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용의자
변호인 용의자
‘용의자’의 액션이냐, ‘변호인’의 감동이냐! 리얼 액션의 공유냐,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냐! 사람들은 내기를 했다. ‘용의자’가 한 주 먼저 시장을 점유한 ‘변호인’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의견과, ‘변호인’의 기세에 ‘용의자’가 눌릴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리고 결과는? 알다시피 최근 ‘변호인’에 대한 관심은 열풍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천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 되는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작 ‘아바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변호인’과 맞붙은 ‘용의자’는 불운한 운명을 타고난 작품인가. 이에 대한 답은 숫자에 있다. 영화산업이라는 것이 ‘모 아니면 도’ 식의 이분법적 세계가 아님을 수치가 정확하게 증명한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 개봉한 ‘용의자’는 7일까지 누적관객 324만 9,858명을 동원하며 ‘변호인’과 흥행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일명 쌍끌이. 흥행속도도 ‘아저씨’보다 빠르다. 500만 돌파 가능성도 높다.
용의자 액션 공유
용의자 액션 공유
‘용의자’가 ‘변호인’이라는 신드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쌍끌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왜일까. 송강호와 공유라는 브랜드가 각각의 스타성으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오히려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변호인’이라는 킬러콘텐츠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쟁 작품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마련된 것도 크다. 실제로 ‘변호인’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가 영화가 매진되자 차선으로 ‘용의자’를 봤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 ‘용의자’ 역시 완성도가 나쁘지 않은 영화라, 우연히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또 다른 관객을 몰고 오는 도미노 효과도 연출했다.

‘용의자’가 ‘변호인’과 다른 색을 가진 작품이라는 점도 주효했다. 장르도 매력도 관객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포인트도 차별화되기 때문에 경쟁을 넘어선 상생이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관객들은 두 편 이상의 작품을 관람할 경우 장르나 분위기가 다른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로 인해 ‘용의자’는 ‘변호인’을 관람한 관객들도 품을 수 있었다.

방학 연휴에 찾아 온 것도 포인트였다. 전 연령층으로부터 고른 사랑을 받고 있는 ‘변호인’과 달리 ‘용의자’는 10,20대에게 높게 소구되는 영화다. “20대 남성들은 물론 10대 남학생들의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엄청나다!” ‘용의자’를 홍보하는 퍼스트룩 관계자의 말이다. 공유가 불러들인 여성 관객들은 말할 것도 없다. 겨울 방학과 연말 시즌을 맞춰 개봉한 것이 흥행세에 탄력을 더했다.
변호인 송변
변호인 송변
다만 ‘1,000만 영화’와 붙는 작품들의 슬픈 운명이라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다는데 있다. 가령 지난해 1월 30일 개봉해 전국 716만 명을 동원한 ‘베를린’은 잘 달리고도 (같은 기간 쌍끌이 흥행한) 1,000만 영화 ‘7번방의 선물’(1,280만 명)의 이슈에 가려 주목도에서는 살짝 빛이 바랬던 게 사실이다. ‘용의자’의 경우 그 상대가 무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변호인’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느끼는 체감 주목도는 더 낮다. ‘변호인’이 영화적 재미를 넘어 정치사회적 이슈까지 담아낸 영화이기에 ‘용의자’가 이슈성에서는 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꼭 사회적 이슈를 담아낼 필요는 없다. 현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도 좋지만, 머리를 식히고 싶은 관객들에게 휴식이 돼 주는 영화도 우리에겐 필요하니 말이다.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용의자’가 ‘변호인’을 만난 것은 (관객들로서는 특히나) 불운이 아니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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