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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우. 얼마 전 KBS2 수목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이하 ‘감격시대’)에 김옥련의 아역으로 출연했다. 극 중 김현중이 맡은 신정태의 아역 곽동연과 호흡을 맞춰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0년 영화 ‘이층의 악당’에서 김혜수의 딸 성아 역으로 데뷔했고, 이후 영화 ‘전설의 주먹’, KBS2 시트콤 ‘일말의 순정’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올 하반기에는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등이 출연한 영화 ‘카트’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올해 나이 열여덟, 작품 수로는 9편 만에 거둔 성과다.

소설 같은 인터뷰: 취재한 내용을 좀 더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지우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각색한 1인칭 시점의 소설. 〈편집자 주〉

그때는 알았을까. 우연히 받게 된 한 장의 상품권이 이렇게 내 인생을 바꿔놓을 줄은. 국악 대회에 출전해 상품으로 연기 학원 등록증을 받은 초등학교 3학년 소녀는 그렇게 ‘연기’에 단숨에 빠져들었다.

어릴 적부터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 배우게 된 가야금. 그맘때쯤의 나는 어렴풋이 ‘평생 가야금을 연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크니 판소리를 해봐”라고 말한 어머니의 영향이랄까. 하지만 꿈이나 미래에 대한 추상적인 개념을 정확히 알 리가 없는 내가 연기 학원에 첫발을 들여놓은 순간, 내 꿈은 ‘가야금 연주자’에서 ‘배우’가 됐다. 그게 나와 연기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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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운명처럼 이어졌다. 지난 2010년 영화 ‘이층의 악당’으로 연기자의 길에 첫 발을 내디딘 나는 함께 촬영했던 한석규, 김혜수 선배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때 경험한 것들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새벽 3시에 촬영이 있었던 나를 위해 한석규 선배는 “피곤할 테니 내가 시간을 바꿔줄게”라고 말하며 후배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중학생 소녀를 살뜰히 챙겼고, 김혜수 선배는 정말 나의 어머니가 된 것처럼 나를 대했다. 배우에게 연기보다도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몸으로 배울 수 있었던 순간이다.

중학생 때 데뷔한 이후 나는 꽤 많은 작품에서 누군가의 딸로 등장해야 했다. 영화 ‘전설의 주먹’ 때는 황정민 선배의 딸로, KBS2 ‘일말의 순정’ 때도 김태훈 선배의 딸로 출연했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나이가 어려서인지 현장에서 선배들은 나를 친 동생이나 자식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셨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도 해주셨다.

그러나 나의 ‘어린 나이’가 배우에게는 핸디캡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뒤부터는 그런 기분을 마음껏 즐길 여유가 없어졌다. ‘일말의 순정’을 촬영할 때 함께 출연하는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 ‘저기는 어른들의 세계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무언가 이야기를 해도 나는 그들과 완전히 통하지는 않는 기분이랄까. 더욱이 작품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필독과 이원근, 두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감정이 이해가 안 되면서 그런 고민은 깊어졌다. 오죽하면 종방한 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연기를 하기 위해 연애를 해봐야겠어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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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이가 어리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는 항상 촬영이 없는 날이면 학교에 열심히 간다. ‘연기하기 때문에 공부를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은 게 가장 크지만, 평범하게 친구들과 수다 떨고 분식집도 가는 일상은 정말 포기할 수 없을 만큼 값진 경험이다. 내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 언젠가부터 이 시간을 충실히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면, 뭐든지 조급해하면 안 된다는 거다. 어린 내가 갑자기 성인 역할을 맡을 수 없듯, 천천히 연기자로서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감격시대’에 출연한 경험은 참 값졌다. ‘일말의 순정’ 이후 고민을 많이 해서인지 이제야 조금씩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법을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신정태, 데쿠치가야의 아역으로 출연한 곽동연, 주다영과의 호흡도 좋았다. 아역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규모가 큰 작품에서 극에 발단이 되는 시절을 연기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들의 연기가 ‘감격시대’에 큰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은 남모를 뿌듯한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감격시대’와 함께 했던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는 새로운 도전을 앞뒀다. 염정아, 문정희, 김강우, 김영애 등 대선배와 함께하는 영화 ‘카트’가 바로 그것이다. 드라마와는 또 다른 영화 촬영 방식을 몸으로 부딪쳐가며 배워가는 중이다. 이번에는 수경 역을 맡아 요즘 대세 엑소의 멤버 디오와 러브라인도 형성할 예정이다. 전에 없이 늘어난 비중에, 영화라는 큰 판 안에서 나의 감정선을 끝까지 풀어낼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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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마음만은 아직도 연기자를 꿈꾸는 초등학교 3학년 소녀 같은데 말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한해, 두해가 지날 때마다 나이만큼 연기력도 늘었으면 하는 거다. 지금의 나에게는 연기가 가장 소중하니까. 부족한 발성을 고치기 위해 연극도 해보고 싶다. 한 작품씩 끝내고 나면 나의 부족한 부분이 한눈에 들어온다. 욕심을 부려 지름길로 가기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씩 배우가 되기 위한 단계를 밟아나가고 싶다.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배우, 그게 내가 꿈꾸는 나의 미래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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