러 있었다. 분명 시즌3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이전 시즌과 공통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살기 위해 먹었던 음식과는 상징하는 바가 크게 다른 것 같다.
유호진 PD: 어디를 가든지 간에 항상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음식’은 여행이라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상당히 중요한 ‘장치’이고 ‘소재’다. 또 대한민국의 역사 문화가 많이 파괴됐음에도 음식 문화는 비교적 잘 보전이 돼 있다. 전승해 내려온 그런 이야기를 담는 게 가장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Q. 원팔이, 모닝엔젤, 칸토스 등의 장치도 눈에 띈다.
유호진 PD: 다양한 시도는 원래 리얼 버라이어티의 덕목이 아닌가. 특히 더 리얼하게 갈 수 없다면 어떤 장치를 쓸 것이냐는 문제가 남게 된다. 솔직히 말해 나는 지금보다 더 리얼하게 갈 자신은 없었고 그래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야만 했다. 필요가 아닌 선택이었던 셈이다, 하하.

Q. 그런 측면에서 새 멤버들의 캐스팅이 상당히 중요했을 것 같다.
유호진 PD: 아무래도 ‘1박 2일’은 여행 프로그램이니까 그 여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방법이 필요했다. 결국 정답은 ‘사람’에게 있었다. ‘1박 2일’은 MBC ‘일밤-진짜 사나이’처럼 특별한 환경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 가깝다. 그런 면에서 새 멤버들이 대단한 사건 없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느냐가 프로그램의 성패와 직결될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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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조합을 예상하고 지금의 멤버들을 선택하게 됐나. 사실 처음에 모든 멤버들이 모였을 때만 하더라도 보통 오묘한 그림이 아니었다. 캐스팅 과정에서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나.
유호진 PD: 여행이라는 게 요약하자면 어디에 가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잘 것인가 하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이다. 무언가 대단한 미션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 상황에도 적절히 제작진과 대립각도 세우고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멤버가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배려심도 중요했다. 아무리 방송이라도 결국 사람들끼리 친해져야 방송에도 그 모습이 담기지 않겠나.

Q. 이제는 출연진의 캐릭터도 어느 정도 잡힌 느낌이다.
유호진 PD: 많이 좋아졌다. 시키지 않아도 꾀를 부리는 막내, 착하고 ‘허당’ 같은 큰형과 ‘얍스’도 있고 의욕이 과다한 데프콘과 모든 걸 뒤에서 조정하는 ‘브레인’ 차태현 등 확실히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캐릭터로 계속 가는 건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시즌1에서 은지원이 ‘은초딩’과 ‘지니어스’를 왔다 갔다 했듯이, 좀 더 양면성 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Q. 시즌1의 강호동과 같은 메인 MC가 없다 보니 자연스레 연출자의 개입도 잦아졌다. 특히 당신의 ‘독함’은 ‘1박 2일’에서 제3의 출연자처럼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유호진 PD: 하하, 나는 독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1박 2일’에는 작가, 조연출, 제작진 등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많다. 내가 독해지는 것도 다 연출자로서 어느 정도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타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연출자의 애드리브가 필요한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다. 대본이 없는 상황에서 정말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자주 직면하게 된다. ‘1박 2일’에 필요한 만큼의 역할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입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1박 2일’이 이렇게 다년간 사랑 받는 건 그만큼 ‘여행’이라는 소재 자체의 매력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당신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가.
유호진 PD: 개인적으로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마치 악보의 마디와 같다고 할까. 낯선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만큼 ‘낯섦’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느낄 기회가 늘어난다는 이야기이다. ‘1박 2일’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그것과 맥이 닿아있다. 사실 여행이라는 건 생각만큼 대단한 결심이나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단지 같이 갈 누군가와(물론 혼자 가도 좋다) 간단한 먹을거리와 눈을 붙일 수 있는 잠자리만 있다면 되는 거다. ‘여행’이라는 단어 자체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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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방송된 지 5개월뿐이 안 됐지만, 어느 정도 당신의 스타일을 알겠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유호진’만의 스타일이라 함은 무엇일까. ‘1박 2일’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유호진 PD: 나의 유일한 스타일이라면, 연차가 짧고 나이가 어리다는 것? 하하. 아직 그런 스타일을 운운한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모바일 기기와 장비의 수준이 발달해도 요즘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개인의 취향’이다. 프로그램이 계속 화제가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1박 2일’을 보시고 ‘오늘 어디로 뭐 먹으러 가볼까?’하는 생각 정도만 하셔도 충분하다. 누군가의 소소한 일상에 도움을 주는 것,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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