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을 열어젖힌 송종국,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그다.
인생 2막을 열어젖힌 송종국,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그다.
인생 2막을 열어젖힌 송종국,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그다.

송종국, 그의 이름 앞엔 늘 ‘태극전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국내 축구사(史)에서 가장 화려했던 2002년, 그는 그 중심에 서있었던 전사가 맞다. 하지만 지금 송종국의 이름을 장식하는 수식어는 ‘지아 아빠’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필드를 달리는 모습보다 딸 아이의 머리카락을 야무지게 정리해주는 모습이 더 익숙해지고 말았다. 추위가 한풀 꺾인 2월의 어느 날 경기도 용인의 산뜻한 잔디밭의 송종국 축구교실에서 만난 송종국의 얼굴에서 태극전사의 용맹함보다 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입가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다정한 미소가 더 찾기 쉬웠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송종국은 아빠라는 이름으로 살게 되면서 인생2막에 접어들게 됐고, 인생 2막 속 송종국은 두 아이의 아빠로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런 그의 모습은 태극전사 시절보다 더 편안하고 멋있어 보이니, 어쩌면 흔히 쓰는 표현처럼 그는 지금 제2의 전성기를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프렌디(친구같은 아빠,Friendy)가 되고자 하는 아빠라면, 새로운 인생을 누구보다 즐겁게 살아가는 ‘아빠 송종국’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송종국은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으나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 안에서 자라왔고, 지금은 그 자신이 또 다른 행복한 가정을 이끄는 아빠가 되었다. 그런 송종국 지극히 모범적인 프렌디, 그 자체였다.

송종국은 인터뷰 말미 귀농을 꿈꾼다했다. 그는 그만큼 소탈하고 자연친화적인 사람이다.
송종국은 인터뷰 말미 귀농을 꿈꾼다했다. 그는 그만큼 소탈하고 자연친화적인 사람이다.
송종국은 인터뷰 말미 귀농을 꿈꾼다했다. 그는 그만큼 소탈하고 자연친화적인 사람이다.

Q. 1년이란 시간 동안 ‘아빠!어디가?’를 통해 지아와 여행을 다녔다. ‘아빠!어디가?’ 출연 전후 송종국 씨의 변화를 제작진으로부터 미리 들었는데, ‘변화한 것은 그의 딸 사랑이 더 커진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웃음).
송종국: 잘 보신 것 같다(웃음). 지아와는 워낙에 사이가 좋았고, 더 좋아졌다. 변화라면 지욱이를 대하는 면에서 있었는데 과거에는 지욱이가 아들이다보니 강하게 키우려고 했었다. 지금 역시도 그런 면이 없잖아 있지만 강도는 약해진 것 같다. 아이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아빠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집안에서의 아기자기한 것들이라면 아빠와는 바깥에서 활동적인 부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하는 것 같다.

Q. 지아나 지욱이나 자연환경에는 익숙해보이더라.
송종국: 시골에서 2년 가까이 살았었기에 익숙했다. 도시 아이들의 경우, 날파리나 벌레를 보면 무서워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냥 죽인다(웃음). 병아리나 닭도 집에서 키워보고 했으니 아무래도 자연스러워 보였을 것이다.

Q. ‘아빠!어디가?’가 출연 전 어떤 아빠였나. 선수시절 아이들과 많은 시간 함께 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송종국 : 지아와는 선수생활하면서도 가까웠다. 전지훈련을 가거나 경기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집에만 있었으니 어쩌면 일반적인 회사생활을 하시는 분들보다 더 자주 봤을 것이다. 다만 지욱이는 아들이라는 이유로 어린데도 스스로 하기를 원했었던 것 같다. 그래야만 학교다닐 때나 사회에 나갈 때 남자답게 스스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기본적으로 유럽의 부모들처럼 아이들 스스로 뭔가 하게끔 하는 양육방식을 선호한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를 너무 끼고 사는데, 그렇게 키우게 되면 성인이 됐을 때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Q. 프로그램 초반에는 지아를 안고 다니기도 했었다. 그래서 ‘딸바보’라는 별명도 얻었고. 그런데 지아가 마지막 제주도 여행에서는 훌쩍 자라있더라.
송종국 : 초반에는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아가 변화하더라. 내가 그렇게 하라고 주문한 것은 아니었고, 아이 엄마가 ‘너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했으면 좋겠어’라고 많이 이야기했었다. 1년이 지나고 나서 지아가 혼자 등반을 했을 때 나 역시 놀랐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아이가 많이 성장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송종국, 그에게 축구는 조금씩 다른 의미로 인생의 1막과 2막을 함께 하는 존재다.
송종국, 그에게 축구는 조금씩 다른 의미로 인생의 1막과 2막을 함께 하는 존재다.
송종국, 그에게 축구는 조금씩 다른 의미로 인생의 1막과 2막을 함께 하는 존재다.

Q. 송종국의 어린 시절 아버지와 관계는 어떠했나. 그 시대 아버지들은 지금처럼 친구같은 아빠와는 거리가 멀었다.
송종국 : 그렇다. 아버지와 시간을 보낸 경험이 거의 없다. 같이 여행을 한 적도 거의 없다. 그 시절 아버지들이 모두 그러했듯, (나의 아버지도) 일만 하셨다. 지금도 일만 찾아서 하신다. 안 변하시는 것 같다. 내가 아빠가 되었을 때, 나는 예전의 아빠들과는 다른 친구처럼 편안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이 만화를 보면 같이 보고, 같이 놀고 그렇게 했다. 다만,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이야기하기는 한다.

Q. 운동선수로 숙소생활도 오래 했었고, 선수들 특유의 문화도 있었던 탓에 그런 점이 육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나. ‘아빠!어디가?’ 시즌2 격에 출연 중인 안정환 씨는 자신이 아들을 후배처럼 대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었다.
송종국 : 후배들에게도 딱딱하게 구는 스타일이 아니다. 같이 방 쓰면서도 청소도 내가 거의 다 하고(웃음).

Q. 아이들의 성격형성에 있어 아빠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아이들에게는 아빠라는 존재가 사회와의 첫 연결고리인 탓에 성격적인 부분은 아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결론의 연구였다. 어떻게 생각하나.
송종국 : 맞는 것 같다. 아이들을 보면 아빠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딱 나타난다. 아빠들이 행동하는 것을 아이들이 그대로 다 배우더라. 아이의 거울이지. 그래서 엄마도 그렇지만 아빠가 정말 잘 해야겠구나 생각한다. ‘아빠!어디가?’를 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도 더 그렇게 생각했다. 아빠의 역할의 중요성을 느낀거지. 그런데 대부분 부모들은 잘 모른다. 아이들이 항상 옆에 있다보니 오히려 못 보는 부분도 많다. 나의 경우에도 몰래카메라를 하면서 지아가 하는 행동들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아이라서 어른이 하자는대로 따라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기만의 소신이 있더라. 그 때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Q. 다른 아빠들보다도 특히 가정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송종국 :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는 것은 중요하다. 나 역시 어린시절 형편은 어려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행복한 가정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커왔다. 경제적으로 좋고 나쁘고의 문제 보다 가정 안에서 가족끼리 행복하게 지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 시절 겪었던 경험들이 평생 가게 된다.

송종국이 잔디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송종국이 잔디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송종국이 잔디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Q. 2002년 아주 젊은 나이인 이십대 중반, 명예 부 성공 모든 것을 얻지 않았나. 그래서 어쩌면 가정보다는 화려한 세상에 눈길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송종국 : 그 시절 큰 성공을 했고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얻었다. 하지만 나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돈을 버는 것도 다른 것도 내 목적이 아니었고 오로지 축구였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최근들어 보면 연예계에서나 또 운동 쪽에서도 다들 부수적인 것들을 목적으로 두면 실패하는 경우들이 많더라.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거야’라거나 ‘스타가 되어 사람들이 날 알아봐주길 원해’라거나 그런 생각이 앞서게 되면 성공하기가 힘들다. 당시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었기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돈도 더 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광고 하나 하지않고 유럽으로 가버렸다. 물론 지금 생각에는 ‘내가 왜 그랬나’ 싶기도 하다(웃음).

Q. 어느 인터뷰에서는 지금의 인생을 ’2막’이라고 표현했더라. 축구선수로 1막을 살았다면, 2막의 송종국은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이면서 또 ‘방송인’이라는 타이틀로도 살아가고 있다. ‘아빠!어디가?’이전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한 이력도 있고, 또 현재는 월드컵 해설위원(그는 MBC를 통해 브라질 월드컵 해설을 맡아, 김성주 안정환과 호흡한다)으로도 발탁되지 않았나. 특히 해설의 경우에는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자신이 방송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언제부터 알게 되었나.
송종국: 재능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 생각은 운동도 마찬가지다. 모든 이들이 어떤 영역에 있어 감각은 있고 잠재력은 있지만 관건은 그것을 얼마만큼 꺼낼 수 있느냐다. 축구의 경우 나의 감각, 잠재력을 다 꺼낼 수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고, 방송 역시도 꾸준히 노력한다. 내게 어느 날 갑자기 해설을 하라고 한다면 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방송에 지속적으로 출연을 하면서 감각을 키웠고 반복적으로 트레이닝을 했었다. 요즘은 어느 순간 내가 즐기고 있고 재미있어 하고 있더라.

Q. 반복적으로 트레이닝을 했다는 말은, 해설위원 쪽으로 분야를 확대하는 것을 일찍부터 목표로 두고 연습을 했다는 말인가.
송종국 : 그렇다. 방송을 하게 되면서 목표로 세웠던 것이 해설위원이었다. 벌써 그게 2년 전인데, 그 때만 해도 ‘할 수 있을까’ 생각은 했으나 2년 후 브라질 월드컵에 도전해보자 했다. 그러면서 모니터도 많이 했고 방송에서 다른 분들이 해설하는 것을 많이 듣고 아나운서분들에게 조언도 많이 받았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혼자 떠들며 연습도 했다. 비단 축구와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현재 수지로 향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혼자 연습했었다. 라디오도 많이 들으면서 톤을 따라하기도 했었고.

Q. 그런 목표로 향함에 있어 ‘아빠!어디가?’ 출연은 큰 장점이 됐겠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당신을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좋아하게 됐으니 말이다.
송종국 : 많이 좋아해주신다. 운동할 때는 좀 어려워하셨던 것 같은데 이젠 바로 어제도 만난 사람처럼 대해주신다. 나 역시 좋다.

Q. 역시 한 분야에서 대성한 사람인만큼, 목표로 두고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스타일인 것 같다. 그런 당신의 취약점을 들려달라.
송종국 : 요리(웃음). 일단 하는 것이 싫다. ‘아빠!어디가?’ 하면서도 제자리 걸음인 것은 이유가 있다. 요리할 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다. 내가 워낙에 싫은 것은 안하는 스타일이다.

송중국은 10년 뒤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송중국은 10년 뒤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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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기를 숯불에 던진 것은 기억이 난다(웃음). 끝으로,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이고 싶은지.
송종국 : 아빠는 아이들에게 평생 필요한 존재일테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친구가 아빠보다 더 좋아질 때가 올 것이다. 그 전까지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친구를 만날 때가 되면 또 기꺼이 그러라 할 것이다. 다만, 어렸을 때 아빠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만 커서도 아빠가 필요할 때 찾아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함께 하지 못했던 아빠 밑에서 자라면 커서도 아빠와 있는 것이 어색하고 싫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날 필요로 할 때 까지는 계속 함께 있어주고 싶다.

Q. 그렇게 말하면서 표정은 좋지 않다. 지아가 남자친구를 더 좋아하는 순간은 생각도 하기 싫은 것 아닌가.
송종국 :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아이들이 빨리 자라 더는 아빠를 찾지 않았으면 한다(웃음).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아야지. 그것은 확실하다. 나는 한국부모들이 아이를 너무 끼고 도는 문화에 동의할 수 없다. 아이들을 오히려 더 망가뜨린다. 부모 인생과 아이 인생은 별개라고도 생각해야한다. 아이의 인생을 부모가 원하는대로 강요한다면, 부모의 인생도 피곤해진다. 나는 나중에라도 지아에게 ‘결혼은 이 사람과 해야돼’라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Q. 당신의 2막은 축구선수로 전성기를 살았던 1막만큼이나 행복해보인다.
송종국 : 지금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받은 사랑 만큼 관심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이 좋은 이유는 내가 또 다른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축구해설, 방송, 또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든 것들에 있어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데 시작단계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10년 후에는 월드컵에서 성공한 것처럼 해설위원이나 아이들 교육에 있어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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