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라는 배우는 발각되길 기다리고 기다렸던 존재
정우라는 배우는 발각되길 기다리고 기다렸던 존재
정우라는 배우는 발각되길 기다리고 기다렸던 존재

이 남자를 얼마나 만나보고 싶었던가.

처음 tvN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쓰레기라는 존재를 목격한 순간, 그 때만 하더라도 친동생이 아니라곤 의심조차 하지 못했던 나정(고아라)과의 티격거림에서 쓰레기는 방구석에 뒹굴 거리던 우리네 친오빠의 또 다른 버전이었다. 그렇지만 허리를 다친 나정을 위해 과자봉지를 휙 던지고 나간 그 순간부터 쓰레기는 더 이상 흔한 오빠가 될 수 없었다. 훗날(?) 뼈미남으로 불리게 될 그의 뒤태는 기억 속 가물거리던 첫사랑을 소환시키고 말았다.

쓰레기라는 말을 달콤하게 만들어버린 어처구니없는 일을 가능케한 남자, 배우 정우.

무려 21번이나 걸었던 나정의 버진로드, 그 끝에 서 있었던 기적 같은 남자를 직접 만난 순간 “쓰레기다!”라며 탄성을 질렀다. “실제 성격도 쓰레기 같은 가봐요?”라는 질문은 이들과 1990년대를 걷지 못했던 누군가 들었다면 큰 오해라도 했을 법하지만, 이 남자 덕택에 ‘쓰레기’라는 낱말은 더 이상 전과 같은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너무 웃어 팔자주름이 힘들다는 센스 터지는 유머감각으로 주변 분위기를 밝힌 그와 마주앉았다. 그 때 드라마 속 쓰레기라는 남자가 품고 있었던 사랑의 크기가 손 안에 들어온 듯 가늠이 됐다. 예상보다 훨씬 깊은 눈망울이 시야에 온전히 들어와버렸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배우 정우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흥미로운 배우 정우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흥미로운 배우 정우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Q. 처음 배역 이름이 쓰레기라는 사실을 알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
정우 : ‘한 번 들으면 결코 까먹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도 했고, 어이가 없으면서도 재미있어 웃었다. 그렇지만 말 그래도 ‘쓰레기 같은’ 인물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응답하라 1994의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정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 악역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 전에 촌놈들의 상경기를 그리는 밝은 청춘물이라는 것은 작가님께 들어서 충분히 알고 있기도 했었고.

Q. 쓰레기의 실제 이름인 김재준은 ‘내 이름’이라는 느낌도 없을 것 같다.
정우 : 아무래도 20화를 쓰레기로 살았고, 마지막 1화를 김재준으로 살았기에 쓰레기가 훨씬 더 친숙하다. 원래 내 본명이 김정국이기는 하지만 친구나 가족들 모두가 나를 짱구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내게 쓰레기는 이름보다 더 익숙한 짱구라는 별명과 같다.

Q. 작가나 연출자나 쓰레기라는 캐릭터에 쏟은 애정이 어마어마한 것 같다. 극 초반 가장 강렬한 반전을 선사한 캐릭터이지 않았나.
정우 : 그렇다. 극의 중심에 선 인물이기도 하고, 작정하시고 만들어준 캐릭터였다.

Q. 그렇게 매력적인 쓰레기, 지금 완전히 그와 굿바이한 상태인가.
정우 : (그는 잠시 시선을 놓치더니 한참 생각을 했다) 아니, 그런 생각 자체를 아직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질문을 받기 전까지 그런 생각 자체를 한 번도.

Q. 쓰레기와 이별하지 못했다는 말로 들린다.
정우 : 그렇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쓰레기에서 빠져나오고 할 것도 없다.

직접 만난 정우는 매우 리드미컬한 피사체
직접 만난 정우는 매우 리드미컬한 피사체
직접 만난 정우는 매우 리드미컬한 피사체

Q. 그만큼 본인과 많이 닮았다는 뜻?
정우 : 왜냐하면 슈퍼 앞을 가더라도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니고, 그런 내 모습에 동네주민들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지금에야 인터뷰 하느라 옷을 차려입고 다니지만 동네에서는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입는 것을 시작으로 먹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 말하는 것 모두 내 모습이 담겨있는 캐릭터라 빠져나올 것이 없다.

Q. 아, 동네 주민들은 ‘응답하라 1994′를 기점으로 완전히 변한 당신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정우 : 주인집 아주머니가 다소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은 받았다(웃음). 농담이다. 사실 집에 거의 들어가질 못하고 있어 최근에는 뵌 적이 없다. 현재 어머니가 집에 올라와 계시는데, 어머니 통해 사인을 부탁한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Q. 이 지면을 이용해,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한 마디 한다면.
정우 : 수도세를 면제해주신 것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수도세를 면제해주시며 나중에 잘 되면 한꺼번에 받겠다고 하셨었다(웃음).

Q. 요즘 흔치않은 훈훈한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미담이다. 수도세를 면제받을 당시와 지금의 삶은 완전히 동떨어져있을 것 같다. 이제 그야말로 어디를 가도 환영받는 셀레브리티이지 않나. 셀렙의 삶은 어떤가.
정우 : 감사드린다. 재미있고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하지만 빨리 좋은 작품을 선택해 연기를 하는 배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 까불어야지(웃음). 얼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Q. 정우 본연의 모습은 무엇인가. 화려한 셀렙으로 시간을 보내다 문득 일상으로 돌아온 순간 ‘그렇지, 이게 가장 나다운 모습이지’라고 느끼게 되는 그 순간이 언제인가.
정우 :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으며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그 순간!

Q. 작품 러브콜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진다고 들었다. 이번에 사이판으로 포상휴가를 가서도 내내 책(시나리오)만 봤다고 들었는데.
정우 : 거의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많은 양을 보지 못했고 아직 결정된 것도 없다.

‘정우=쓰레기’라고 그는 말하지만, 앞으로 그가 보여줄 많은 배역이 곧 그일 것이다
‘정우=쓰레기’라고 그는 말하지만, 앞으로 그가 보여줄 많은 배역이 곧 그일 것이다
‘정우=쓰레기’라고 그는 말하지만, 앞으로 그가 보여줄 많은 배역이 곧 그일 것이다

Q. 그간 결국 선택하게 됐던 시나리오를 통해 받은 첫 느낌은?
정우 :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중요한 것은 항상 내 마음이 편안해지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Q. ‘응답하라 1994′는 당연히 편안한 느낌을 전해줬을테고.
정우 : 그렇다!

Q. 신원호 PD나 이우정 작가가 영화 ‘바람’을 보고 당신의 팬이 되었고, 그래서 당신이 쓰레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다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 정작 신원호 PD나 이우정 작가가 당신에게는 팬이라고 커밍아웃한 적이 없었다고. 왜 그랬을까?
정우 : 맞다. 나중에 언론에 나온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 글쎄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신원호 PD님은 굉장히 사람을 잘 다루시는 분이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감동도 전해주시고.

Q. ‘쓰레기가 터질 것이다’라는 느낌은 언제 처음 받았나.
정우 : 정말이지 예상을 못했다. 하지만 촬영감독님과 조명감독님 등 스태프 몇 분이 편집실에서 2회 편집본을 보시고 나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멋있게 나왔어’라고 하시더라. 그 순간 ‘뭐지?’했다. 굉장히 궁금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Q. 고백하는데, 나는 초반에는 쓰레기파였다! 특히 과자봉지를 던지고 나가는 그 순간, 쓰레기에 완전히 빠져버렸었다.
정우 : 아직도 이해안가는 대목이다. 논리적으로는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대체 그게 왜 여심을 동하게 했을까? 무심한 척 하면서 챙겨주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과자를 그냥 던진 거잖아. 이해가 안 된다. 도무지.

Q. 당신은 정말 ‘쓰레기같은’ 상 남자인가보다(웃음). 참, 그런데 쓰레기와 나정의 관계 말이다. 뭔가 사촌오빠와의 로맨스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우 : 어, 이런 반응은 처음이다. 그런데 초반 병원에서 아픈 나정이를 안는 순간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친오빠여도 이상한 태도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상했다. 나도 우리 누나가 아프다고 쓰담쓰담해주지는 않거든. 그런데 작가님이 ‘여자가 아니라 아기로 보는 거니까 이상해할 필요 없어’라고 말씀하시더라.

Q. 그렇다면, 쓰레기가 나정이를 여자로 받아들인 순간은 언제였을까?
정우 : 흠….

Q. 칠봉(유연석)과 나정이 뽀뽀를 하던 순간?
정우: 그 때는 혼란기였다. 아마도 화장실에서 옷을 벗는 나정이와 마주쳤을 때가 아니었을까.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는 정우의 미래, 지켜볼 일만 남은 우리는 즐거울 수밖에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는 정우의 미래, 지켜볼 일만 남은 우리는 즐거울 수밖에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는 정우의 미래, 지켜볼 일만 남은 우리는 즐거울 수밖에

Q. 쓰레기를 만나기 이전 이야기를 해보자. 돌이켜봤을 때 당신의 흑역사는 언제인가.
정우 : 줄곧 어두웠지만, 가장 어두웠던 순간은 2012년에서 2013년. 작품 선택에 앞서 고민도 굉장히 많았고 갈등도 많이 했던 시기였다.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요즘 인터뷰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하게 됐다. 가끔 울컥하기도 한다.

Q. 딱 ‘응답하라 1994′를 만나기 직전이다.
정우 : 지금 생각해보면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2009년도까지는 내 자신을 믿고 까불었는데, 그 이후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은 모두 신앙의 힘인 것 같다.

Q. 가장 시끌시끌한 연말을 보냈을테고, 다가오는 명절 역시도 가장 정신없는 명절이 될 것 같다.
정우 : 정말로 정신이 없다. 오늘도 잠을 한 시간 자고 왔다. 어제 링거를 맞기도 했다. 이번 연휴 때는 광고촬영을 할 것 같다. 원래도 명절을 잘 챙기는 성격은 아니다. 내 생일조차 챙기는 것을 번거로워한다. 하지만 그래도 명절이 되면 고향에 가고 싶다. 텅 빈 서울은 쓸쓸하니까.

Q. 길지 않은 시간 만나본 당신은 정말 남자 중의 남자, ‘쓰레기’ 그 자체인 것 같다.
정우 : 하하하.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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