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야외 피쳐사진13
프롬 야외 피쳐사진13


(part1에서 계속) 부산에서 태어나 성장한 프롬은 먼 길을 돌고 돌아 자신이 걸어 가야할 길을 20대 중반이 넘어서야 겨우 찾아냈다. 그녀의 음악여정은 대학을 과감하게 중퇴하고 음악이 중심을 이루는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고 상경했던 7년 전의 기억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제 인생을 변화시키려면 뭔가 도전이 필요했어요. 무작정 상경해 오디션을 보고 기획사에 들어가기도 했고 직장인으로 살면서 음악을 포기할 상황까지 갔을 정도로 많이 헤맸지만 20대 후반인 지금에야 겨우 제가 원하는 일을 찾은 느낌입니다.”(프롬)

프롬은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곡동에서 1985년 7월 24일에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고등학교 수학교사 출신이고 어머니는 처녀시절 부산의 대기업인 태평양 화학에 다녔던 소위 잘 나가던 여성이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아빠는 엄마의 첫 남자친구셨는데 헤어지는 게 불쌍하고 미안해 결혼까지 하셨다고 들었어요. 저는 엄마의 그런 측은지심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 같아요.”(프롬) 결혼 후 그녀의 아버지는 자매를 부양하기 위해 동네에서 과외 교습 실을 운영했다. “아빠가 저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혼자 몇 백 명을 가르칠 때도 있으셨는데 그땐 저희 집이 부자인줄 알았습니다(웃음).”(프롬)

갓난 아기 시절 엄마와 함께(좌), 9살 초등학교때 카세트녹음기에 노래를 부르는 모습
갓난 아기 시절 엄마와 함께(좌), 9살 초등학교때 카세트녹음기에 노래를 부르는 모습
갓난 아기 시절 엄마와 함께(좌), 9살 초등학교때 카세트녹음기에 노래를 부르는 모습

그녀의 아버지는 학창시절에 합창부 활동을 했고 엄마는 동네에서 노래 잘한다고 소문이 났지만 음악적인 가정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릴 때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카세트테이프를 들을 때 귀동냥으로 듣거나 TV에 나오는 가요 정도만 들었습니다. 그래도 노래를 좋아해 카세트플레이어에 마이크를 연결해 제 노래를 녹음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저희 자매를 동네 피아노 학원에 보내 체르니 100번까지 배웠습니다.”(프롬) 콩쿨대회 나가서 상을 탔을 정도로 재능이 있었지만 동네 피아노 학원이 갑자기 없어지면서 별 생각없이 피아노 배우기를 그만두었다. 항상 인내심이 부족했던 그녀는 어느 것이든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그런 식으로 중도에 그만두는 일이 많았다.

프롬은 어릴 때부터 양면적인 성격이 분명했다. 친구사이에서는 말 잘하고 나서는 걸 좋아하는 쾌활한 아이였지만 반대로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던 조숙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 수업을 마치고 집까지 걸어가면서 여기 있을 때와 저기 있을 때는 불과 몇 초의 시간인데 그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과거가 된다는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프롬). 한 살 터울의 자매는 동물을 무척 좋아했다. 세수 대야에 초파리나 하루살이가 빠지면 언니가 건져 더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자매는 입김을 호호 불며 날개를 말려주었을 정도. 비가 오는 날이면 자매는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이 비를 맞고 있을까봐 무지 슬펐단다. “저희가 살았던 동네 환경이 너무 열악했어요. 저희 가족은 화목했지만 동네 이웃들이 동물을 학대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본지라 고향 동네에 대한 기억은 어둡고 우울합니다.”(프롬)

초등학생때 직접 그린 창작만화 ‘스피드’
초등학생때 직접 그린 창작만화 ‘스피드’
초등학생때 직접 그린 창작만화 ‘스피드’

불쌍한 대상에 대한 연민이 많으면 삶이 괴로워지는 법이다. 심성이 천사급인 프롬은 어린 시절부터 감정이 너무 나약하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혼이 많이 났다. “사실 연민의 정이 많은 건 집안 내력인 것 같아요. 어릴 땐, 학교 앞에 한 쪽 눈을 실명하고 피부병까지 걸린 엉망진창이 된 채로 길에 버려진 개를 데리고 와 키우겠다고 울곤 했죠. 집에 돈도 없는데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하고 깨끗하게 만들어 키울 분 찾는다고 인터넷에 올려 분양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유기 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이제는 연민의 정을 자제하고 싶어요. 너무 심한 연민은 제 영혼을 너무나 소모하는 것 같아 가능한 잔인한 것은 안 보려하고 제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만 도와주려 합니다.”(프롬)

중고등학교때 직접 그린 연습장 그림
중고등학교때 직접 그린 연습장 그림
중고등학교때 직접 그린 연습장 그림

초등학교 6학년 때 노래방이 생겨 친구들과 놀러가 주주클럽의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이 노래를 제법 잘한다는 걸 처음 느꼈다. 그때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꿈을 꾼다고 친구들이 우습게 볼까봐 감췄다. 중학교 동창들은 연극부를 만들어 교육의 불합리함을 발표했던 프롬이 무대 체질인 것을 다 안다. 중학교 2학년 때, 지병이 있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가정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동화책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아기자기한 장난감을 좋아했던 프롬은 사춘기에 접어들었지만 욕망이 억눌러야 했다. 하찮은 것을 사는 것조차도 눈치를 봐야 했다.

프롬 야외 피쳐사진22
프롬 야외 피쳐사진22

기분이 우울했던 그때 집에 있던 팝 앨범 모음집 CD에 있던 ‘엔야’와 디즈니 만화영화 ‘포카혼타스’의 음악이 마음에 들어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노래 같았다. 이후 TV에서 나오는 사랑타령 노래들은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사람으로 북적이고 싸움 소리가 가시질 않는 부곡동 골짜기에서 살면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황홀한 꿈을 안겨주는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고 제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이 생겨났습니다. 특히 인디언들의 잠언은 제게 위로를 되었고 계절이 바뀌는 바람 소리가 너무 좋았습니다.”(프롬)(part3로 계속)

글,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 및 그림 제공. 프롬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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