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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이 날던 때 별안간 툭 하고 떨어졌다.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리며 비연예인으로는 드물게 MBC ‘무릎팍도사’에도 출연하며 승승장구하던 때 갑작스럽게 논문표절 의혹 기사가 보도됐고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건 케이블채널 tvN ‘김미경 쇼’에서도 자진 하차했다. 표절 의혹이 인 몇달 후 문제의 석사 학위 논문을 쓴 이화여대에서 ‘인용, 재인용으로 인한 문제는 있으나 연구방법과 연구결과에 있어 별개의 연구성과를 도출했다’며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와 후속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해당 논문을 인정한다는 공문을 받았지만 굳이 해명에 나서지는 않았다.

20여년 넘게 ‘공부’로 밥먹고 살아 온 강사로서 의혹이 일 만한 논문을 쓴 데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건 후 김미경 원장은 해당 논문을 다시 써서 개인 소장용으로 보관중이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1년이 지나 김 원장은 3월 중순 첫방송하는 종합편성채널 JTBC ‘나만 그런가’로 시청자들과 다시 만난다. “오히려 그 때 논문 사건이 터진 것이 나를 더 성장시키는 기회가 됐다”며 여전히 호탕한 언니다운 웃음을 잃지 않는 그에게서는 다시금 자신의 삶과 지혜를 대중과 나누고자 하는 열정이 읽혔다.

Q. 꼭 1년만의 방송 복귀다.
김미경: 그러고보니 3월이면 딱 1년이다.(웃음) 마지막 방송이 작년 3월 14일 MBC ‘무릎팍도사’였으니까. 표절 관련 기사가 나온게 작년 3월 19일이었는데 그날 전화가 하도 많이 와서 회사 직원이 무서워서 전화기를 꺼두고 있었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Q. 다시 복귀하는 마음이 어떤지 궁금하다.
김미경: 작년 초 tvN에서 ‘김미경 쇼’를 할 때는 ‘뛰던 김에 뛸 때’였던 것 같다. 여기 저기서 방송이며 강연이 물밀 듯이 들어왔을 때. 지금은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주위에 많이 물어봤다. 사람들에게서 “예전이랑 똑같았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돌아오더라. 당연히 나에 대한 시선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지니고 있는 색깔과 에너지가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Q. 방송을 쉰 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
김미경: 내 인생에 일어난 이 사건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생각을 많이 하며 보냈다. 어쨌든 내 인생에 벌어진 사건이고 내가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아마 평생 동안 나를 따라다닐 사건일 텐데 생각날 때마다 밉고 싫으면 안 되니까. 주위에서는 ‘논문 사건이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얘길 하지만 난 “있었던 게 다행이다”라고 얘기했다. 그 사건으로 볼 수 없었던 여러가지를 보는 눈이 생겼다. 예를 들면, 내 강의를 들었던 중고등학생들이 내게 ‘다 지나갈 거다’라고 충고해주더라(웃음) 재밌었다. ‘어라, 나보다 서른살 넘게 어린 애들이 내 스승이네’하는 생각도 들면서. 뭐든 가까이 붙어있으면 안 보인다. 멀리 떨어뜨려서 하늘 위에서 나를 보는 연습을 했다. ’20여년 동안 강의하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신중하지 못하게 처리한 일들이 모여 있다 무거운 수증기가 돼 떨어지는구나. 그게 순리였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누구도 원망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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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논문 사건을 통해 오히려 많은 걸 배웠나보다.

김미경: 맞다. 이 일에 대해 내가 뭔가 해석하고 출발하는 게 도리란 생각을 했다.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란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 맘이 불안해진다. 그리고 그 두려움과 불안으로 마음이 꽉 차면 내일을 못 산다. 사건을 겪으면서 내일을 어떻게 살아갈지 ‘사는 연습’을 하는 방법을 찾아봤다. 내가 가진 새로운 깨달음 40개를 매일매일 정리해봤다.

Q. 스스로도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
김미경: 사람들을 대하는 시선이 굉장히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예전의 나는 ‘잘해내야 한다’는 목표가 있으면 그저 한 곳만 보고 뛰는, 전력질주하는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좌우를 많이 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할 때면 ‘작은 곳에서 만나는 20명과 만나는 자리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선이 좀 달라지니까 결과도 당연히 달라지고. 콘텐츠도 달라지는 것 같다. ‘사람이 안 보던 곳을 보려면 계기가 있어야 하는구나’란 생각이 든다.

Q. 강연에 대한 느낌도 예전과는 다르겠다.
김미경: 많이 다르다. 예전엔 꿈을 가지고 ‘열심히’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꿈을 찾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불안하고 초조하고 힘든 일에 대해 그것과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푸근해지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Q. 쉬는 동안 미국에도 다녀왔다고 들었다.
김미경: 영어공부를 하는 게 그동안 나의 소망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을 갔을 때 여기서 나중에 강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곳 아이들에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바로 불이 붙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그래서 사실 지난 5년간 계속 영어공부할 짬을 내보고 싶어 회사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다 도저히 시간이 안 나 포기했었다. 그랬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기회가 왔다(웃음) 모두들 가라고 했다. 논문 사건 후 회사도 불안한 상황에서 직원들과 남편, 아이들을 모두 두고 떠나는 게 쉽지 않더라. 내가 그동안 집착했던 걸 두고 떠나는데 가뿐할 리 있겠나. 커다란 짐이 질질 끌려오는 느낌인데 미국 도착하니 반이 끊어지더라. 그러다 공부하기 시작하니 다 잊어버렸다. 공부만 무지 열심히 했다. 애들이며 회사 직원들, 남편이 나를 어떻게 보내줬는데 1분 1초도 허투루 보내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하니 A로 채워진 성적표가 따라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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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 프로그램 제목이 ‘나만 그런가’다. 이전의 강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김미경: 사람들이 요즘 왜 가족 프로그램에 열광할까를 살펴봤다. 지상파 MBC ‘아빠 어디가’부터 종합편성채널 JTBC ‘유자식 상팔자’까지. 그랬더니 사람들이 힘들고 외로우면 원초적으로 가족 콘텐츠에 가깝게 있을 때 안정감을 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회 불안이나 고독에 대한 반증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왜 원초적으로 고독하고 불안할까를 들여다봤더니 그 안에는 ‘나만’이라는 키워드가 있더라. 20대들은 ‘왜 나만 취업을 못했을까’ 30대들은 ‘왜 나만 결혼을 못했을까’ 40,50대 가장들은 ‘왜 나만 애들에게 왕따당하고 사나’ 하는 식의.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는 스무 가지가 있는데 그걸 보기보다는 내게 없는 한두 가지때문에 자괴감에 빠져 극한으로 고독해지는 것 같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집에서 혼자 생각할 땐 ‘나만 그런 것’ 같지만 나와서 사람들과 소통하다보면 그렇지 않다. 다들 본인만의 희로애락이 있다. 그렇게 소통하는 힘이 사람들에게 다시 생각해 보고 뛸 힘을 주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500명의 방청객을 초대해 매 주제에 따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Q. 어떤 일정한 룰을 강요하는 사회적인 시선을 조금 벗어나자는 얘기인가
그렇다. 사회가 요구하는 ‘제때’에 대한 관념을 깨자는 말을 해보고 싶다. 내 삶에 좀더 자유를 부여하고 부적절한 속박때문에 자기 삶에 대해 부정적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Q. 그간의 강의에 대해 ‘꿈’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가 다소 반복되고 있다는 평도 있었다.
김미경: 이전에 ‘꿈’에 대한 얘기를 전할 때 놓치고 간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꿈은 본질적으로 운명의 수레에 갇히지 않은 이들이 꾸기 쉽다. 가정도, 몸도 평안한 이들이 일단은 꿈을 꾸기에 유리하다. 그들은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지만 꿈 밑에 운명에 깔린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공부하려는 데 갑자기 집이 망하거나 몸이 아프거나하는 등의. 이런 사람들은 한 단계 치유하고 꿈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점을 적절히 건드려려주지 못한 데 대해 반성했다. 아마 전달하는 내용은 예전과는 많이 차이가 날 것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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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복귀에 대해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여전한 비판 의견도 존재한다.

김미경: 그것조차 순리인 것 같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도 어디서 온 건지 모르게 형성된 거라면, 또 그렇게 흘러가는 게 당연한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건 나에게 집중해서 내가 내 삶을 신중하고 열정적으로 사는 것 같다. 그게 기대하고 기다려주신 분들에게도 제일 좋은 선물일 것 같다.

Q. 복귀하면서 여러 계획도 많이 세웠을 것 같다.
김미경: 의미 있는 기획을 해 보고 싶다. 사건을 겪으며 느낀 건데, 돈이 들어올 때는 독도 따라 들어오는 것 같더라. 갑자기 인기가 있고 잘될 때는 안 들어와도 되는 돈이 들어온다. 그런 돈의 기운의 밸런스도 맞춰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들어오기 전부터 내보내는 돈을 정해놓자고 생각했다. 50을 넘어서 인생의 반환점을 돌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돈을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송 출연료는 좋은 데 찾아 전액 기부하자고 계획을 잡았다. 또 ‘내가 사는 방법 40가지’를 주제로 작은 토크 모임도 하고 싶다.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산간 벽지 초등학교에 책을 보내주는 데 쓸 수 있을 것 같다. 대규모 강연과는 또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그게 강연을 하는 나 스스로를 치유해줄 것 같다. 남을 돕자는 모든 일은 결국 자기 치유니까.

Q. 여전히 ‘꿈’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는 꿈은 어떤 의미인가.
김미경:
꿈에 대한 얘기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꿈을 성공이 아닌 ‘성장’으로 믿어왔고 꿈은 나를 가르치고 키우는 스승이다. 아침에 나를 깨우는 애도 꿈이고. 그만하고 싶어라고 할 때 나를 다독거리는 애도 꿈이다. 내 안에 다른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정확히 알고 있다. 바로 그 존재가 내 안에 있는 제일 좋은 친구고 나를 성장시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꿈만으로 해석될 수 없는 게 인생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일들에 맞닥뜨리곤 하지 않나. 그래서 꿈과 함께 자신의 운명을 긍정적이고 피와 살이 되도록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내 인생에 불행을 가져다 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나를 깨닫게 하기 위해 수고롭게 메신저 역할을 해 주는 거다. 모든 사건을 재해석하면 나를 죽이는 해석도 가능하고 나를 살리는 해석도 가능하다. 육체의 고통이 있어야 생각이 깊어지듯 외부로부터 가해진 결핍은 사람의 생각을 무르익게 해서 나오는 말을 다르게 하는 것 같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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