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루 (1) (1)
한그루 (1) (1)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 몇년 전부터 방송가와 충무로의 캐스팅 담당자들이 종종 하소연하듯 전하는 얘기다. 연기력 출중한 ‘쓸 만한’ 20대 여배우들이 도통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석같은 신예들은 제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스스로를 갈고 닦고 있다. 올해는 생동감을 뜻한다는 갑오년 청마(靑馬)의 해. 숨은 땀방울을 흘리며 누구보다 힘차게 달릴 준비중인 네 명의 20대 여배우들에게서 한 해 계획과 소망을 들어보았다.

드라마 속 캐릭터가 뚜벅뚜벅 걸어나온 듯하다.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 마디’의 나은영 역으로 출연중인 한그루는 당차면서도 순수한 극중 인물과 똑 닮아 있다.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오전 시간대 인터뷰임에도 쉴 새 없이 웃고 떠들며 드라마 에피소드를 풀어놓는 그에게서는 아이처럼 밝고 기운찬 분위기가 감돈다.

극중 은행 직원으로 같은 회사 안전요원 송민수(박서준)와 로맨스를 엮어가는 나은영 역으로 분한 한그루는 큰 폭풍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민수의 매형 유재학(지진희)와 은영의 언니 나은진(한혜진)이 불륜 관계였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랑이 위기에 휩싸일 예정인 것.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될 것 같다”며 웃음짓는 그에게서 가수로 데뷔해 연기자로 뚜벅 뚜벅 걸음을 내딛고 있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는 신념이 묻어났다.

Q. 극중 은영과 민수가 이별을 앞두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한그루: 곧 닥칠 폭풍이 예감돼 무척 안타깝다. 작가님이 주로 현실적인 내용을 그리는 분이라 해피엔딩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프다. 솔직히 작가님께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다.

Q. 민수 역의 박서준과 꽤 잘 어울린다. 몰래 사랑을 키워가는 커플의 알콩달콩한 면모가 잘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한그루: 민수가 사실 좀 무뚝뚝한 캐릭터인데 포옹 장면 등이 많아서 요즘엔 다정한 느낌이 든다. 박서준 씨는 MBC ‘금 나와라 뚝딱’을 보고 알게 됐는데 처음엔 무서운 이미지가 있어서 어려웠었다. 그런데 함께 연기해보니 사람을 참 편하게 해 주는 스타일이더라. 장난꾸러기같은 면도 있고(웃음)

Q. 은영은 현실적이고 똑부러지는 성격을 지닌 캐릭터라는 점에서 앞서 연기했던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동비와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한그루: 초반에는 동비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사실 똑같은 사람이 연기를 하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순 있겠지만 두 사람은 많이 다르다. 은영은 현실적이지만 동비에 비해 순수하고 마음이 여린 면이 많다. 예전엔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밝고 똑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좋다. 특히 역할에 따라 배우도 달라지는 부분이 있으니까. 다만 동비도 그렇고 은영도 그렇고 항상 다가올 위기를 모르고 있다 ‘뒷북 치는’ 캐릭터라는 면에서는 비슷한 것 같다.(웃음)

한그루 (12)
한그루 (12)
Q. 극 초반 ‘~ 아닙니까?’라는 식으로 끝을 ‘다, 나, 까’로 끝내는 은영 특유의 말투도 화제가 됐다.
한그루: 초반에는 그 말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장난 삼아 나와 친한 언니들에게 그런 말투로 말하면서 연습했다. 한창 재미가 붙었는데 민수와 사귀고 난 후로 그 말투가 사라져 아쉽더라. 최근에는 애교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사실 스스로는 많이 어색해하고 있다. (웃음)

Q. 실제 연애할 때는 애교가 없나보다.
한그루: 음… 연애할 땐 신사임당 같은 스타일이었다.(웃음) 조신하고 보수적인. 그런데 캐릭터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 같다. 애교있는 캐릭터를 하다 보니 실제로도 조금씩 바뀌더라. 이상형도 바뀌고. 굉장히 무뚝뚝한 사람을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나에게 잘해주고 다정다감한 사람이 좋다.

Q. 이제 드라마가 딱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타이밍인데 후반부에는 민수와 은영의 사이에 큰 변화가 오겠다.
한그루: 생각보다 진행이 무척 빠르다. 감독님께서 “앞으로 많이 울 거니까 방수 메이크업을 하고 오라”고 하시더라. 슬픔에 빠진 모습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은 된다. 그래도 시청률이 폭발적이진 않지만 다행히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특히 주위에서 ‘잘 보고 있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예전엔 나에 대해 ‘저 사람 누구지?’란 얘길 많이 하셨다면 지금은 많이 알아보시는 것 같다.

Q. 개인적으론 어떤 결말을 바라나.
한그루: 잘 됐으면 좋겠는데, 사실 두 가지 마음이다. 사랑을 생각하면 해피엔딩이었으면 하지만 한편으론 가족을 생각하면 ‘나 혼자 아픈 게 낫지 평생 모두를 힘들게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현장에서 촬영할 땐 참 행복한데 방송을 보면 ‘아 (둘이 잘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란 생각에. 한편으론 둘의 사랑이 이뤄진다면 과연 어떻게 만들어주실지가 궁금하다.

한그루 (2)
한그루 (2)
Q.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 많은 작품이겠다.

한그루: 만일 결혼 안 하고 독신이 돼 혼자 산다면 하명희 작가님 옆집에 살거다. 나를 이렇게 결혼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으니.(웃음) 어렸을 때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굉장히 컸다. 스물 다섯을 넘기지 말고 빨리 결혼하고 싶단 마음도 있었는데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찍으면서는 ’30대쯤 할까’란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요즘엔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다. 어떤 사람이 좋은 신랑감인지 점점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달까.

Q. 왜 그런가?
한그루: 극중 인물들을 보면, 재학(지진희)도 굉장히 완벽한 남자인데도 불륜을 저지르고, 성수(이상우)도 괜찮은 남자임에도 못난 면을 보이지 않나. 아, 연애도 못할 것 같다.

Q. 똑똑하고 독립적이어보이는 이미지가 극중 은영과도 많이 닮아 있다.
한그루: 학창시절에 미국, 중국에서 홀로 유학하면서 홀로 살아가는 방법을 많이 터득했다. 자연스럽게 무슨 일이든 남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 해결하는 습관이 많이 생겼다. 부모님도 뭘 해주기보다 알아서 하게 놔 두는 스타일이셨는데 극중 엄마 역할인 고두심 선생님과 연기할 때면 ‘우리집을 들여다본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하다. 엄마에게는 의외로 말도 툭툭하고 잘 티격태격하는 편이다. 배우가 아닌 회사원이었다면 은영과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 같다. 아니면 경찰이나 해녀가 됐을 거다.

Q. 해녀가 되고 싶었나?
한그루: 어릴 적에 전복을 무척 좋아해서 해녀가 되고 싶었다. 수영도 배우고. 그러나 디즈니 만화 영화에 꽂히면서 연기가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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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데 데뷔할 때는 가수로 연예계의 문을 두드렸다.

한그루: 사실 연기자가 꿈이었는데 회사(현 소속사)에서 처음에 가수로 데뷔를 시켰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면이 많다. 춤을 좋아하기도 하고 오래 췄지만 노래는 회사 들어와 처음 배웠다. 잘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니 내가 많이 부끄럽고 아쉬움이 컸다. 가수는 나중에 틈틈히 보컬 레슨을 받고 기회가 됐을 때 다시 도전할 수 있겠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가수 활동은 하지 않을 것 같다.

Q. 그간의 작품에서 20대 초반인 실제 나이보다 많은 20대 후반 역할을 주로 했다. 혹시 불만은 없나.
한그루: 매번 나이보다 많은 역할을 맡게 되더라. 사실 학생 역할 오디션에도 많이 갔는데 하나도 다 떨어졌다. 이러다 30대 되기 전에 내 나이와 비슷한 역할은 한번도 못하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들과 역할이 겹치지 않아 좋은 점도 있다.(웃음) 김수미 선생님이 젊은 시절부터 일용 엄니 역할을 하셨듯 나도 그런 쪽으로 나가볼까도 생각한다. 하하.

Q. 새해 맞이 소망은 있나.
한그루: 사실 데뷔 후 2년간 쉼없이 활동했다. 바쁜 만큼 즐겁게 일했지만 올해는 개인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연기 외에도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에 도전하고 싶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마친 후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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