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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밤이었다. 23일 오후 10시 피닉스의 내한공연이 열린 광장동 유니클로 악스홀 현장. 분기탱천해 객석으로 뛰어든 토마스 마스를 관객들은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다시 무대 위로 보냈다. 그러자 토마스는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객석을 무대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무대는 약 100여 명이 넘는 관객들로 가득 찼고 밴드는 다시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약 2,000명의 관객이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환장을 한 듯 춤추고 합창을 하며 공연을 즐겼다. 춤을 출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합창까지 할지는 몰랐다. 프랑스 밴드 피닉스의 첫 내한공연을 그렇게 서울을 뜨겁게 달궜다.

피닉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댄서블한 얼터너티브 록을 하는 밴드’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2000년 데뷔앨범 ‘유나이티드(United)’에 실린 ‘투 영(Too Young)’이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실리며 관심을 모은 피닉스는 이후 그래미상을 수상하며 다프트 펑크, 에어와 함께 프랑스의 팝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피닉스의 일렉트로니카와 록이 결합한 사운드는 로맨틱하다. 역시 프랑스 음악이라서 그럴까? 작년에 발표한 5집 ‘뱅크럽트!(Bankrupt!)’의 타이틀곡 ‘엔터테인먼트’는 한국 드라마 콘셉트와 북한의 메스게임 영상 등이 뒤섞여 있는 뮤직비디오로 국내에서 주목받았다.(정작 곡의 테마 멜로디는 중국풍이다) 공연에 앞서 피닉스의 멤버들인 토마스 마스(보컬), 크리스티앙 마잘라이(기타), 덱 다르시(베이스), 로랑 브랑코위츠(기타)와 짤막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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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첫 내한공연이다. 한국에 온 소감이 어떤가?
로랑 브랑코위츠: 어제 한국에 도착했다. 난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
토마스 마스: 난 사랑에 빠지고 있는 중이다.

Q. 프랑스 출신이다. 프랑스인이라는 정체성이 자신들의 음악에 영향을 미치는가?
로랑 브랑코위츠: 당신들이 한국에 살면서 한국음악에 갇힐 수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도 프랑스에 갇히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미국, 영국의 팝음악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프랑스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Q. 최근 앨범인 5집 ‘뱅크럽트!’를 들어보면 동양적인 요소가 있다.
로랑 브랑코위츠: 의도적으로 동양적인 요소를 넣었다. 최근 들어 서양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피곤함을 느낀다. 새로운 것을 향한 돌파구로 동양적인 사운드를 찾게 됐다. 동양의 음악들을 찾아들었고, 그 외에 에티오피아의 음악을 들으며 영감을 얻곤 했다. 우리는 과거 60~70년대 록 음악들이 그대로 반복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항상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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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혹시 4집 ‘볼프강 아마데우스 피닉스(Wolfgang Amadeus Phoenix)’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이 새로운 음악을 하는 계기가 된 것인가?
덱 다르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미상을 받은 건은 우리 음악의 노선과 전혀 상관없다. 우리는 늘 하던 것처럼 새로운 음악을 하려 한 것뿐이다.

Q. 타이틀곡 ‘엔터테인먼트’는 한국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인가?
로랑 브랑코위츠: 하하,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드라마 같은 것은 보지 않는다. 뮤직비디오를 만든 감독의 어머니가 한국 사람이다. 유튜브로 한국드라마를 보여줘서 접하게 됐다. 한국 드라마는 가볍고 로맨틱한 면도 있겠지만, 내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Q. 뮤직비디오를 보면 한국적인 것 외에 북한의 매스게임, 또는 중국의 문화도 복합적으로 나온다. 이것은 무엇을 의도한 것인가?
로랑 브랑코위츠: 덱 다르시를 제외한 세 명의 멤버들이 어머니가 독일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것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곡을 쓰고 있을 당시 한국, 특히 남북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분단국가의 아픔을 느끼면서 곡을 만들었다. 뮤직비디오는 다소 가벼운 감도 있지만 노래의 의미를 넣으려 했다.

Q. 최근 북한의 김정은이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을 초대했다. 만약에 김정은이 피닉스의 팬이라서 초대를 한다면 응하겠나?
토마스 마스: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는 “음악은 세상의 그 어느 것보다도 거대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냉전 때인 1960년에 미국에서 공연한 최초의 러시아인이었고, 스탈린의 장례식장에서도 피아노를 쳤다.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그런 유연한 생각을 존경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방식을 따르기에는 위험요소가 많은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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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음악이 리듬이 강한데 드러머가 없는 이유는?
토마스 마스: 드럼의 사운드에 제한되고 싶지 않고 자유롭게 곡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악기에 국한되지 않고 음악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Q. 밴드를 처음 결성했을 때 마음가짐은 어땠나? 결성 후 10년 정도가 흐르면서 바뀐 것이 있다면?
토마스 마스: 우리가 처음 밴드를 결성했을 때 확실했던 것은 장난이 아닌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하자는 것이었다. 아직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게 가장 잘 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그 길을 쭉 가고 있다.

Q. 피닉스는 최근 ‘글래스톤베리’, ‘코첼라’ 등 세계 유수의 음악 페스티벌에서의 헤드라이너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억에 남는 무대를 꼽는다면?
크링스티앙 마잘라이: 이제까지 섰던 페스티벌, 공연은 다 좋았다. 2000년에 스페인의 한 축구장에서 10명 앞에서 공연한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최근 공연 중에는 바르셀로나에서 다이노서 주니어와 협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Q. 혹시 케이팝을 들어봤나?
(일동 침묵)
토마스 마스: 난 안 들어봤지만 내 자녀들은 케이팝을 알 것이다. 최근 케이팝이란 장르가 세계적으로 퍼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빌보드차트에 오른 미국 음악이 전 세계를 지배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음악들이 사랑받는 것 같아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도 처음에 프랑스에서 시작했을 때 이렇게 세계적으로 사랑받을지 몰랐다. 그냥 프랑스 안에만 머무를 줄 알았는데 지금 이렇게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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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 사람들은 프랑스음악이라고 하면 샹송과 같은 로맨틱한 음악을 떠올린다. 하지만 다프트 펑크, 에어와 같은 팀들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어 다양한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는 어떤가?
로랑 브랑코위츠: 프랑스 음악이 로맨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조금 변태적일 수 있는 그런 부분도 있다.

Q. ‘트라잉 투 비 쿨(Trying To Be Cool)’을 알 켈리가 리믹스한 버전이 공개됐다. 전혀 다른 반경의 뮤지션이 만난 것인데. 어떻게 만났고, 작업은 어땠는가?
토마스 마스: 작년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만나서 함께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했다. 그날 알 켈리를 처음 만났는데 공연이 정말 좋았다. 공연을 마치고 알 켈리가 시카고로 차를 타고 가던 중에 ‘트라잉 투 비 쿨’ 리믹스 작업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화를 했다. 알 켈리는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서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에서 시카고까지는 무려 3일이 걸리는데, 자동차를 타고 가더라. 알 켈리가 리믹스를 해보자고 해서 우리들은 무척 좋았고, 결과물도 훌륭했다. 알 켈리가 우리 노래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줬다.

Q. 근작 ‘뱅크럽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덱 다르시: 우리는 앨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음악은 음악일 뿐이다. 피닉스의 음악이다.
로랑 브랑코위츠: 팬들은 이 앨범에 대해 의미들이 많고, 비밀스러운 앨범이라고 하더라.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뭔가를 찾아내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Q. 앨범재킷은 왜 복숭아인가?
로랑 브랑코위츠: 꿈에서 나온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다. 한국 버전이 우리가 의도했던 디자인에 가장 부합하게 프린트돼 기분이 좋다.

글, 사진.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VU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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