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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가 23일 SBS ‘인기가요’에서 ‘보름달’로 1위에 올랐다. 이로써 선미는 원더걸스에서 솔로로 데뷔한 후 TV 순위 프로그램에서 첫 정상을 거머쥐었다. 첫 싱글 ‘24시간이 모자라’를 발표한 것이 작년 8월로 솔로 데뷔 약 6개월 만에 1위에 오른 것이다. 사실 원더걸스의 그리 확고하지 않은 팬덤을 봤을 때 작년 ‘선미 카드’는 JYP엔터테인먼트로써 ‘조커’나 ‘에이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24시간이 모자라’ 단 한 곡으로 자신의 입지를 각인시켰고, 후속곡 ‘보름달’로 너끈히 정상에 오르며 순항 중이다. 이는 JYP 도약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1위 곡 ‘보름달’이 JYP의 수장이자 대표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아닌 용감한 형제의 곡이다. 이번 선미의 EP ‘풀 문(Full Moon)’에 ‘24시간이 모자라’를 제외하면 박진영이 만든 신곡은 단 한곡도 없다. 물론 박진영은 총괄 프로듀서로 선미 앨범을 진두지휘했다. 이러한 사실은 JYP로서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발표하는 가수들은 대개 박진영이 타이틀곡을 작곡해왔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백아연의 ‘어 굿 보이(A Good Boy)’는 작곡팀 e.one, JOO의 ‘나쁜 남자’는 이트라이브의 곡이었다. 박진영 프로듀서는 작년에 나온 미쓰에이의 정규 2집 ‘허쉬(Hush)’에서도 타이틀곡을 포함한 신곡 작곡은 다른 작곡가에게 맡기고 총괄 프로듀서만을 맡은 바 있다. 이트라이브가 만든 미쓰에이의 허쉬 역시 순위프로그램 1위에 오르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박진영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작곡에서 빠지는 이러한 행보는 JYP의 음악적인 색의 변화로 이어지는 중이다. 이번 선미의 음반이 대표적이다. 용감한 형제가 만든 ‘보름달’은 기존에 박진영이 만들어온 후크송, 또는 올드스쿨 펑크(funk), 퍼랠 윌리엄스 스타일의 트렌디한 R&B에서 모두 벗어나 있다. 용감한 형제 역시 박진영과 마찬가지로 R&B에 기반을 둔 작곡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용감한 형제는 세련된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대중의 기호에 맞게 적절한 절충을 할 줄 안다. 이러한 절충이 ‘보름달’에 잘 나타난다. 이 곡이 첨단의 곡은 아니겠지만, 대중이 듣고 즐기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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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에 담긴 곡들을 살펴보면 일렉트로니카부터 R&B 발라드, 브릿팝 성향의 곡까지 제각각의 장르를 보인다. 기존에 JYP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타일의 록 성향의 곡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음악의 완성도는 문제가 없다. 다양한 작곡가의 참여로 첫 EP에서 선미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헌데 ‘24간이 모자라’ 외의 곡에서 박진영 특유의 섹시하고 매끈한 매력이 덜했다. 예전에는 박진영의 존재가 과하다 싶을 정도였지만, 막상 이렇게 확 빠져버리니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뭘까? 박진영이 JYP의 ‘뜨거운 감자’가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박진영의 색이 짙게 깔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무대를 보기 전에 ‘보름달’의 음원부터 들었을 때에는 조금 의아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곡이 평이했기 때문이다. ‘24시간이 모자라’만큼의 섹시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파격’이나 ‘트렌드’보다는 ‘친숙함’을 택한 것이었다. 가령, 씨스타와 같이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일 수 있는 트랙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방향은 조금 의외였다. ‘24시간이 모자라’에서 선미가 보여준 음악과 섹시함이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뱀파이어 콘셉트의 뮤직비디오와 무대를 보니 수긍이 갔다. 전작에 이어 무용에 가까운 고난이도의 퍼포먼스와 참신한 동작이 적절히 매치된 안무는 ‘보름달’의 매력을 배가 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선미는 박진영의 진두지휘 아래 JYP 안무 팀이 만들어낸 섬세한 안무와 콘셉트를 꽤 잘 연기해냈다.

올해 들어 걸그룹의 섹시 퍼포먼스가 과잉으로 치닫고 있지만, ‘24시간이 모자라’부터 선미는 분명 이들과 구분되는 영역이 있었다. 무용에 가까운 고난이도의 안무, 그리고 선미의 외모가 지니는 순수함이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되바라지지 않은 여성의 순수함과 단련된 육체가 주는 농염함이 결합된 섹시함이랄까? ‘보름달’의 작곡에서 박진영은 빠져있지만, 선미의 캐릭터에서는 그 색(무표정+고난이도 안무+과감한 동작)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처럼 박진영이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한 걸음 물러서서 가수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으로 막후지원을 하는 방식이 좋은 결과를 거둔 것이다. JYP의 색과 비(非)JYP의 색이 융합된 힘.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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