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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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는 관능적인가!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육체가 어디에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치밀하게 휘두르는 진정한 육체파 배우다. 장애를 가진 여자(‘오아시스’), 무용하는 유부녀(‘바람난 가족’),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 등 우리는 그녀의 변신에 매번 속는다. 문소리는 유쾌한가! 아무렴. 그녀의 화려한 입담은 청중의 오감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강력하다. 최근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 천하의 신동엽을 감탄케 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문소리는 용감한가! 이견이 있나. 그녀는 예쁘게 보이려 안달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녀가 출연해 온 작품들이 그 증거물이다. 남편에게 ‘일주일에 세 번 진한 밤을 요구’하는 미연으로 분한 ‘관능의 법칙’ 역시 그러한 도전의 일환이다.

Q. 대사와 설정이 센 영화라는 소문이 많았어요.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서 시사회에서 확인한 완성된 ‘관능의 법칙’은 어떻던가요?
문소리: 별로 안 센 것 같던데. 40대 얘기치고는 너무 얌전하지 않아요?

Q. 엇! 처음부터 ‘돌직구’를.(웃음) 솔직히 말씀 드리면 예상했던 것보다는 착한 영화였어요.
문소리:
연령대가 어떻게 되세요?

Q.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중입니다.
문소리:
그러니까. 30대 중반만 되도 약간 덜 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20대나 50-60대들은 세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요.

Q. 확실히 ‘관능의 법칙’은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읽힐 영화로 보이는군요. 개인적으로 해영(조민수), 신혜(엄정화), 미연(문소리) 셋 중 한명 정도는 조금 더 과감한 선택을 했어도 되지 않았나 싶어요.
문소리:
맞아요. 그런데 40대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워낙 용기가 필요한 기획이었어요. ‘한발 더 나가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우리 편으로서 해 보죠.

Q.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떤 캐릭터에 가장 매력을 느끼셨나요?
문소리:
미연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제가 가장 늦게 합류한 거라 선택지가 미연 밖에 없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미연을 선택했을 거예요. 이것저것 가장 많이 해 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일주일에 세 번 몸의 대화를 요구하는 미연을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 ‘미연 설정이 너무 세지 않느냐’ 하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저는 가능하리라고 봤죠.
문소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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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데 바람피우는 남편을 둔 역할은 ‘분노의 윤리학’이나 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 이미 경험해 보셨잖아요?
문소리:
뭐라고 해야 할까. 사실 제 나이 때의 여배우에게 들어가는 시나리오의 절반 이상은 남편이 바람 난 이야기예요. 현실이 그렇죠.

Q. 불륜 드라마가 넘쳐나는 이유가 뭘까요. 창작자들의 상상력 부재? 불륜이 넘쳐나는 현실의 반영? 아니면 무료한 일상에서 탈피하고 싶은 대리 만족의 일환일까요?
문소리:
그러게 말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소비하는 주체가 30-40대 여성분들인데, ‘여성들의 가장 큰 불안 중 하나가 남편이 바람피우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웃음) 제가 TV를 잘 안 봐요. 그래서 TV 드라마에 왜들 그렇게 열광하나, 주변을 살펴봤죠. 봤더니 나이 들어서 살다보면 마음이 떨리지가 않는다는 거예요. 남편도세상도 그 어떤 것도 나를 가슴 설레게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 가슴이 떨려! 그게 너무 좋아서 어떤 여자는 남편이 들어오기 전에 얼른 잠에 든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그 감정을 깰까봐.(좌중폭소) 그 얘기를 듣고는 ‘그래, 여자들이 저렇게 감정을 해소하는 구나. 시댁에 대한 불만도 풀고, 멋진 남자가 나에게 오지 않을까 꿈도 꿔보는 구나’ 라는 생각을 최근에 했어요.

Q. 그런 면에서는 여배우가 축복받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여러 인생을 살아 볼 수 있잖아요.
문소리:
반반인 것 같아요. 무료한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별 소리 다 듣는 것보다는 무료한 게 낫다 싶을 수도 있거든요. 뭐, 팔자지 하는 거죠. 인생이 예측가능한 건 아니니까.

Q. 그나저나 장준환 감독님은 ‘관능의 법칙’을 보셨나요? 그 어느 때보다 감독님 반응이 궁금하네요.
문소리:
놀라더라고요. “어땠어요?” 물었더니, “그… 그거, 조금 놀랐네요↗” 그러고.(일동웃음) 그래서 “올해엔 놀랄만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마음의 준비 단단하게 하세요!” 라고 했죠. 홍상수 감독님 신작 영화에서 카세 료와 호흡을 맞췄어요. 섹스 씬은 없지만 멜로라인이기 때문에 키스도 하고 침대에 함께 누워있기도 하고 그래요. 소문에 의하면 완성본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나왔다고 하더라고요.(웃음)

Q. 설마, ‘바람난 가족’에서 고등학생과 바람 난 호정(문소리)만 할까요?
문소리:
하하하. 호정!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그녀의 심정을 알고 했나 모르고 했나 싶어요.

Q. 유명 감독의 아내로 살아가는 건 어때요? 여배우와 감독의 결혼. 영화적인 측면이 있어요.
문소리:
훨씬 더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는 해요. 많이는 아니지만 우리의 생활이 어느 정도는 노출돼 있잖아요.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보이고요. 그러다보니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문소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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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부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친구 같은 배우자가 있을 수도 있고, 조력자 같은 배우자, 의지할 수 있는 배우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요.
문소리:
그런 마음이 서로 들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당신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라는 생각이 들게끔이요. 부부는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거잖아요. 어릴 때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나니까!’ 할 수 있는 강단이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럴 때 내 편인 사람이 옆에 있으면 훨씬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죠.

Q. ‘관능의 법칙’ 제작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여배우들이 뭉칠까’ 굉장히 궁금해 했습니다. 조민수-엄정화-문소리, 분명 쉽게 볼 수 있는 조합은 아니에요. 어떠셨나요?
문소리:
나이 차이가 어느 정도 있어서 포지셔닝이 저절로 잘 됐어요. 만나면 극중 카페에서의 대화처럼 대화가 끊이지 않았죠. 각자가 촬영한 걸 이야기 하면서 “너는 어땠니?”, “감독님 왜 저러시니?”(웃음) 어쩌구 저쩌구! 호흡이 잘 맞았어요.

Q. 조금 다른 느낌이기는 하지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여배우들 끼리 작업해 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 현장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문소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때는 제가 큰 언니였어요. 어린 친구들까지 케어하려다보니 힘들더라고요. ‘운명이여, 왜 이리 가혹합니까!’ 이랬었죠.(웃음) 이번에는 막내였는데 확실히 막내가 편한 것 같아요. 즐기면서 했어요. 힘든 일이 생기면 언니들에게 일러바치면서요.

Q. 전작 ‘스파이’에 이어 코믹한 캐릭터를 연이어 맡으셨어요.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는데, 문소리의 팬으로서 ‘가족의 탄생’ 이나 ‘사과’에서 보여준 수줍어하거나 예민한 모습을 더 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문소리:
저도 연달아 코믹한 캐릭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하다 보니 이렇게 됐는데, 다음에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Q. 다음 작품이 박찬경 감독님의 ‘만신’(무녀 김금화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김금화의 어린 시절부터 중년까지의 모습을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가 나이별로 연기한다)이죠? 3월에 개봉하는.
문소리:
오~ ‘만신’은 완전 예술영화에요. 갑자기 또 걱정되네. 하하. 새론이나 현경이는 무당이 되기 전의 모습을 연기했어요. 그에 반해 저는 무당으로 한창 활동하는 시기를 담당해서 굿을 제대로 해야 했죠. 와~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Q. 도전적인 역할을 많이 해 오셨지만 그럼에도 ‘만신’은 출연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문소리:
그게 또 사연이 굉장히 깊어요. 제가 원래 박찬욱-박찬경 감독님의 단편영화 ‘파란만장’에 캐스팅 됐었어요. 영화에서 죽은 사람 원혼을 달래주는 굿을 해야 해서 실제로 배웠죠. 그런데 굿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최영 장군 신을 받은 굉장히 큰 무당이셨어요. 1년에 한 번 나라 굿을 하시는 분인데, 제 목소리를 듣자마자 “조상이 남쪽에 있나, 남쪽 소리가 나네~” 그러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맞아! 저희 외가가 전라도고, 친가는 부산이거든요. 그렇게 한 달을 배웠는데 그 선생님이 나보고 무당을 하라고 그~렇게 꼬시는 거예요.(일동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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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갑자기 그 말이 떠오르네요. 연예인 사주와 배우 사주는 비슷하다는, 말. 기가 센 사람은 연기로라도 끼를 풀어야 한다더라고요.
문소리:
하하. 맞아요. 선생님이 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배우해서 얼마 번다고 그래~”(일동폭소) 또 무당도 인물이 있으면 더 잘 된다고. 그리고 사주가 커야 한다고. 그래야 큰 무당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Q. 문소리 씨 사주가 큰가 봐요.
문소리:
저요? 전, 사주가 크기로 유명하거든요. 하하하. 사주가 작으면 작은 신들 밖에 안 들어오는데 저는 큰 신을 받을 수 있다며 자기 옷을 입혀놓고는 “너~무 예쁘다”고~ “소매도 딱 맞고, 너~무 예쁘다고” 하시는 거예요. 배우들이 또 예체능에 강하잖아요. 소리도 잘 내니까 예쁨을 많이 받았죠.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제 손을 딱 잡더니, “내가 방금 자기 꿈을 꿨는데 너무나도 좋은 꿈”이라는 거예요. “종이로 만든 지화 중간에 제가 딱 서 있는데, 지화가 분홍빛으로 물들더니 방을 한 가득 채우더라”고. 그러면서 좋을 일이 있을 거라는 거예요.

Q. 그게 몇 년도죠?
문소리:
2010년 11월이요.

Q. 태몽이로군요!
문소리:
그땐 몰랐죠. 안 그래도 우리가 얘기하는 걸 듣고 있던 스무 살 초반의 스크립터가 “(발랄하게)태몽 아니에요?” 이랬어요. 그래서 제가 “얘가 얘가 태몽은 무슨! 조용히 해. 내가 3개월 전에 유산했는데, 너~어?” 이랬죠.(문소리의 유쾌한 말솜씨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그렇게 며칠 지나서 ‘파란만장’ 촬영 날이었어요. 양평 강가에 빠져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씬을 찍어야 하는 날이었죠. 그런데 아침 9시에 눈을 딱 떴는데 기분이 너무 이상한 거예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임신 테스터기를 사 오라고 했죠. 딱 봤더니, 어머나 두 줄이야!

Q. 난리가 났겠군요.
문소리:
난리 난리가 아니었죠. 제가 벌벌벌 떨고 있으니까 남편이 “빨리 병원부터 가자”며 저를 병원으로 끌고 갔어요. 가니까 저보고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거예요. 3개월 전에 유산했으니 절대 조심해야 한다고요. 그런 의사 선생님에게 제가 “저, 오늘 촬영이…”, “무슨 촬영이요?”, “양수리… 강가에서…”, “11월 말에 미친 거 아니예요? 집에 가서 몸 따뜻하게 하고 가만히 있으세요!”(웃음)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촬영팀에 전화를 했는데 아무도 안 받는 거예요. 촬영 시간은 다가오고… 엄청 울었어요. 나 때문에 촬영이 펑크 나게 생겼으니, 마음이 얼마나 다급했겠어요. 겨우 박찬욱 감독님과 전화연결이 됐는데, 감독님이 전화를 받자마자 제가 “흐흐흐흑흑 감독님~ 감독님 죄송해요. 흐흑흑흑” 울었죠. 감독님은 깜짝 놀라셔서 “아니, 소라씨! 왜 그래요?”, “흐흐흐흑 감독님~ 감독님 제가… 제가 아기를 가졌대요”, “어? 허…허…참. 축하하고… 허, 참. 근데 이걸 어쩐다. 아니, 축하하고~ 그런데 이걸 어쩐다~ 아니, 축하하고”(일동폭소) 그렇게 어쩔 줄 몰라 하시다가 10분간 웃으시고.(웃음) 저는 그렇게 작품에서 하차하고 집에서 꼼짝 않고 보냈죠. 시간이 흘러 아가를 낳고 그렇게 지내는데 박찬경 감독님이 ‘만신’을 찍는다지 뭐예요. 이걸 제가 어떻게 안 해요.
문소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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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번 진 빚이 있으니까.
문소리:
그러니까요. “감독님 설마 둘째는 안 생기겠죠?” 이러면서 출연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그건 부차적인 거고, 이야기가 너무 좋았어요. 제가 배우이긴 하지만 무당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하겠더라고요. 저도 나름 힘들게 살았지만 그 분들의 삶은 얼마나 험난했겠어요. 그 삶이 제 온몸으로 이해가 되니까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김금화 선생님을 뵀는데… 정말이지 존경심이 딱 생기더라고요. 저는 굿을 해 본적도, 무당 집에 찾아가 본 적도 없는데 그냥 그 분의 삶이 절절 마음에 와 닿았어요.

Q. 사주 같은 건 믿으시나요?
문소리:
주위에서 몇 번 봐 준적이 있는데, 저는 매번 너무나 명확하게 나와요. 배우를 해야 한다느니, 이름을 알리게 될 거라느니. 그런데 제가 오늘 별 얘길 다 하네요?(웃음)

Q. (웃음)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건강하게 크고 있죠? 일하는 여성들에게 아이는 현실을 환기시키는 가장 강력한 존재라고요.
문소리:
그것도 능력인 것 같아요. 옛날에는 화려한 싱글로 성공한 여자들이 되게 멋있어 보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자기 일도 잘 하면서 가정도 있고 애도 잘 키우는 여자들이 훨씬 더 멋있어 보여요. 존경스럽고요. 그리고 아이를 키워보면… 뭐라고 해야 하나. 나에게만 집착하는 게 사라진다고 해야 하나? 배우들은 특히 자아가 강한 존재잖아요. 그런데 나와 똑같이 생긴 아이가 있으면 그를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돼요. ‘내가 이렇게 생겼지?’ 나에 대해 인정하지 못했던 것들을 아이를 보는 순간 인정하게 되는 거죠.

Q. 결혼을 고민하는 여배우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나요?
문소리:
옛날에는 누가 결혼을 하라고 하면 “아니, 사람이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안 마실 수도 있고, 흡연자도 있고 비흡연자도 있는 거지, 왜 모두가 결혼을 해야 하는 것처럼 강요하고 그래.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100% 하라고 하죠.(웃음)

Q. 행복해 보이는군요.
문소리:
행복한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결혼을 안 하면 절대 모를 일이죠. 아이에게서 오는 감동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니까. 저희 남편도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젠 총각들을 만나면 그래요. “너, 결혼 안 한다고 했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려면 두 가지를 공정하게 알아야 뭐가 좋고 나쁜지가 파악되는데, 너는 결혼 생활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싫다고 하는 거잖아. 그건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이러면서요. 애를 낳더니, 부부가 완전 출산장려운동가가 됐어요. 하하하. 이해해줘요. 제가 요즘 이래요. 요즘엔 처녀를 봐도 “어서 애 낳으세요!” 그런다니까요.(일동폭소) 제가 노산이어서 힘들었거든요.

Q. 연기에 욕심 많은 여배우들은 일정 시기가 되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문소리 씨는 처음부터 도전이라 할 만한 것들이 너무 많았죠. 출발선이 높았기에 차기작 선정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관능의 법칙’ 속 미연 캐릭터도 다른 여배우가 했다면 굉장히 발칙해 보였을 텐데, 문소리이기에 ‘그러려니’ 하게 되는 게 있거든요.
문소리:
하하하. 제 운명이려니 생각해요.
문소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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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생각보다 굉장히 느긋하시네요.
문소리:
오랫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다 보니 슬슬 정리가 된 거죠.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박하사탕’을 찍고 나서 이창동 감독님이 저에게 그러셨어요. “한국영화계가 그렇게 녹록한 곳이 아니다. 네가 그 속에 들어가려면 아주 큰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싸워서 네가 이겨도 들어갈까 말까다.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 그때는 어려서 ‘아니, 왜 싸운다고 그래? 나는 친절하게 잘 할 수 있는데.’ 그랬어요. 그 말의 의미를 지나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마침 ‘박하사탕’이 2000년 1월 1일에 개봉했어요. 시대가 바뀌고 정치?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것들이 생겨나면서 저 같은 캐릭터도 주목받는 분위기가 형성됐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걸어야 할 배우의 운명이 이런 거구나’ ‘예쁘장한 이미지를 만들며 걷는 건 내 길이 아니구나’를 받아들이게 됐죠. 처음에는 ‘나는 왜 달라야만 하나’ 속상했는데, 이젠 안 그래요. 그런 생각을 안 한지 굉장히 오래 됐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해요. 아름다운 여배우나 영원한 뮤즈로 남는다? 그런 건 이제 썩 바라지 않아요. 그보다는 먼 훗날, ‘그때 그 배우는 달랐어. 가는 행보가 멋있고 용감했어!’라고 기억되고 싶어요.

Q. 지금, 중간 점검을 해본다면요?
문소리:
왔다 갔다 하죠.(웃음) 뛰다가, 쉬다가, 지쳐서 주저앉기도 하고. 그래도 계속 용감하고 가고 싶어요.

Q. 그래서 진심으로 문소리 씨가 멋진 캐릭터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여배우가 아이를 낳은 후에도 멋있을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문소리:
저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여배우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좋은 기획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요.

글,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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