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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여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오른 제임스 블레이크의 공연을 실제로 보고 느낀 것은 그가 무척 거대한 사운드를 지닌 아티스트라는 것이었다. 그는 단순히 샘플링을 배열하는 수준을 넘어선 소리의 마술사였다. 다양한 음악의 장르적 특징들을 입체적으로 버무리는 모습을 보면 ‘덥스텝의 피카소’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영국 출신의 덥스텝 뮤지션 제임스 블레이크는 천재성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덥스텝계의 아이돌’로 불릴 만큼 스타성도 가지고 있다. 2011년에 나온 데뷔앨범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는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냈다. 특히 파이스트를 커버한 ‘리미트 투 유어 러브(Limit To Your Love)’를 비롯해 그가 들려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는 기존의 전자음악과 궤를 달리하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운드였다. 지난 10월에는 악틱 몽키스, 데이빗 보위, 폴스, 제이크 버그등 세계적인 뮤지션과 경쟁해 ‘2013 머큐리 프라이즈’에서 올해의 앨범‘을 거머쥐었다. 또한 ’2014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후보로 선정돼 수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번 단독 내한공연은 작년 4월 발매한 2년 만의 신작 ‘오버그로운(Overgrown)’ 발매 기념 투어의 일환으로 열려 한층 성장한 제임스 블레이크의 음악세계를 느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한을 앞둔 제임스 블레이크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Q. 2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작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공연한 것을 봤다. 당시 기억이 나는가?
제임스 블레이크: 2년 동안 많은 연습을 했으니 아마도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단독공연이므로 연주하는 분량 또한 많을 것이다. 관객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단독공연이 더 재미있다. 나는 관객으로서 공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떤 것이었는지 잊어버린 것 같다.

Q. 얼마 전 발표된 ‘그래미 어워즈’에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로 올라갔더라. 소감이 어떤가?
제임스 블레이크: 물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여러 가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게 되는 것 아니겠나.(웃음) 무척 흥분되고 기대된다.

Q. 일렉트로니카 음악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제임스 블레이크: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은 사운드여서 매료되었던 것 같다. 게다가 당시 내가 좋아하게 된 곡들 역시 모두 일렉트로닉이었다는 점도 한 이유이다.

Q. 현재 제임스 블레이크는 덥스텝 장르의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거론된다. 그런데 당신의 전자음악, 덥스텝은 일반적인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 마치 피카소처럼 느껴진다. 매우 입체적인 사운드라고 할까?
제임스 블레이크: 가능하다면 늘 새로운 뭔가를 만들고 싶다. 새로운 사운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목표이다. 곡을 쓸 당시 음악적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만들어온 음악은 전부 당시 트렌디한 음악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2009년과 2010년에는 덥스텝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좀 더 힙합의 영향을 받은 음악을 주로 만들었다. 이렇듯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요즘은 인스트루멘탈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 내 개인작업과 병행해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를 위한 곡을 쓰는 등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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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년 만의 신작 ‘오버그로운’을 발표했다. 새 앨범에서 지난 앨범과 다르게 시도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제임스 블레이크: 첫 앨범에서 완전히 탈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뭐든 이미 시도하지 않은 사운드라면 새 음악을 쓰는 데 필요한 발돋움이 될 것 같았다. 나는 프로듀싱부터 퍼포먼스까지 창작의 전 과정을 직접 하기 때문에 단지 한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변화를 꾀해야만 했다. 내가 단지 싱어이기만 했다면 단지 보컬적 면에서 한두 가지 새로운 요소만 가져오더라도 새로운 프로듀서의 투입으로 전반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겠지만, 내 작업의 경우 단계마다의 변화를 전부 내가 가져와야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완전한 변태(metamorphosis)를 거쳐야만 했다.

Q. 결과물이 만족스럽나?
제임스 블레이크: 곧 매우 아름다운 한 마리의 나비로 태어나게 될 것 같다.(웃음)

Q. 앨범 수록곡 ‘오버그로운’은 조니 미첼과의 만남에서 영향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알고 있다. 조니 미첼과의 만남은 어땠나? 곡을 쓸 만큼 대단했나 보다.
제임스 블레이크: 조니 미첼 같은 인물과 만나는 건 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흥분했을 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내 공연을 찾은 김에 세 시간 정도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나의 영국식 말투를 놀리는 등 농담을 주고받으며 줄담배를 피웠다.

Q. 본인에게 큰 영향을 준 뮤지션, 앨범을 꼽는다면?
제임스 블레이크: 최근에는 비욘세의 신보를 가장 많이 들었다. 좋은 곡이 많더라. 예전에는 조니 미첼, 스티비 원더, 도니 해서웨이를 좋아했고 가스펠, 오르간 연주곡, 덥스텝을 즐겨들었다.

Q. 앞으로 작업 계획은 어떻게 되나?
제임스 블레이크: 이제 갓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미래는 불투명하고 아무것도 모르겠다. (웃음) 일단은 그래미시상식에 참석하고 당분간LA에 머무르며 곡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아마 여행을 떠날 것 같다. 순전히 여가를 위한 여행을 하고 싶다. 전에 공연했던 곳을 방문해 사람들과 안부를 나누고.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도 부탁한다.
제임스 블레이크: 한국말로 할 수는 없지만 물론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오랜만에 서울을 다시 찾게 돼 무척 기쁘고 그 동안 한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기대된다. 왜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서울은 무척 빨리 변화하는 도시인 것 같다. 어찌됐든 서울은 분명 아주 핫한 시티이고, 얼른 다시 찾게 되길 기대한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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