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의외의 생각과 행동으로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만남이 있다. 나이에 비해 깊이 있는 생각과, 크고 멋진 이상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날 때 종종 드는 생각이다. SBS ‘상속자들’의 이효신 역으로 출연한 배우 강하늘의 모습이 그랬다.Q. ‘상속자들’ 속 이효신은 자살 시도도 하고 부모와 큰 갈등을 겪는 등 여러 사연이 많은 인물이었다.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고교 시절이던 2006년 데뷔해 뮤지컬,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지난해 tvN ‘몬스타’ SBS ‘상속자들’에 연달아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많지 않은 출연분량에도 그가 남다른 임팩트를 줄 수 있었던 건 역시 남다른 연기 철학을 지니고 무대에서 쌓아 온 내공 덕분임을 실감케 하는 만남이었다.
강하늘: 친구들 사이에서는 능청스러워보이는 반면 부모님과 심한 갈등을 지닌 양면성이 있는 아이다. 역할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두 가지를 다 그리면 캐릭터가 산으로 가겠단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부모님과의 갈등 부분에 좀더 집중했다. 이 갈등을 진정성있게 표현한다면 능청맞은 또다른 면이 자신의 아픔을 숨기려는 데서 나오는 반작용이란 걸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Q. 결말 부분에 군대를 가면서 마무리지어지는 설정은 개인적으로는 어땠나.
강하늘: 효신이가 어떤 걸 선택할지 촬영하면서도 나 또한 궁금했다. 자퇴나 유학 또는 죽는 결말도 생각했었다. 햐지만 끝나고 보니, 군대를 가는 게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란 생각이 든다.
Q. 분량 면에서는 아쉬웠다는 평도 꽤 있었다.
강하늘: 원래 분량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다른 분들한테 이런 얘기하면 ‘에이 그래도 아쉽지 않냐’고 하는데 처음 연기를 배울 때부터 분량에 연연하지 않는 법을 배워서 그런지 얼마나 나오는지는 내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빈이랑 신혜, 민호 형님의 삼각관계만으로도 충분히 빡빡한데 그 안에 효신이의 내용을 잘 살려간 것 만으로도 만족스럽다.
Q. 극중 유라헬(김지원), 전현주(임주은) 등 두 인물과 러브라인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사랑은 어느쪽이었나.
강하늘: 짝사랑에 대한 환상이 좀 있다. 공감대가 많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는지 현주 누나와의 짝사랑이 좋았다.
Q. 실제로도 짝사랑 경험이 있나보다.
강하늘: 당연하다. 눈물이 날 정도로 누군가를 좋아해 본 경험도 있고, 짝사랑도 많이 해 봤다. 한 사람을 좋아할 땐 효신이만큼 저돌적인 스타일이다. 경상도 남자라 그런지 몰라도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 직설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Q. 데뷔작인 KBS2 ‘최강 울엄마’를 비롯해 tvN ‘몬스타’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상속자들’ 등 벌써 다섯 작품째 교복입은 고교생을 연기했다.
강하늘: 어느 작품이든 교복을 입으면 학창시절 생각이 절로 난다. 항상 똑같은 교복 입고 학교가기 싫다고 했던 게 엊그제같은데 가끔 교복을 입고 싶어질 때가 있더라.(웃음)그때 했던 많은 일들도 떠오르고.
Q. 실제 고등학교 땐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하다.
강하늘: 성적은 중간 정도에 친구들과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입시 제도에 대한 반항심은 많았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까지 아예 대입 준비를 안하다 그래도 대학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게 있겠단 생각이 들어 뒤늦게 입시를 준비해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Q. ‘상속자들’의 효신이처럼 의 반항아다운 모습도 꽤 있었나보다.
강하늘: ’나홀로 정의감’이랄까 그런 게 있었다. 나도 꿈을 찾으려고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기가 있어서 그런지, 일찍부터 자기 꿈을 찾고 그걸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 고교생 친구들을 보면 참 좋아보인다.
Q. TV 드라마 경력은 짧지만 뮤지컬, 연극 무대에서는 2006년부터 ‘쓰릴미’ ‘어쌔신’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무대와 TV의 차이가 큰가?
강하늘: 연기에 임하는 태도나 연기적인 표현을 구사하는 법은 모두 무대에서 익혔다. TV와 무대는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내 몸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테크닉의 차이는 있지만 얘기를 전달하는 진심은 무대나 카메라 앞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Q. 뚜렷한 연기관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강하늘: 모든 예술은 자기 주장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어떤 작품이든 관객분들에게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예술인 것 같다.
Q. 음 .. 그렇다면 연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은 무엇인가.
강하늘: 사실 공연을 통해 계속 관객들과 만나고 싶었는데 여건상 힘들 때가 있더라. 관객이 없어 내리는 공연이 생기는 걸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이렇게 좋은 공연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수 없다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더 알려져서 작품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면 여러가지 활동을 병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TV 드라마나 영화를 하게 된 동기도 그런 차원이다.
Q. 스타가 되고 싶어 연기자가 되려는 지망생들도 많은데 의외다.
지금 소속사 대표이신 황정민 선배를 처음 뵀을 때 “무대 연기를 계속하게 해 달라”고 말씀드렸었다. 다른 회사들은 무대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니까 난색을 표했었다. 내 꿈은 내가 만들어놓은 무대에서 공연이 이뤄지는 걸 보는 거다. 솔직히 ‘스타가 되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웃음)
Q. 자기 신념을 지키며 연기하려면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적절히 안배하는 나름의 ‘줄타기’가 필요할 것 같아 보인다.
강하늘: 그럴 것 같다. 그래서 난 더 정신을 차려야할 것 같고.(웃음) 어떤 일을 하든 무슨 생각과 목적을 가지고 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내게 이상을 힘이다.
Q. 스스로를 항상 다잡는 편인가보다.
강하늘: 그런 마음이 없으면 예술이란 걸 하기는 정말 힘든 것 같다. 항상 내가 있는 상황을 되돌아보고 목표를 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는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tvN ‘몬스타’에 이어 SBS ‘상속자들’까지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2013년은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챙긴 한 해였겠다.
강하늘: 물론 행복한 일도 굉장히 많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갔을 때 불행하기도 했다.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 좀 하고 살자’는 말을 들었을 때의 씁쓸함이 있었다피곤하다는 핑계로 주변 사람을 챙기지 못했던 게 잃은 것 중 하다나. 또 주변에서 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는데 언젠가부터 이런 도움을 당연스럽게 여길까 봐 두려워지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요즘 정신적으로 좀 긴장하고 있다.(웃음)잃었다기보다는 주변에서 날 도와주느 분들이 많이 생겼는데 언젠가 이런 도움이 당연스러워질까봐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이 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좀 긴장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Q. 올해 강하늘을 움직이게 할 목표가 뭔지 궁금하다.
강하늘: 아마도 작년보다 많은 일을 겪겠지만, 그 일을 겪고 나서도 내가 가진 연기관, 예술관 신념같은 걸 꺾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고집인지, 아니면 아집인지 모르겠지만 이 고집을 지니고 좀더 생활해보고 싶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신념이니까.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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