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
블락비
2011년 데뷔, 지난해 첫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당당한 블락비에게 ‘유망주’란 호칭을 붙인다는 자체가 아이러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속사와 빚은 아픔을 딛고 처음으로 참석한 연말가요제에서 보여준 블락비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그들을 2014년 연말을 책임질 수 있는 엔딩 유망주로 칭하기에 충분하다.

연말 가요제의 꽃은 콜라보레이션이지만, 블락비는 콜라보레이션 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힘만으로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리고 멤버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던 자신들의 바람까지 이뤘다. 지난 12월 블락비 재효는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연말 가요제에서 보여주고 싶은 특별한 퍼포먼스에 대해 “지코가 랩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우리 그룹 노래가 아니라 독자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랩. 지금 아이돌들은 할 수 없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SBS 가요대전’ 무대(왼쪽)와 ‘MBC 가요대제전’ 무대
‘SBS 가요대전’ 무대(왼쪽)와 ‘MBC 가요대제전’ 무대
‘SBS 가요대전’ 무대(왼쪽)와 ‘MBC 가요대제전’ 무대

블락비가 발산한 존재감의 첫 번째 비결은 메이크업과 의상. ‘2013 KBS 가요대축제’를 제외하고 ‘2013 SBS 가요대전’, ‘2013 MBC 가요대제전’에 출연한 블락비는 먼저 29일 열린 ‘2013 SBS 가요대전’(이하 가요대전)에서 메이크업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분홍머리, 분홍입술의 지코를 필두로 얼굴에 십자가 무늬를 그린 태일, 눈썹과 입술색을 모두 빨간색으로 통일시킨 피오는 마치 어린 아이가 엄마 립스틱을 뺏어 바른 듯한 독특한 비주얼이었다. 팬들 사이에서 춘장을 발랐다는 비범의 모습까지,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독특한 메이크업은 ‘베리 굿’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한층 더 무대 위를 휘젓는 악동인 블락비의 모습을 더욱 발산했다. 다른 아이돌에게서 결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행보였다.

블락비의 진가는 ‘2013 MBC 가요대제전’(이하 가요대제전)에서 드러났다. 지코의 형광 노랑색 머리와 의상으로 파격적인 스타일링은 기본이었으며 그들이 말했던 ‘블락비 노래가 아닌 것으로 보여주는 독자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사전에 촬영한 비하인드 영상과 실제 무대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선보인 블락비는 피오-지코-박경-지코로 이어지는 랩배틀을 선사했다. 비하인드 영상 속 피오와 박경의 모습, 무대 위 홀로 존재감을 발산하는 지코의 모습까지 함께 보이면서 지코의 랩뿐만 아니라 박경과 피오의 실력까지 드러났다. 랩배틀의 필수 요소(?)인 멤버들의 하품하는 모습까지 깨알 같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 블락비 멤버들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랩배틀에 썼던 가사를 공개해 센스 있는 팬서비스까지 선보였다. 블락비의 자전적인 가사로 채워진 랩배틀은 블락비가 꿈꾸던 모든 것을 반영하던 순간이었다. 2013년 아픔을 딛고 본격적인 도약에 성공했던 블락비, 2014년도 화려한 엔딩을 맞이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 진정 실력으로 증명하는 아이돌이다.

# 관전포인트 : 프로듀서 블락비

블락비 지코
블락비 지코
블락비 지코

‘블락비를 싫어도 노래는 좋네’라는 말이 있다. 특히 리더 지코는 블락비 데뷔 앨범부터 거의 전곡의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한 음악 천재. 이들이 시련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았던 건 지코라는 정신적 지주이자 음악적 멘토가 있기 때문이다.

# 미스포인트 : 럭비공 매력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매력은 블락비의 장점이자 단점. 데뷔 초기 구설수에 올랐던 인터뷰 모습이나 말실수 등이 여전히 블락비를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럭비공 매력은 블락비가 무대 위를 온전히 즐기는 모습을 만드는 원동력. 또한 이들을 실제로 만나본 사람이라면 블락비 안에 숨겨진 의외로 착한 모습에 빠져들곤 한다. 아직 블락비의 진가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 잠재력포인트 : 지코만 있다고? 천만의 말씀!
블락비
블락비

지코는 블락비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지만, 그렇다고 ‘블락비=지코’는 아니다. 7명의 멤버가 하나가 됐기에 블락비가 더 빛이 나는 법. 박경을 비롯한 멤버들도 점차 자신의 음악적 영역에 욕심을 내고 있어 앞으로 이들이 보여줄 시너지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박경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베리 굿’ 앨범에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라는 노래를 작사 작곡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이 곡은 평소 블락비가 보여준 노래가 아닌 보사노바풍의 부드러운 노래, 게다가 래퍼 박경의 보컬까지 들을 수 있다. 과연 블락비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무서운 그룹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MBC, SBS, 세븐시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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