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포니스트 웨인 쇼터의 ‘Without a Net’(왼쪽), 팻 매스니 유니티 그룹 ‘Kin (←→)’
색소포니스트 웨인 쇼터의 ‘Without a Net’(왼쪽), 팻 매스니 유니티 그룹 ‘Kin (←→)’
색소포니스트 웨인 쇼터의 ‘Without a Net’(왼쪽), 팻 매스니 유니티 그룹 ‘Kin (←→)’

곧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다. 봄기운이 서리기 시작하는 시기다. 조금 일찍 봄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재즈의 힘을 빌려 새싹을 키워보자. 당신의 추운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두 개의 음반을 추천한다. 먼저 색소포니스트 웨인 쇼터의 ‘Without a Net’이다. ‘Odyssey of Iska’(1970) 이후 43년 만의 블루노트 복귀작이기도 하다. 이 음반을 새롭게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음반의 첫 번째 곡 ‘orbits’이 올해(56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임프로바이즈드 재즈 솔로 상을 수상했다. 달인들의 경합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이 부문에서 여든 살이 넘은 쇼터가 호명되었다. 이 살아있는 재즈의 역사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피아노 다닐로 페레즈, 베이스 존 패티투치, 드럼 브라이언 블레이드로 구성된 웨인 쇼터 콰르텟은 노련미와 젊음이 못지 않은 패기로 혼이 가득한 연주를 쏟아낸다. 또 4년 만에 내한 공연(4월 12일 LG아트센터)을 앞두고 있으니, 티켓 구입을 서둘러야 한다. 물론 지치지 않는 창작욕이 노장 웨인 쇼터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사무라이처럼 비장하게 연주하는 팻 메시니를 빼놓을 수 없다. 작년에는 아방가르드 색소포니스트 존 존의 작품에 참여하더니, 이번에는 다시 유니티 그룹 ‘Kin (←→)’으로 돌아왔다. 최근 그의 행보는 두 가지였다. 자신의 원맨밴드 오케스트리온과 색소포니스트 크리스 포터, 드러머 안토니오 산체스, 젊은 베이시스트 벤 윌리암스가 참여한 쿼텟 유니티 밴드(Unity Band)였다. 각각 2010년과 2012년에 그 진가를 맛보았다. 이번에는 유니티 밴드 라인업에 새로운 멀티 인스트루멘틀 주자 지울리오 카르마시의 참여시킴으로써 과거 팻 메시니 그룹의 고유한 사운드(‘Letter from Home’)로 복귀하는 느낌을 준다. 음반의 표시’(←→)’처럼 유니티 그룹은 내연(연주의 폭)을 확장한다. 익숙하고 편안하면서도 더욱 깊어진 사운드가 포근하게 귓가를 어루만진다. 어느새 환갑이 된 팻이지만, 여전히 소년의 심장박동을 지니고 있다.

페터 춤토르의 ‘건축을 생각하다’(왼쪽), 이누이 구미코와 야마자키 료의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
페터 춤토르의 ‘건축을 생각하다’(왼쪽), 이누이 구미코와 야마자키 료의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
페터 춤토르의 ‘건축을 생각하다’(왼쪽), 이누이 구미코와 야마자키 료의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

재즈를 들으면서 읽을 만한 책으로는 건축에 관한 책을 골라봤다. 페터 춤토르의 ‘건축을 생각하다’와 건축가 이누이 구미코와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의 참여디자인을 둘러싼 왕복 서간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다. 전자는 2009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의 강연을 모아 엮은 책으로, 그의 건축 철학과 사유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춤토르는 “건축의 실체는 형태, 볼륨, 공간이 구체화된 몸이다. 생각은 사물 속에 존재한다”라고 말하며, 건축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건축은 한 개인이 살면서 겪는 전기적 경험이 반영된다고 충고한다. 춤토르의 구체적인 작업방식이나 건축물보다는 그의 건축 화두와 만나게 된다. 후자는 춤토르의 글보다는 더욱 쉽게 읽히는 책이다. 건축가와 커뮤니티 디자이너가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에 대해 주고 받는 소소한 이야기에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소개된 생활자에게 관여하지 않는 건축가의 부실한 태도나 주민참여제도(한계 극복)의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굳이 건축에 관심이 없어도, 어떤 영역에서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누구에게 무엇을 들을 것인가?)에 멋진 아이디어를 준다. 야마자키 료는 ‘하고 싶은 것’, ‘요구되는 것’, ‘할 수 있는 것’. 이 세 가지를 잘 조합해 커뮤니티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지역 주민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가능성을 발견하는 ‘마을 디자인’이란 테마도 흥미롭지만, 구미코와 료의 일 년간의 왕복 편지를 엿보면서 많은 지혜를 얻게 된다.

전시 ‘애니미즘’
전시 ‘애니미즘’
전시 ‘애니미즘’

끝으로 전시 소개다. ‘애니미즘’ 전이 3월 2일까지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애니미즘’이라고 해서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면 좀 곤란하다. 월트 디즈니의 작품(‘엉터리 교향곡: 해골춤’)이 있기는 하지만, 애니미즘은 사물에 영혼이나 주체적 성격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을 뜻한다. 20세기 초부터 동시대의 작가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애니미즘이라는 영역을 통해 이를 둘러싼 현상이나 근현대 담론(심지어 포스트콜로니얼의 식민지적 무의식까지), 애니미즘적 세계를 통한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이런 토픽으로 다양한 작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기획자 안젤름 프랑케의 기획력이 단연 돋보인다. 자연과 인공, 합리성의 구축, 무속과 믿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과 자료로 애니미즘을 둘러싼 세계의 이면을 재확인하고, 근대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칸디다 회퍼의 박물관 사진, 크리스 마르케와 알랭 레네의 영화(‘조각상들 또한 죽는다’), 톰 홀러트의 흑인 구두닦이의 비애를 다룬 ‘광택의 노동’, 안젤라 멜리토풀로스와 마우리치오 라자로토의 ‘배치’(펠릭스 가타리의 철학)와 ‘입자들의 삶’(후쿠시마의 방사능 사태) 등에 더욱 눈길이 간다. 또 미디어 아티스트인 하룬 파로키의 최신작 ‘평행’(2012)이 컴퓨터로 만들어낸 풍경과 실제 풍경을 나란히 제시하며 생명과 자연, 즉 가상의 경계를 언급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실 ‘근대의 유령들’이란 부제를 달아주고 싶은 전시다.

글. 전종혁 대중문화 평론가 hubul2@naver.com
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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