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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스타 PD’의 전성시대다. 본래 방송국의 프로그램기획자로 작품 선정, 인력관리, 예산 통제 등을 담당했던 PD들의 활동 영역은 최근 들어 전에 없이 확장됐다. PD들이 프로그램의 전면에 서는 경우도 잦아졌다. 예능 PD들은 프로그램의 중심에서 ‘제3의 멤버’와 같이 활약을 펼치기도 하고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관찰자는 관찰하는 대상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PD의 이름이 곧 하나의 브랜드처럼 여겨질 만큼 명확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PD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독창적인 색깔을 드러내며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이들에 시청자들의 열광한다. 그들이 그려내는 세계가 그만큼 깊고 중독성이 있다는 증거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소위 ‘스타 PD’라 불리는 이들은 무엇을 보고 있으며, 그들이 그려내는 세계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걸까.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이영돈 PD는 그런 측면에서 입지전적한 인물이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채널A의 개국 멤버로, 또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하 ‘먹거리 X파일’), ‘이영돈 PD의 논리로 풀다’, ‘이영돈·신동엽 젠틀맨’(이하 ‘젠틀맨’) 등 다수 프로그램의 연출자이자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가히 ‘현장형 PD’라고 불릴 만하다. 얼마 전 채널A 전무로 승진했다는 그는 “발로 뛰어야 통념을 깰 수 있다”며 현장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외치는 그의 시선을 쫓아가 봤다.

Q. 얼마 전 종방한 ‘젠틀맨’은 채널A의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았으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자체의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영돈 PD: ‘젠틀맨’은 기존의 채널A 시청자층보다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여전히 시청자층 분포에서는 채널의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아무리 케이블, 종편의 시청 연령대가 젊어졌다고는 해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나와 신동엽의 조합이라 ‘어느 정도는 반응이 올라오겠지’ 싶었는데 생각만큼은 잘 안 됐다. 내가 과대망상이었나. (웃음)

Q. 분명 유행은 돌고 도니까 몰래 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이영돈 PD: 충분히 나올 시점이 됐다. 또 그게 아니더라도 ‘젠틀맨’이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 거고. 포맷의 문제라기보다는 예능과 교양 중 어느 것에 좀 더 방점을 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프로그램이 정체성을 찾고 자리 잡기에는 시간도 부족했다.

Q. ‘젠틀맨’에서 당신의 역할은 ‘연출’이 아니라 ‘진행자’였다. 또 ‘먹거리 X파일’에서 진행을 할 때와는 느낌이 다르더라.
이영돈 PD: 프로그램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젠틀맨’에 출연하면서 ‘어디까지 무너질 것인가’를 계속해서 고민했다. 본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즐기는 성격이라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예능적 재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 ‘무너짐의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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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면 ‘먹거리 X파일’에서는 ‘진행자’라기보다는 ‘실험자’에 가까운 모습이다. (웃음)
이영돈 PD: 그건 온전히 나의 연출 스타일이 반영된 거다. 완전히 객관적으로 정보만 전달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는데, 나는 ‘먹거리 X파일’에 내 이름을 넣을 때부터 나를 통해 간접경험을 전달하고 싶었다. 간접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은 심리적인 근접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먹거리 X파일’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Q. 간접경험이라는 건 당신이 그만큼 대표성을 띤다는 이야기인가. 사실 음식의 맛이나 느낌 등은 굉장히 주관적인 감정들 아닌가.
이영돈 PD: 대표성을 띠는 건 아니다. 방송은 개인화된 정보를 특성화해 전달하는 거다. 모든 정보를 쏟아내는 백과사전적인 정보는 크게 의미가 없다. 내가 ‘먹거리 X파일’에서 직접 등장한 건 프로그램의 PD이자 기획자로서 내가 수집한 정보들의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Q. 근래에 들어 PD의 역량이 점차 중요해지는 추세다.
이영돈 PD: 좀 더 심화될 거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전문화된 캐릭터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은 콘텐츠가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마치 ‘래리 킹’(미국 텔레비전 라디오 진행자)처럼 프로그램의 중심에 서는 사람이 하나의 브랜드처럼 통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Q. 그런 측면에서 당신의 프로그램들도 참 일관성이 있다. 지상파 채널에 있을 때도 주로 탐사보도에 집중하지 않았나.
이영돈 PD: 의제를 설정하는 게 방송의 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연출했던 KBS1 ‘생로병사의 비밀’, ‘일요스페셜-술·담배·스트레스에 관한 첨단보고서’, ‘소비자고발’, ‘먹거리 X파일’ 등이 모두 그런 맥락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생각의 출발은 의제를 던져 사회를 변화시키자는 거다.

Q. ‘먹거리 X파일’은 방송 직후 늘 논란 혹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만큼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들춰낸다는 건 위험부담이 따른다.
이영돈 PD: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뭔가 어두운 부분을 들춰내면 누군가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긴다. 좋지 않은 방식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래도 좀 더 대의를 우선순위에 두려 한다. 또 반대로 140만 원 짜리 고급 팩과 4만 원짜리 일반 팩을 사용하면 실제로 그 효능의 차는 크게 없는데도 140만 원짜리가 불티나게 팔리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방송의 파급효과는 종잡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 PD의 시선① 이영돈 PD, “발로 뛰어야 통념을 깰 수 있다”
Q. ‘젠틀맨’도 그렇지만 ‘먹거리 X파일’의 ‘착한 식당-모자이크를 벗겨라’도 ‘착함’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착함’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중요한 의제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이영돈 PD: 사실 MSG(L-글루탐산나트륨)만 안 넣는다고 해서 ‘착한 식당’이 되는 건 아니다. ‘먹거리 X파일’을 통해서 조명하고 싶었던 건 음식의 맛이나 가격이 아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었다. 물론 미디어의 파급효과를 생각한다면 ‘착한 식당’으로 선정되는 게 어느 정도 홍보 효과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성실하게 살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사회 시스템이 잘못된 게 아닌가. 우리와 굉장히 먼 이야기 같았던 ‘착함’을 꺼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먹거리 X파일’은 열심히 사는 분들이 행복한 삶은 사회가 되도록 변화를 촉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장에서 발로 뛰어 얻은 정보로 통념을 깨나가는 것, 그게 내가 PD로서 계속해서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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