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5회 방송화면 캡처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5회 방송화면 캡처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5회 방송화면 캡처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5회 2013년 12월 28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기자로부터 준구(하석진)와 다미(장희진)의 이야기를 듣게 된 은수(이지아)는 다미를 찾아가 현재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묻는다. 다미는 홧김에 모든 일을 말하고, 이에 화가 난 은수는 친정으로 짐을 싸서 간다. 슬기(김지영)는 외가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최여사(김용림)는 이를 반대한다. 광모(조한선)의 고백에 현수(엄지원)는 결국 짝사랑했던 지난 세월을 고백하고, 광모는 당황스러워한다.

리뷰
허물어진 세계의 폐허 앞에서, 은수(이지아)는 결국 이 세계를 재건하기보다는 버리는 방법을 택한다. 완벽하다고 믿어왔던, 그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은수는 아슬아슬하게 지켜왔던 ‘부잣집 며느리’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지질함은 참을 수 없는 김수현 세계 속 인물들이라면 이는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다.

모든 잠재 갈등들이 터져버린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인물들은 이제 선택의 기로 앞에 놓였다. 각 선택 앞에서 하나의 길을 택해야 하는 이들은 조금씩 자신의 결심이 옳은 것이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속 은수와 현수(현수)가 선택 앞에 서기까지의 감정들이 썩 순탄치는 못한 느낌이다. 누구보다 따뜻한 남편이었지만 시댁의 패악을 참지 못해 이혼을 결심했던 은수는 이번에는 비교적 순탄한 시댁 대신 외도를 한 남편을 견디지 못한다. 완벽한 세계가 아니라면 견딜 수 없는 은수에게 ‘결혼’의 의미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자신의 집이 좋다면서도, 결국 부잣집에서 잘 자란 남자들에게 호감을 느꼈던 은수에게 속물적인 계산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결핍을 인정치 못하는 은수에게 완벽한 세계를 갈구하는 그녀의 태도는 가끔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현수 또한 절친한 친구와 결혼식장까지 들어갔던 광모(조한선)를 밀어내면서도 결국 자신의 감정을 터뜨려 버린 것은 그 오랜 세월 짝사랑만 해 왔던 것치고는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광모를 향한 마음을 꺼냄으로써 그를 갖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현수의 태도는 은수 못지않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갈등이 터지며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지만, 반대로 인물들의 감정선은 쉽사리 이해 가지 않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충분한 공감을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것은 여기에 기인한다. 인물들의 감정은 깊지만, 그 감정의 깊이만큼 공감은 그리 깊지 못하다. 캐릭터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세계에 있고, 그들의 변덕은 때로 견디기가 힘들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나름대로 선택의 논리를 얻기 위해서는 인물들이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공감이 절대적이다. 은수의 이혼과 다시 결혼, 그리고 현수와 광모가 이어지는 과정이 설득력 있고 공감 가게 그려지는 과정이 앞으로 이들에게 남은 과제다.

수다 포인트
- 엔딩 속 현수의 웃음소리가 순간 ‘세결여’를 호러물로 만듭니다….
- 슬기의 ‘광시곡’, 어린 아역이 어찌나 연기를 그리 잘하는지….

글. 민경진(TV리뷰어)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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