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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는 예상보다 달변이었다. 비유가 풍부했고, 솔직한 가운데 말의 품위를 잃지 앓았으며 적절한 예시를 끌어와 상대를 배려하는 데에도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질문 하나도 허투루 넘기려 하지 않는 자세와 내뱉는 단어를 꼼꼼히 고르는 모습에서 익히 알려진 ‘감성 공유’와는 다른 면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주위의 시선에 매몰되지 않는 것, 화려함에 취해 섣불리 독이 든 성배를 마시지 않는 것, 자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정확히 살피는 것. 지난 10년의 세월이 그에게 안긴 귀한 선물이자 값진 교훈 같았다. 그러니까 공유는 예상보다 성숙한, 혹은 성숙하고자 하는 남자였다.

공유는 자신의 배우인생 20대를 1막, 30대를 2막이라 표현했다. 그의 표현에 기대 1막에 이름을 붙이자면 ‘달콤한 판타지’ 정도가 될게다. 20대의 공유는 촉촉한 눈빛으로 여성들의 마음에 훈풍을 불어넣는 남자였다. 그렇다면 2막은? ‘버라이어티’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로맨틱 코미디 ‘김종욱 찾기’를 시작으로 사회고발성 영화 ‘도가니’를 지나 그가 착지한 곳은 남성미 풍기는 액션영화 ‘용의자’다. 지난 3년 동안 공유가 보여준 표정과 분위기와 풍미는 20대 시절의 그것보다 훨씬 다채롭고 흥미롭다. 하지만 핵심은 그가 단순히 달달한 이미지를 벗었다는 데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어떤 캐릭터에도 구애받지 않는 배우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10년 후 자신의 필모그래피가 조금 더 들쑥날쑥 했으면 좋겠다는 공유의 바람이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다.

Q. ‘용의자’에서 북한 특수정예요원이었다가, 정치적 이슈에 의해 버림받는 지동철을 연기했다. 실제로 요즘 북한에서 하수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전쟁이 터졌다는 뉴스가 나오면 가장 먼저 뭘 할 텐가.
공유:
나는 바로 소집이다. 예비군이니까.(웃음) 전쟁이 나면 군복을 입고 바로 동네지구대로 가서 총 들고 싸워야 한다. 물론 보병들이 서로 쏴대기 전에 이미 쑥대밭이 돼 있겠지만. 그러니까 전쟁이 일어나면 안 돼.(웃음)

Q. 아, 예비역 공유.(웃음) 그나저나 당신에게 액션영화가 처음이라는 사실이 왜 새삼스럽지?
공유:
나정도 나이의 남자배우라면 필모그래피에 액션영화 하나 정도는 있을 거라는 인식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액션장르를 일부러 피했던 것은 아니다. 취향상 액션에 큰 케미스트리를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이야기를 먼저 살피지 장르를 따지지는 않았으니까. 결과적으로 지금 이 나이에 액션영화를 만난 것이, 지동철을 표현하는데 있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Q. 관객들에게 공유의 액션이 새로운 만큼, 당신에게도 큰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스스로의 액션연기가 색다르게 다가갔을 것 같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자신의 액션이 마음에 들던가.
공유: 설렘이 분명히 있었다. 단순히 액션이라서가 아니다. 현장에서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과 시도들이 많았다. 다음에는 어떤 걸 만들어낼까,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작업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계단을 후진으로 내려가는 장면인데, 이건 대역을 쓰지 말고 직접 타볼래요?(감독)” “네. 타볼게요!(공유)” 촬영을 하고 컷을 이어 붙였더니, 다들 “와, 멋있다!” 이러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배우로 하여금 지칠래야 지칠 수 없는 희열을 주는 현장이었다. 과정에서부터 성취감과 자부심이 충족되니까, 관객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너무 우리끼리만 취해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Q. 개인적으로 액션이라는 것이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좋은 액션에는 움직임 하나하나에 감정이 담겨있다고 믿으니까. 실제로 팔의 뻗는 정도나 발차기 각도 하나로 느낌이 확 달라지기도 하고. 당신 역시 그런 부분을 신경 썼으리라고 보는데, 액션이 어떻게 보여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나.
공유:
나에겐 그 부분이 가장 큰 과제였다. 단순히 몸이 몸으로만 보여 지는 것이었다면 ‘용의자’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내게 ‘용의자’는 실패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유념했다. 근육에 스토리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막상 그 과정을 방법론적으로 접근하면 설명을 잘 못 하겠다. 다만 ‘도가니’에서 했던 인호라는 캐릭터도 대사보다는 눈빛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혹독한 다이어트도 한 몫 했다. 실제로 단절이 주는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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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단절? 식욕에 대한?
공유:
맞다. 식욕이라는 욕구. 다이어트를 하면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든다. 함께 떡볶이 같은 것도 못 먹고, 밥 대신 닭가슴살로 연명하느라 늘 혼자 있어야 했다. 그래서 단절이라는 표현을 쓴 건데, 그 3개월이라는 시간이 마치 고행의 기간 같았다. 뭔가 처연해지고, 처절해지고, 심지어 피폐해지기까지 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그런 것들이 정말로 지동철화 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내 나이가 이제 서른다섯이다. 일찍 결혼했다면 학부모가 됐을 나이다. 어렸다면 느끼지 못했을 아비로서의 부성애나 가장으로서의 본능이 나이가 들수록 분명해 생겨난다고 믿는다. 그것 역시 내가 지동철에게 접근하는데 좋은 단서가 됐다.

Q. 방금 어렸을 때라고 했는데 스스로가 성인남자가 됐다고 느낀 게 언제 같나.
공유:
내가 군대를 늦게 다녀왔다. 제대하니까 나이가 서른 하나였다. 그때가 딱 기점이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면서 이전에 없던 유연함들이 내 안에서 서서히 자랐던 것 같다. 날카롭고 모난 부분들이 깎여나가고 둥글둥글해졌다. 조금 더 대범해지기도 했고.

Q. 몰라서 오히려 대범해지는 부분이 있지 않나. 20대 때 말이다.
공유:
맞다. 그런데 그때는 모르는데 아는 ‘척’을 했던 거다. 속은 아닌데 겉으로만 웃고 강한 ‘척’을 한 거다. 한마디로 센 ‘척’을 한 거다. 그래서 20대 때는 힘들었다.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고 다시 일을 하게 되면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예전에는 마음을 숨기느라 못했던 말들도 할 수 있게 되고, 그러다보니 어떤 미련이나 후회도 적어졌다. 물론 지금도 나는 미성숙하다. 여전히 철없고, 개구지다. 하지만 20대 때 보다는 심적으로 다져진 느낌이 든다.

Q. 뭐랄까. 말투에서도 그렇고 자신감이 느껴진다. 뭔가가 당신 안에 확고하게 정립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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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들이 목표한 근사치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그 과정에 있다.

Q. 많은 인터뷰에서 스물아홉 때 배우라는 직업 자체를 두고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때 만난 게 ‘커피프린스’였고. 이제는 배우를 할까 말까로 고민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고민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공유:
있다. 평생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게 인간이니까. 내가 제2의 사춘기를 너무 뒤늦게 보냈다. 그게 방금 말한 20대의 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때는 나름 굉장히 치열했고 절절했다. 그리고 생각하건대, “일을 그만 두고 싶다”는 애기를 내 입으로 했다는 것은 아픔이 치유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말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게 오히려 병이거든. 마음을 말로 표현한다는 건 내 스스로 그걸 극복할 힘이 있다는 방증인 거지.

Q. 누군가에게 “날 잡아줘”라고 신호를 보내는 반어법일 수도 있고.
공유:
그렇지. 실제로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면서 내가 건강해지는 계기가 됐다. 현재는 말로 토해 낼만한 고민은 없다. 배우라는 일을 계속 하는 한, 비슷한 고민이 언제고 또 찾아오겠지만 지금은 잔잔하다. 큰 파도가 없다. 다만 이건 고민이라기보다 꿈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사람 욕심이 끝이 없잖아? 나는 성향상 욕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거나 취하려고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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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음… 그런데 배우라는 것이 결국엔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으로 취하는 과정 아닌가.
공유:
아…아… 그러네~ 왜 갑자기 허를 찔린 것 같지?(웃음) 말을 약간 다르게 표현했어야 했나 보다. 담고 있는 의미가 조금 다르긴 한데… 그건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하던 애기를 마저 하자면, 결국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욕심이 큰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색을 잃어가면서까지 타협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 것을 잘 지켜가면서, 그러면서 조금 더 짙어지고 싶다. 특히 한 장르에 치우치는 건 경계하려고 한다. 다행히 30대의 내 필모를 2막으로 보면, 물론 3편(‘김종욱 찾기’, ‘도가니’, ‘용의자’) 밖에 안 되지만, 1막이었던 20대에 비해서 조금은 더 다양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10년 후, 마흔 다섯이 됐을 때의 내 필모가 조금 더 들쑥날쑥하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Q. 1막이 마음이 움직이는 쪽으로 갔다면, 2막은 굉장히 전략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유:
오히려 반대다. 오히려 1막이 매니지먼트의 전략일 수도 있다. 그 안에서 내 소신을 잃지 않고 판단한다고 했지만 현실과의 타협이 더 많았던 시기인 것은 맞다. 그러고 그때는 재미가 없어도 참고 했었다. 작품이 ‘좋다/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즐기냐/못 즐기느냐’의 문제인데 즐겁지 않아도 즐기는 척 하는 게 있었다.

Q. 그래서 스물아홉이라는 늦은 나이에 제 2의 사춘기가 왔을 테고.
공유:
맞다. 지금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의 갭을 줄이고 싶다. 즐기는 일을 할 때 내가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자랑은 아닌데, 그때와 지금은 들어오는 시나리오 장르와 양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그때는 좁은 범위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내 색을 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랬을 때 단순히 소모되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다.

Q. 당신이 말한 ‘내 색’은 어떤 걸까. ‘공유의 색’ 말이다.
공유:
어떤 색을 내 입으로 말하기가 조금 오글거리는데, 나는 쨍한 색은 아닌 것 같다. 그게 옷을 입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 나온다.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시선에서 흔히들 “멋지다”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나는 멋지다는 얘기를 못한다.

Q. 동의를 못한다는 건가?
공유:
와 닿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나는 쨍한 색은 될 수 없다는 거고. 그걸 두고 누군가는 “흐리멍덩한 색이라 싫어!” 이럴 수 있지만,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구나”로 봐 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색이 짙어졌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단순히 내 고집대로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당장은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그 낯선 것이 낯선 게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거다. 그런 욕심은 있다.

Q. 아티스트 마인드다.
공유:
배우는, 단순히 직업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큰 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윤을 남기니까 직업이 맞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뮤지션이 악상이 떠올라서 오선지에 미친 듯이 음표를 그리듯이, 화가가 영감이 떠올라서 캔버스에 추상화를 펼쳐내듯이, 배우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배우는 그렇게 보여 지지 않고, 또 사람들이 그렇게 보려하지 않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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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중 잣대를 많이 대지.
공유:
그래서 때로는 억울하다. 반대로 세상이 날 어떻게 바라보든 굳이 그런 기대에 꼭 발맞춰 갈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속된말로 ‘또라이’ 짓도 할 수 있어야 배우 본인도 재미가 있지 않나 싶다.

Q. 그런데 많은 배우들이 그러지 못한다. 특히 우리나라 배우들은 많이 경직돼 있다.
공유:
결국은 균형인 것 같다. 대중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연기하는 사람입장에서 결핍에 대한 갈증도 스스로 해소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배우가 건강할 수 있는 것 같다. 끌려 다니고 소모되기만 하면 금방 나가떨어질 게 분명하다.

Q. 얘기를 듣다보니 전작 ‘도가니’가 떠오른다. ‘도가니’는 당신에게서 출발한 프로젝트였다.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프로젝트가 가시화되고 좋은 성과로 돌아왔는데,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앞의 생각들이 더 단단해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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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지 않다. 그런데 ‘도가니’ 때는 “나 멋있지”가 아니라, 뭔가 굉장히 놀라웠다. ‘어떻게 영화 한 편으로 내가 개념배우가 될 수 있지?’ 칭찬이지만 굉장히 무섭고 부담이 되는 말이었다. 우리 일이 개념배우에서 나쁜 놈이 되는 건 한 순간이니까. 이미지는 한 끗 차이거든. 너무 쉽게 내뱉고, 또 너무 쉽게 잊혀지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Q. 개념배우에서 나쁜 놈이 되는 건 순간이지만, 한번 나빠진 이미지가 다시 좋아지는 건 무척이나 힘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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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일이다. 작은 실수에도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게 냉정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고 우리의 일이니까 어떻게든 이겨내는 수밖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거니까. 어릴 때는 ‘이건 분명히 잘못된 건데, 내가 왜 떠나야 해?’라는 생각을 하며 끙끙 앓았었다. 왜 그런 거 있잖아. ‘내가 병신이라고? 너희가 병신이지! 내가 혼자서 너희를 다 따돌릴 거야!’(웃음) 이런 유치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 것들에 대해 지금은 조금 더 능글능글하게 대처하게 된 것 같다.

Q. 어떤 일들이 당신을 당황하게 만들었나. 아무 일에나 무턱대고 분노를 느낄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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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쓸데없는 ‘땡강’이나 ‘곤조’를 부리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명분이 중요한 사람이고, 합당한 이유만 있다면 어떤 문제든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데 가끔 밑도 끝도 없는 사람을 만나면 힘들다. 우리나라 정서 중에 감정에 호소하는 게 많잖아. 그런 식의 비즈니스나 관계는 불편하다.

Q. 프로이길 바라는 마음이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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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그런데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내가 정에 굉장히 약하다. 어떻게 보면 정에 약하기 때문에 감정에 호소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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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우는 설득당하고 설득하는 자다. 신인 때는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감독을 설득하지만 스타가 되면 출연해 달라는 주위의 구애를 받는다. 그런 면에서 흥미로웠던 게 ‘도가니’다. 그땐 당신이 먼저 영화화를 위해 설득에 나섰으니까. 설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서 ‘설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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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이 다 논리로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논리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감성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감성이 좋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설득 당하는 입장에서는 감성의 공감대를 많이 본다. 그런 건 오브제에서도 다 보인다. 가령 ‘커피프린스’때 이윤정 감독님이 사용한 작은 소품들, 선곡한 음악들, 그런 것들 안에도 감성이 다 녹아있다.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나와 비슷한 감성을 소유한 사람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무래도 협업해 나가는데 수월하니까. 결과가 어떻든 과정 자체가 즐겁기도 하고.

Q. 과정이 너무 좋은데 결과는 아닌 경우가 있고, 반대로 과정은 아닌데 결과가 좋은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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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자가 훨씬 좋다. 과정이 너무 안 좋은데 결과가 속된 말로 ‘뽀록’이 나서 터졌다? 그럼 나는 불편할 것 같다.

Q. ‘촬영이 아무리 즐거워도, 결과가 안 좋으면 자연스럽게 안 만나게 된다’는 배우들을 종종 봤다. 그런데 당신은 반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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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는 않던데. 안 만나는 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다!(웃음) 나는 결과보다는 과정인데, 그렇다고 해서 일일이 티를 내지는 않는다.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함께 일하는 스탭들을 끝까지 믿는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하니까. 연출과 작가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배우인 내가 참견해서 콩 놔라, 팥 놔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아! 그게 어떻게 보면 아까 ‘내 것이 아닌 것은 굳이 탐하지 않는다’라고 한 말과 일맥상통할 수 있다. ‘나는 당신들을 지지하겠다. 그리고 당신들에게 누가 안 되게끔 내 몫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랬을 때 현장이 즐거웠던 것 같다. 설사 결과가 안 좋아도 그들과 나 사이에는 서로를 저버릴 수 없는 깊은 속정이 생기게 되고.

Q. ‘용의자’는 어떨 것 같나.
공유: ‘
용의자’가 결과까지 좋다면, 그건 나에게 복인 거다. 금상첨화인 거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거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어렵잖아.

Q. 많이 잡아 오지 않았나.
공유:
‘커피프린스’와 ‘도가니’다. 두 마리를 다 잡은 건.

Q 마지막 질문이다. 공유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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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우리 팬들이 감성공유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내가 SNS를 안하는 대신에 팬카페에 인상 깊게 본 영화나 음악을 가끔씩 올린다. “감성 공유해요, 감성 공유해요” 이러면서. 결국은 감성인 것 같다. 내가 공유하고 싶은 건.

글,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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