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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음악을 제작하는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프로덕션팀(조영철 프로듀서, 이민수 작곡가, 김이나 작사가 등)은 가인의 음악도 함께 제작한다. 이 프로덕션팀의 음악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유를 제작할 때보다 가인의 음악을 만들 때 기존 가요의 트렌드에서 더 자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아이유의 음반을 만들 때 대중적인 멜로디, 그리고 아이유의 이미지에 신경을 쓴다면, 가인의 음반을 만들 때에는 해외의 팝 트렌드, 그리고 기존에 여가수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스타일의 것들을 꽤 과감하게 시도하는 편이다.

최근 세 번째 EP ‘진실 혹은 대담(Truth or Dare)’에서도 가인은 색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인의 새 앨범에서 좋은 음악을 기대한다면, 그건 전작들인 ‘스텝 2/4(Step 2/4)’ ‘토크 어바웃 에스(Talk About S)’가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앨범들에서 가인은 여러 장르에 대한 상당한 표현력을 보여주며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여타 여가수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가령, 가인이 온몸으로 표현해낸 ‘피어나’의 경우 훈육된 걸그룹이 어엿한 여가수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언문과도 같았다고 할까?
가인스타일컨셉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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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도 음악에 대한 기대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특히 ‘진실 혹은 대담’은 훵크(Funk)의 전통적인 미감을 살리되 일렉트로니카를 적절히 배합한 곡으로 가인이 가진 요염한 소리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이런 마니악한 스타일(어디까지나 국내 정서상)의 곡을 메인스트림의 가수가 부른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기존 걸그룹의 관성에서 벗어난 꽤 멋진 곡을 가인에게서 또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진실 혹은 대담’에서도 가인의 곡을 소화하는 표현력은 단연 발군이다. 이러한 미니멀한 훵크의 경우 곡의 멜로디, 리듬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보컬의 소화력이 매우 중요하다. ‘진실 혹은 대담’은 60년대 올드스쿨 훵크를 모던하게 재해석한 곡이다. 이러한 16비트 리듬의 올드스쿨 훵크의 경우 그루브를 강조하기 때문에 화성을 제한적으로 가져가는 편이다.(가령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의 곡은 코드가 1~2개 정도 쓰이는 경우가 많다) 가인은 단순한 멜로디의 곡을 특유의 섹시한 매력으로 잘 살린다. 특히 노래 중간에 절묘하게 들어가는 가인의 교태 섞인 음색, 숨소리, 웃음소리가 곡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출중한 결과물은 가수와 프로덕션팀의 밀접한 조화 덕분이다. 조영철 프로듀서, 이민수 작곡가, 김이나 작사가는 브라운아이드걸스 시절부터 가인과 함께 해왔다. 역대 최고의 걸그룹 노래로 꼽히는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도 이들 프로덕션팀과 작곡가 히치하이커(지누)가 힘을 합쳐 만든 곡이다. 가인은 “이민수 작곡가, 김이나 작사가는 음악적으로는 너무 잘 맞는다. 두 분은 내게 있어서 편하면서도 어려운 존재”라며 “두 분이 내게서 느껴지는 것을 모티브로 곡을 쓰기 때문에, 내가 그 분들께 어떻게 비쳐지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름 신경을 쓰는데 항상 간파당하고 깨지곤 한다. 어떻게 보면 그 분들은 저를 깨트리는 역할을 하는 건데, 그 깨짐 속에서 좋은 음악들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즉 이들 프로덕션팀은 가인과 작업할 때 단지 히트할만한 요소를 뭉뚱그려서 가수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닌, 가수에게 잘 맞는 옷을 가수의 시각에서 디자인하고 그것을 토대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가수의 정체성 확립에도 큰 도움을 준다. 가수의 정체성은 ‘장수’를 위한 기본 덕목이기에 필시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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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가수와 프로덕션팀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박지윤, 김예림 등 미스틱89가 그렇다. 윤종신 프로듀서를 필두로 한 미스틱89의 프로덕션팀은 작년 김예림부터 박지윤에 이르기까지 가수의 장점을 이끌어낸 악곡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김예림의 경우 윤종신을 비롯해 김광진, 고찬용, 김창기, 이규호 등 명인들이 만든 노래를 나름대로 소화하며 가요계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미스틱89는 최근 윤종신-정석원-포스티노로 구성된 프로덕션팀 팀89(TEAM89)를 만들었다. 이 팀이 공식적인 명칭과 함께 가동된 것은 박지윤의 EP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부터다. 박지윤은 “우리 회사 내에 윤종신-정석원-포스티노의 프로듀서 팀이 만들어진 것이다. 작곡가 풀을 형성해 미스틱89만의 새로운 색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너 스페이스’에 실린 두 곡 ‘빕(Beep)’과 ‘나의 뇌구조’는 포스티노가 작곡하고 윤종신 박지윤이 함께 가사를 썼다. 미스틱89에서 곡에 대한 이미지를 미리 그리고, 그에 맞게 만들어진 포스티노의 곡을 받는다. 거기에 윤종신과 박지윤이 함께 가사를 씀으로서 박지윤이 살린 장점을 살려내는 것이다. 사실 박지윤은 데뷔 18년차 가수로 열다섯 살 데뷔곡 ‘하늘색 꿈’부터 JYP 시절의 ‘성인식’, 그리고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여준 7~8집에 이르기까지 버라이어티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미스틱89의 프로덕션팀은 박지윤의 장점을 취하돼 새로운 색을 더해줌으로써 참신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이너 스페이스’에는 방송용인 ‘빕’과 감상용인 ‘나의 뇌구조’ 두 곡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둘 다 프로모션을 위해 필요한 곡이다. 특히 ‘나의 뇌구조’는 박지윤이 가진 신비로운 매력을 잘 살려낸 곡이다. 사실 이 곡은 국내 가요 트렌드를 고려해봤을 때 타이틀곡으로 내놓기는 조금 힘들지만, 정규앨범에 실릴 경우 마니아 청취자에게 소중한 곡으로 남을만한 보석 같은 트랙이다. 박지윤은 분기별로 몇 곡씩을 싱글 형태로 공개하고, 나중에 이것을 모아 정규음반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나의 뇌구조’는 이러한 프로모션 방식을 통해 하나의 싱글로써 청취자들에게 선보여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일정한 완성도의 싱글을 꾸준히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의 노래를 들려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즉, 프로덕션팀의 노하우가 가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좋은 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에이팝엔터테인먼트, 미스틱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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