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권은 연극판에서 꽤 노력파였다. 그는 타고나 천재는 아니었지만, 노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박혁권은 연극판에서 꽤 노력파였다. 그는 타고나 천재는 아니었지만, 노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박혁권은 연극판에서 꽤 노력파였다. 그는 타고나 천재는 아니었지만, 노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박혁권과의 대화는 몹시 편안했고 즐거웠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가 흔히 그러하듯 말이다. 박혁권은 ‘밀회’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기자는 ‘밀회’에 푹 빠진 열혈 시청자였다. 하나라도 더 듣고 싶어 1시간 남짓 인터뷰에서 쉴새 없이 질문을 했는데, 사실 질문이라기보다 대화처럼 흘러가버렸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진심으로 드라마에 대한 소감을 전하니, 그도 진심으로 화답했다. 뜨거운 속내가 눈물로 번진 순간도 있었다.

참, 박혁권이 텐아시아 사무실을 들어온 순간, 갑자기 (예상치 못한)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아이돌이 그토록 많이 드나들어도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러고보면 이 사람, 참 대단하다. 능글능글한 중년의 속물을 이렇게 귀엽게 그리는 것은 정말이지 탁월한 능력이다. 결국 텐아시아의 막내 기자 P 씨는 그가 아끼던 올라프 인형을 선물했다. 박혁권이 올라프와 닮은 꼴로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박혁권은 ‘정말 주는거냐?’라며 뛸듯 기뻐했고, 즉석에서 올라프와의 ‘밀회’라는 주제로 사진 촬영도 진행됐다. (관련기사 링크 : ‘밀회’ 강교수 박혁권, 올라프와 만났다!)

아쉽게도 1시간 이후 그를 보내야 했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꼭 다시 만나 ‘밀회’의 강준형 뒷 이야기를 더 청해 듣고 싶다.

박혁권은 안판석 PD와의 대화 한 부분을 전하다 눈물을 보였다 그 내용을 그대로 싣지 못하지만, 그 눈물의 진심만큼은 전하고자 했다
박혁권은 안판석 PD와의 대화 한 부분을 전하다 눈물을 보였다 그 내용을 그대로 싣지 못하지만, 그 눈물의 진심만큼은 전하고자 했다
박혁권은 안판석 PD와의 대화 한 부분을 전하다 눈물을 보였다 그 내용을 그대로 싣지 못하지만, 그 눈물의 진심만큼은 전하고자 했다

Q. 10회에서 혜원과 선재의 밀회를 직감하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의 해석은 제각각이었어요. 준형이 혜원과 선재의 관계에 분노했다는 의견도 있고, 준형에게 아내가 바람피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으니 빨리 가서 서한재단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 즉 자기 안위에 대한 생각이 앞섰다는 분석도 있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혁권 : 공존할 것 같아요. 바람난 아내에 대한 분노도 물론 있을테지만, 막상 그것을 목격한다면 볼 용기가 있을까 싶네요. 그래도 잡으러는 가긴 하지만요. 그리고 준형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판이 깨지지 않는 거예요. 확실한 것은 준형은 혜원과 선재와 삼자대면을 하면서 결론을 내려는 용기조차 없는 놈이에요. 지금은 소리로만 들었고 문자로만 확인했는데 만약 실제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을 봤다하더라고 앞으로 나설 인물인지 모르겠어요. 굳이 나서 판을 깨려할까 싶어요.

Q. 7~8회 쯤, 준형이 처음으로 선재와 혜원의 심상치 않은 관계를 목격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때 표정을 봐도 준형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어요. 안판석 PD님의 특별한 디렉션이 있었나요.
박혁권 : 감독님은 일단 감정적 반응은 하지 말고, 철저히 계산이 들어가는 표정을 요구하셨어요. 화가 난다거나 애처롭다거나가 아니라 냉정하게 지켜보고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하라고 하셨어요.

Q. 안판석 PD님 하면 역시 디테일이죠. 그리고 영상의 구도도 너무 좋아요. 벌써 안 PD님과 여러 작품을 하셨는데, 이제는 ‘아, 이렇게 찍으시겠구나’ 하는 감이 오나요?
박혁권 :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뇨. 모르겠어요. 감독님은 먼저 프리하게 배우들과 리허설을 해보시고요, 그 다음에 카메라 동선이나 이런 것들을 말씀하세요.

Q. 철저하게 계산을 해오시고, 현장에서의 리허설을 통해 변수까지 다시 체크하시는 거군요.
박혁권 : 맞아요.

Q. 그런데 박혁권 씨 연기도 디테일이 살아있어요. 인상 깊었던 것이 전화를 거는 신에서 전화가 걸리는 시간까지 계산하고 대사를 하시더라고요.
박혁권 : 그런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그런 것들이 살아야 신뢰를 얻을 수 있죠. 작은 것들이 어그러지면 가짜가 돼버려요. 최대한 진짜처럼 해야하죠. 안 감독님도 가끔 그런 지적을 해주세요. 워낙 꼼꼼하고 디테일한 분이시니까요. 저는 꼼꼼하고 디테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요.

박혁권은 과거 배역을 위한 메이크업이 아니고서는 거부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박혁권은 과거 배역을 위한 메이크업이 아니고서는 거부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박혁권은 과거 배역을 위한 메이크업이 아니고서는 거부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Q. 시청자들이 지나쳤지만, 현장에서 놀랐던 디테일함은 혹시 없나요.
박혁권 : 흠, 있을텐데요. 그런데 정말 드라마하면서 선수들한테 연락을 많이 받아요. 예컨대, 얼마 전에도 영화감독들한테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다들 ‘선재네 집 진짜 세트야?’ 이런 것들을 물어봐요. 세트 맞아요. 그런데 영화에서도 그만한 세트를 만들기가 어려운데, 시간이 촉박한 드라마에서 만들었으니까 다들 놀라는 거죠. 채워놓은 소품들 보면 다들 대단하다고 하죠. 참, 그런데 질문이 뭐엿죠?

Q.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디테일한 것들을 귀띔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박혁권 : 아, 저희는 화장하고 자는 배우가 한 명도 없어요. 화장을 다 지워요. 그리고 머리 감는 신이 나오면 정말 머리에 물을 다 묻혀요. 보통을 머리를 털고 나왔는데 수건이 말라있잖아요. 우리는 절대 그런 일이 없죠. 그리고 세트들은 정말 집처럼 지어서, 조명 세팅하기가 다른 곳보다 힘들 거예요. 벽이나 지붕을 뜯을 수가 없으니까. 대신 찍어서 보면 진짜 집 같은 느낌이 들죠.

Q. 피아노 연주하는 장면은 디테일의 절정이죠. 참, 그런데 강 교수가 연주하는 장면이 자주 안 나와 아쉬운 마음도 들 것 같아요.
박혁권 : 1회에 한 번 나왔어요. 그래도 저는 짧게 몇 마디 치는 것이라 쉬웠어요. 그런데 유아인 씨는 전곡을 다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그 음악을 다 외워야하고 손의 포지션도 다 외워야 해요. 보고 있으면 깜짝 놀라요. 처음에 1회에서 같이 할 때는 실력이 비슷했던 것 같은데, 이제 느는 속도가 눈에 보여요. 장난 아니에요. 위에서 잡아서 건반을 정확하게 누르는 신들은 피아노 선생님들이 대역을 하시기도 하는데, 아인 씨 꺼는 이제 웬만한 것은 그냥 써도 될 것 같다고 하세요.

Q. 그런가하면 조인서 교수 역을 맡으신 실제 피아니스트 박종훈 씨와도 극중에서 자주 만나시잖아요.
박혁권 : 박종훈 선생님, 연기 느는 것도 눈에 보여요. 그 분은 기본적으로 솔직한 분이세요. 꾸미지 않으시죠. 연기를 하기에는 그런 조건이 아주 좋아요. 어떻게 보이나, 어떻게 해야 진짜처럼 할 수 있나를 고민하기 시작하면 잘 안되는데, 그 분은 진짜 말할 때처럼 그냥 하세요. 느는 속도도 엄청나요. 짜증나죠, 하하. 나는 죽을 때까지 해도 그분처럼 피아노를 못칠텐데 그분은 다음 작품에서 또 연기를 하면 저를 금방 따라잡을 것 같아서요. 아마 이 작품 끝나면 또 러브콜이 들어가지 않을까요?

Q. 현장 분위기가 참 좋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작품을 향한 반응이 워낙에 뜨거워서 배우들의 자부심도 하늘을 찌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혁권 : 이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진짜, 휴. ‘밀회’ 하면서 너무 행복해요. 저는 아무리 제가 출연한 작품이라도 재미없으면 못봐요. 물론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겟지만, 훌륭한 작품인 건 분명해요. 아마 이 드라마가 제 첫 드라마였다면 앞으로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촬영장 분위기도 좋아요. 학구열에 불타는 그런 분위기에요. 목표점이 명확하고 노력해야할 지점들도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서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그런 촬영장이에요.

Q. 첫 드라마가 ‘하얀거탑’이셨잖아요.
박혁권 : ‘하안거탑’ 하고는 스태프, 배우들과 만나서 술을 진탕 마셨고, 또 매번 울었어요, 하하. 여파가 워낙에 세서. 먹다 보면 한 쪽에서 울고 그러면 같이 울고, 진짜 한달 넘게 그랬네요. 그러다 그 다음 드라마였던 ‘개와 늑대의 시간’ 감독님을 미팅한다고 만났는데 그때 감독님이 ‘얼굴이 원래 이러세요? 많이 상하셨네요’ 그러셨죠, 하하.

Q. 그러고보면 안판석 PD와의 인연은 참 특별하네요.
박혁권 : 연극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공연 자체를 잘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것을 보고 누가 나 좀 캐스팅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더 앞선 거예요. 그럴 바엔 그냥 영화로 가자해서, 그 해까지만 연극을 하고 영화쪽으로 가서 오디션을 봤어요. 영화에서 드라마로 넘어간 것도 안판석 감독님 ‘국경의 남쪽’ 오디션을 보러갔다가, 그 다음 해에 연출부랑 통화를 하는데 ‘안 감독님, 드라마 준비하신다. 전화드려’라는 이야기를 듣고 연락을 드렸어요. 안그래도 너 할 역할 있다고 하셔서 ‘하얀거탑’을 하게 됐죠. 저한테는 정말 감사한 분이죠. ‘세계의 끝’ 할 때도 ‘밥은 먹고 다니냐’, ‘밥벌이는 되냐’라고 꼭 물어보세요. (이 이야기를 하다가 박혁권의 두 눈이 갑자기 빨개졌다)

Q. 안판석 PD님을 떠올리시기만 해도 뭉클해지시는군요.
박혁권 : (티슈로 눈물을 닦으며) 늙어서 이래요, 하하. 이번에도 사실은, 아휴. 아무튼, 안 감독님이 작품을 하시는데 제게 연락을 주시는 거면 저는 꼼짝말고 감독님 작품을 할 거예요.

박혁권, 아직도 사진촬영, 스타일리스트가 매만져주는 옷들이 어색하다고 말한다
박혁권, 아직도 사진촬영, 스타일리스트가 매만져주는 옷들이 어색하다고 말한다
박혁권, 아직도 사진촬영, 스타일리스트가 매만져주는 옷들이 어색하다고 말한다

Q. 분위기 전환 겸, 과거 인터뷰에서 한 재미있는 발언을 읽어드릴게요. 당시에 4B연필로 눈썹을 그리고 나왔고 5년된 컬러 로션을 바르고 나오면서 ‘변했네, 나도’라고 하셨어요. 오늘은 뭘 바르고 나오셨나요?
박혁권 : 하하. 예전의 내가 아니에요. 완전히 변했죠. 숍에 갔다왔어요. 예전에 ‘하얀거탑’ 찍고 잡지 인터뷰 하는데 숍에 갔다오라 그래서 화를 냈어요. ‘내가 애완견이냐고’라면서. 요즘은 다들 하는데 나만 안하면 이상하니까 해요. 그렇지만 지금도 사실은 안 하고 싶어요. 쇼맨쉽을 못하는 것 같아요.

Q. 예뻐지면 기분 좋지 않나요?
박혁권 : 그쪽으로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또 예뻐져 봤자 한계가 있으니까요. 만약 숍에 3번 가면 정우성 된다 그러면 가겠어요. 새벽부터 가있을 거예요, 하하.

Q. 끝으로, 한 가지 더 물을게요. 노력을 하면, 그 보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박혁권 : 그러길 바라고 있어요.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전 종교도 없지만, 가끔 보름달 보고 단체로 소원을 빌라고 하는 시간이 마련되면 속으로 늘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한 만큼만 돌아오게 해달라고, 안 했는데 주지는 말라고, 그렇지만 했으면 달라고’.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헤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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