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권은 ‘밀회’에서 속물, 강준형을 그의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혁권은 ‘밀회’에서 속물, 강준형을 그의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혁권은 ‘밀회’에서 속물, 강준형을 그의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진심으로, 강준형을 만나보고 싶었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의 세계에서 강준형이라는 남자는 가까이 있으면 쥐어박고 싶을 만큼 얄미운 존재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강준형같은 그런 존재는 참 무수하다. 야망은 큰데 노력은 하지 않는, 아니 쓸데 없는 곳에 노력을 쏟는 그런 부류들, 말이다.

그렇지만, 이 강준형이라는 남자의 동동거림은 언제부터인지 애잔해보이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없고 욕심만 많아 주변사람들을 들들 볶아대는 이 아저씨의 아내(김희애)와 제자(유아인)가 사랑을 하기 시작해서만은 아니다.

자신의 아내와 제자가 남다른 관계의 문턱에 들어선 순간을 목격하고도 본능적인 화를 누르고 자기자신의 안위를 계산하는 그 지독한 속물성 탓에 강준형은 오히려 덫에 걸린 아내 혜원보다 더 불행해보였다.

당연한 본능보다 욕망이 앞서는 이 남자를 앞에 앉혀두고, ‘당신 왜 그렇게 사나요?’라고 물어보고, 또 알아보고 싶었다. 그런 속물들이 드글한 세상이 지긋해서였을까?

박혁권을 만나 이 얄미운 강준형에 대해 물어보았다
박혁권을 만나 이 얄미운 강준형에 대해 물어보았다
박혁권을 만나 이 얄미운 강준형에 대해 물어보았다

Q. 배우들 인터뷰를 여러번 해보았지만, 이번만큼 배우가 아닌 배역을 만나보고 싶었던 적도 또 없었던 것 같아요. 배우 박혁권의 입을 통해 강준형을 더 알아보고 싶네요. 우선, 강준형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박혁권 : 이기적인 남자죠, 하하.

Q. 전사(前事)가 있었을텐데요.
박혁권 :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인물 소개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어요. 준형의 아버지는 음악 학장 정도를 하셨고, 현재의 한성숙(심혜진) 이사장을 중심으로 판이 갈리면서 숙청을 당한 집안의 아들이라고. 그리고 준형 역시도 콩쿨을 나가면 3등 정도는 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아버지가 건재했더라면 그 라인을 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사람이라고.

Q. 은근하게 표현되고 있는데, 영우(김혜은)와 조인서(박종훈) 그리고 강준형과 오혜원 네 사람 관계에도 역사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박혁권 : 네. 준형이 아버지의 몰락 이후 도피성 유학을 갔었고, 그곳에서는 아마도 영우의 수많은 남자 중 한 명 쯤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영우와 함께 유학을 간 것이 바로 혜원이었고요. 영우의 집안에서 외국에서 영우를 케어해주는 조건으로 혜원의 학비를 다 마련해줬을테고요. 그 당시에는 아마 혜원과 준형 사이에는 별 감정이 없었을 겁니다. 아마 그에게 더 필요한 존재는 혜원보다는 영우였을테니까요.

Q. 2회인가요, 대사에 영우가 준형에게 ‘너 혜원과 결혼할 때 걔 껍데기라고 했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대사에서 대강은 짐작할 수 있는 관계가 있었어요.
박혁권 : 그런 대화를 나눌 때 아마 준형은 영우에게 ‘아직 내 맘은 너에게 있어’이런 이야기도 했을테죠. 그리고 준형과 혜원의 감정은 최소한 확실한 것은 혜원과 선재 사이의 감정과 비슷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거예요.

Q. 결국 사랑으로 맺어진 커플이 아니었던거군요. 애초에.
박혁권 : 그렇지만 혜원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요? 준형이 혜원과 싸우다 ‘너도 명품 좋아하고 누리고 싶어 선택한 것 아니었냐’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오니까요. 혜원과 준형은 서로가 서로보다 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을 거예요. 다만, 혜원은 이제 선재를 만나 그 과정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맞닥뜨리게 되었지만, 준형은 아마도 그런 참회의 시간이 끝까지 없을 것 같긴 하네요. 끝을 알 수는 없지만요.

Q. 그래도 명색이 남편인데, 혜원과 선재의 예쁜 장면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박혁권 : 9회와 10회에 그런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너무 예뻤어요. 연애 초반에 생기는 감정들을 잘 표현했더군요. 물론 그런 감정은 3개월 이상 가지 않지만, 하하.

Q. 엇, 사랑에 회의적인 편인가봐요.
박혁권 : 회의적? 그렇다기보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란 것은 질량은 같아도 그 내용물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사랑에서 점점 정이나 책임감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Q. 대부분은 그렇지만, 간혹 숭고하고 지속가능한 사랑을 하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박혁권 : 글쎄요. 제 주변에는 없어요. 본 적이 없네요. 책에서나 영화에서는 봤지만. 그리고 두근거리는 감정이 꾸준히 지속되는 사람을 보면 문제 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니까요. 회의적이라기 보다 그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거죠. 만약 처음 만났을 때 생기는 설렘을 계속 요구한다면, 인간의 수명은 짧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Q. 혹시 지금, 연애 중이신가요?
박혁권 : 아뇨. 그런데 ‘다시 연애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혜원과 선재, 너무 좋잖아요. 연애 초반, 말 안해도 서로 웃고 심장이 뛰고, 영화를 같이 보면서 괜히 귓속말도 하고, 그런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더군요.

강준형의 오묘한 지점은 그가 오늘의 우리를 닮은 속물이면서 불행해보인다는 점이다
강준형의 오묘한 지점은 그가 오늘의 우리를 닮은 속물이면서 불행해보인다는 점이다
강준형의 오묘한 지점은 그가 오늘의 우리를 닮은 속물이면서 불행해보인다는 점이다

Q. 어제 그 장면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정성주 작가님이 참 대단하신 분이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정성주 작가님은 실제로는 어떤 분이신가요?
박혁권 : 자주 뵙지는 못했어요. 대본 리딩, 종방연 이럴 때 주로 뵙죠. 사람이 나이를 먹게 되면 통통 튀는 감각을 잊어버리고 말죠. 게을러지니까요. 그렇지만 정 작가님 처럼 그러지 않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참 한국 사람들은 유독 빨리 늙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아무래도 빨리 자리매김해야겠다는 생각들을 해서, 그쪽으로만 집중을 하고 살아서 그런 것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감정이나 감각보다는 권위, 이런 것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지 않나 싶네요.

Q. 디테일한 표현을 보고 있으면, 저런 사랑을 실제 해보시진 않았을까라는 생각 마저 들 정도더군요.
박혁권 : 게다가 중심 인물 외에 주변부의 작게 나오는 인물들에게도 타당성을 주시죠. 쓰시면서 각 입장에 잘 들어가셨다 나오는 것 같아요. 탁월한 재능이죠.

Q. 비단 작가 뿐 아니라, 배우는 몸으로 타인을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을 것이라 추측하는데요. 일상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많이 관찰하는 편이신가요.
박혁권 : 아무래도, 어렸을 때는 일부러 많이 본 것도 있어요. 어떤 역할을 맡았는데 잘 풀리지 않으면 지하철 역에 가서 계속 앉아 있죠. 보고 있으면 조금씩 다 달라요. 걸음걸이나 여러가지. 어렸을 때는 정말 일부러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직업병이 됐달까요. 대본을 받으면 그 인물의 목표를 찾는 것이 훈련이 되다 보니까 뉴스만 봐도 ‘저 사람 이상한데’라면서 관찰하게 되죠.

Q. 어, 그렇다면 강준형의 목표는요?
박혁권 : 지금의 판을 깨지 않는 것. 최소한 이 판이 유지가 되고, 그 다음으로 나가고자 하는 욕심이죠. 인물을 처음 소개 받았을 때, 이런 말도 있었어요. ‘학장이 되고, 그 다음에는 문화부장관까지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실제로 폴란드에서는 피아니스트 출신의 장관이 있다고 하니, 뭐 불가능한 것은 아닐테지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은 없는 놈이죠. 주변 사람 참 피곤하게 만드는 그런 타입, 하하.

Q. 그런 사람은 주변에 참 많죠, 하하.
박혁권 : 굳이 나서서 찾지 않아도 정말 많아요.

Q. 강준형이 이해는 되나요?
박혁권 : 이해는 할 수 있어요.

Q. 저의 경우, 적당히 거리가 있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이해는 되는데, 내 아내, 내 남편, 내 가족에게까지 그렇게 머리를 굴릴 수 있을까는 언뜻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박혁권 : 오히려 반대일 수 있어요. 만약 제가 이 친구(옆에 있던 매니저)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는 대신 나서서 따질 수 있는데, 막상 내 앞에 일이 닥쳤을 때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그러니 강준형이 이해는 되는데, 글쎄요. 이해심…으로는 또 참.

인터뷰②에서 계속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헤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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