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누나’ 5회 방송화면 캡처
tvN ‘꽃보다 누나’ 5회 방송화면 캡처
tvN ‘꽃보다 누나’ 5회 방송화면 캡처

tvN ‘꽃보다 누나’ 5회 2013년 12월 27일 오후 11시

다섯 줄 요약
미연은 드디어 닷새 만에 옷을 갈아입고, 스타일을 바꿔주려던 자옥은 미연의 완강한 거부에 당황한다. 여정은 가져온 고데기가 고장이 난 것을 알고 패닉에 빠진다. 승기는 렌트한 자동차를 받아 여행을 시작하고, 라스토케와 플리트비체 국립호수공원에 도착한 이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한다. 스플리트에 도착한 이들은 뜻하지 않게 제작진 차량과 멀어지게 되고, 서로를 찾지 못하게 된 이승기와 제작진, 그리고 누나들도 일행을 찾아 헤매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를 찾아낸다.

리뷰
캐릭터 구축을 위한 과정과 수많은 연출된 에피소드들을 벗어나 드디어 가장 보통의 여행이 시작됐다. 누구라도 배낭여행에서 있을 법한 사건들이 여행 후 닷새가 지난 지금에야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여배우들은 비로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의 여행을 만났다. 그동안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과장된 리액션들과 연출된 사건의 재구성이 계속됐다면, 이제는 그들이 ‘진짜로 하는 여행’ 이야기가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져온 고데기가 고장이 나 패닉에 빠지고, 일행을 잃어버리는 사건 등이 그래도 비교적 지난 방송들에 비해 담담하게 그려진 것은 이제야 ‘꽃보다 누나’가 제대로 된 ‘여행의 이야기’를 할 준비를 마쳤음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모습을 다루는 카메라의 시선도 과장된 눈길을 거두고 한결 가벼워졌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제작진의 모습에도 이물감이 많이 사라졌다.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작은 사건을 필요 이상으로 위기 상황으로 과장하는 것도 예고편을 제외하자면 많이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서로 친밀해진 여배우들은 서로의 습관에 대해 자연스럽게 흉내를 낼 정도로 벽을 허물었다. 서로를 의식하는 대신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기댈 만큼 편안해진 이들은 캐릭터 구축이 필요 없을 만큼 이야기 자체에 녹아들었고, 결국 한 편의 ‘성장 로드무비’가 완성됐다. 편안하게 내놓는 지난 인생의 이야기들이 여행의 길 위에 올라앉고, ‘할배들’이 그러했듯 여배우들의 이야기는 진심으로 받아들여졌다. 여배우에서 여자로, 그리고 한 사람으로 흘러온 세월을 되새기는 동안 이들의 여행은 ‘방송’이 아니라 한결 ‘여행’다워졌다.

5회에 와서야 ‘꽃보다 누나’가 혹은 ‘꽃보다’ 시리즈가 해야만 했고, 하고 싶었던 ‘여행의 본질’에 다가왔다. 가족이 아닌 친구이자 동료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안겨주는 즐거움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질 때만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여행의 진짜 미덕이 이제야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연출과 자막, 캐릭터 구축에 힘을 빼자 여행의 본질은 드러났고 보는 사람도 한결 편해졌다.

결정적으로 힘을 빼고 여유가 생기자 캐릭터들도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인물이 갖고 있던 이야기들을 과장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됐고, 말 한마디에 담긴 진심도 왜곡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제작진이 ‘만들고 부각한’ 캐릭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이는 인물들 덕에 ‘꽃보다 누나’는 이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따뜻한 로드무비’로 완성되어 가고 있다.

조금 더 빠르게 힘을 뺐더라면, 그리고 여행 초반이 혼돈과 이승기의 성장기를 조금만 빨리 흘려버리고 이야기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자마자 정확히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이 영특한 예능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이제부터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장 보통의 여행’을 시작한 여배우들이 ‘누나’가 되는 것은 지금부터다.

수다 포인트
- 자옥의 ‘오링테스트’에 그저 혼을 날려버린 미연과 희애, 자옥은 그저 만족할 뿐.
- 서로의 모습을 싱크로 100%에 가깝게 흉내 내는 이들, 역시 여배우들!
- 승기야 희애 누나 불안해하지 마, 여기선 너만 잘하면 돼….

글. 민경진(TV리뷰어)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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