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등록증 엄태구111
루키등록증 엄태구111


2014년, 갑오년 말띠의 해가 밝았다. 텐아시아에서는 새해 첫 기획으로 10명의 새해 유망주를 꼽아보았다. 고성희(25), 박두식(27), 베스티(평균연령 23), 서강준(22), 씨클라운(평균연령 21), 아시아체어샷(평균연령 32), 안재현(28), 엄태구(32), 윤종훈(31), 조승현(20)이 그 주인공(가나다순).

총 10팀(명) 모두 2013년 자신을 알리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왔고, 2014년 본격적인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다. 텐아시아가 꼽은 유망주들이 말띠 해 중에서도 60년마다 돌아온다는 행운의 ‘청마(靑馬)의 해’, 파란 말을 타고 역동적으로 한 해를 달려나가길 바라는 의미에서 ‘루키등록증’을 선사한다.
엄태구 확정
엄태구 확정
어쩌면 배우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의 결정적인 기회일지 모른다. 대중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기 위해 필요한 한 순간,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날 기회 말이다. 데뷔 7년차 배우 엄태구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기회’다. 끼와 연기력, 화면 장악력 등 배우로서의 자질을 모두 갖춘 이 배우에게 필요한 남은 한 가지는 아무리 봐도 ‘기회’ 밖에 없어 보인다. 화려하게 비상할 준비를 마친 예비스타, 엄태구의 이름을 기억해 두시라.

#나 왜 너 찍었냐?
보통내기는 분명 아니었다. 뭐랄까. 자신의 무기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알고 휘두르는 고수의 포스랄까. 엄태구를 발견한 것은 2011년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작 ‘숲’을 통해서였다. ‘숲’에서 엄태구가 연기한 태식은 미스터리한 광기와 매혹을 동시에 지녀야 하는 인물이다. 선 굵은 미목구비가 매력인 엄태구는 강렬한 제스처와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묘한 분위기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대상 수상의 가장 큰 공은 분명 감독 엄태화의 연출에 있었지만,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존재감 있게 표현해 낸 엄태구의 재능도 작품의 완성도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눈치 챘을 테지만 엄태구는 엄태화 감독의 동생이다. 형제 감독과 배우라는 점에서 충무로는 이들은 제2의 류승완-류승범으로 조명하기에 바쁘다. 지난해 11월에 개봉, 관객 입소문을 타며 장기 흥행을 이어간 ‘잉투기’는 그러한 시선에 불을 당기는 계기가 됐다. 목표 없이 살아가는 잉여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잉투기’는 류승완-류승범 형제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닮아 있었고, 14년 전 류승범이 그랬듯 엄태구는 자신만의 언어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에너지, 본능, 날것의 생동감, 들끓는 무의식의 어떤 것 등 류승범을 수식했던 단어들이 엄태구에게 이색 돼 있었다.

신인배우로 분류하기에 좀 많은 나이지만 엄태구는 나이가 읽히지 않는 묘한 외모를 지녔다. 취업이 보장된 공군항공과학고에 진학했다가 보다 넓은 세상을 만나기 위해 중도에 학교를 나왔고, 검정고시를 거쳐 건대 영화과에 진학하며 뒤늦게 배우의 꿈을 품었다. “데뷔 초, 욕 연기가 어색하다는 소리 하나에 밤마다 욕만 연습했다”는 그는 ‘숲’과 ‘잉투기’를 거치며 조금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북한 백두조 4대 조장으로, ‘동창생’에서는 최승현과 한예리를 괴롭히는 일진 고등학생으로 등장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엄태구, 2014년도 직진
2014년에는 대중과 보다 친밀하게 만날 계획이다. 먼저 KBS2 수목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을 통해 안방문을 두드린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중·일 낭만주먹들이 펼쳐내는 사랑과 의리를 그린 이 작품에서는 엄태구는 생존을 위해 악독해져야 했던 ‘미친개’ 도꾸를 연기한다. 악랄하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역 연기가 기대된다. 김대우 감독의 차기작 ‘인간중독’에서는 송승헌, 조여정, 유해진과 호흡을 맞춘다.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아가던 1969년, 엄격한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에서 엄태구는 극중 송승헌의 건방진 후임 김준우로 분한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바쁘게 오갈 2014년은 배우 엄태구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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