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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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1997)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지 10년이 되던 2007년, 전도연은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칸영화제 수상으로 전도연의 입지가 달라질 것은 자명했다. 실제로 이후 그녀에게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와 찬사가 뒤따랐다. 하지만 ‘칸’의 영광 뒤에는 그늘도 있었다. 들어오는 시나리오 편수가 줄었고 장르가 제한됐다. 하지만 이보다 전도연을 더 아쉽게 한 것은 ‘밀양’에서의 연기가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최대치’라는 일각의 시선이었던 것 같다. ‘집으로 가는 길’은 그러한 시선을 바로잡는 작품이다. 영화는 말한다. 전도연은 전도연을 뛰어넘고 있다고. 데뷔 23년차 배우에게서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게 많다는 건, 신기하고도 반가운 일이다.

Q. 예상대로 연기에 대한 호평이 대단하다. 이런 호평, 너무 자주 들어서 이제는 감흥이 덜할 것도 같다.
전도연:
설마. 들어도 들어도 좋은 게 칭찬 같다.(웃음)

Q. 언론시사회 끝나고 이어진 간담회 때 보니까 눈가가 촉촉하던데.
전도연:
주책이라고 할까봐 참았는데, 결국엔 울고 말았다.(웃음) 촬영할 때 고생했던 생각도 나고, 정연(전도연)과 그 가족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여러 복합적인 것들이 떠올라서 먹먹했다.

Q. 해외로케 촬영이라 고생이 많았을 거다. 정연을 어떻게 준비해서 촬영에 들어갔나?
전도연:
뭔가를 고민하고 찾았다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정연과 비슷한 상황에 높였던 것 같다. 낯선 촬영현장과 말이 안 통하는 외국배우들 사이에 놓인 상황이 정연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 당황스럽고 낯설고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3주를 촬영했는데, 그 3주 안에 2년이라는 시간을 그려야 했다. 한 번 놓치면 재촬영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서 촬영을 이어나갔다.

Q 배우는 캐릭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도하고 캐릭터에 자기 자신을 녹이기도 한다. 어떤가. 정연을 통해 전도연의 새로운 면모를 봤나?
전도연:
나와 너무나 다른 인물은 말 그대로 ‘연기’를 해야 하는 게 맞다. 정연도 그렇고 어느 인물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촬영에 들어간 적은 없다. 촬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아갔을 뿐.

Q. 완벽하게 이해는 못해도 캐릭터에 따라 가깝게 혹은 더 멀게 느껴지는 차이는 있지 않나. ‘나와 특히나 다르구나’ 했던 캐릭터는 누구인가.
전도연: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건 ‘해피엔드’의 최보라였다. 그때 나는 미혼이었고, 어렸고, 결혼에 대한 꿈과 로망도 충만했거든.(웃음) 그러다보니 최보라 이 여자, 왜 이러나 싶었다.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를 내가 왜 선택했을까 싶기도 했는데 영화를 만드는 동안 그녀를 이해하게 됐다. 그것 역시 사랑의 한 부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 안에는 보라나 정연 같은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정연이라는 인물에게 공감이 갔던 것은,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분명히 내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실제 수감자들과 촬영을 했다고 들었다. 그 중에는 현역배우들도 있었던 걸로 안다. 칸 여우주연상 수상 여배우와 함께 촬영하다는 건 그들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일이지 않았을까 싶다.
전도연:
그 누구도 나에게 와서 “당신 누구고, 어떤 영화에 출연했냐” 하는 얘기는 안 했다. 나 역시 그들이 활동 중인 배우라는 것만 알았지 어떤 작품에 출연했는지 당시에는 몰랐다. 나중에야 굉장히 유명한 배우라는 걸 알았는데, 정연과 한방을 쓴 얄카라는 친구는 폴란드의 유명한 아이돌 출신 배우 조안나 쿠릭이다. 줄리엣 비노쉬과 (영화 ‘엘르’에서) 호흡도 맞춘 친구다. 잔인한 교도관 헬보이로 나온 배우(코린 마시에로) 역시 프랑스에서 굉장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였다. 나중에 서울에 와서 ‘러스트 앤 본’이라는 영화를 보는데 남자 주인공의 누나로 나오더라. 그렇게 좋은 연기를 많이 하신 분인데, 촬영 때 몰랐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물론 알고 갔다고 한들 말이 안 통하니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테지만.(웃음)
전도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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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 외교관들의 연기패턴이었다. 전체적으로 외교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만 비현실적으로 붕 떠 있다. 감독님 나름대로는 이들을 통해 어떤 웃음을 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리얼리티에 근거해서 연기를 하는 당신과, 과장된 연기를 하는 외교관들이 만나는 씬이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전도연:
‘집으로 가는 길’ 시나리오를 초반 기획단계에서 받았다. 지금과 다르게 방향성이 굉장히 많은 시나리오였다. 마약을 운반하다가 걸린 한 여자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녀를 구하기 위한 남편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들을 방치한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걸 어떻게 한 영화 안에 풀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한참 지나서 다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에는 그런 것들이 임팩트 있게까지는 아니어도 모나지 않게 잘 뭉쳐져 있었다. 사건이 있고 그 사건 중심에 한 여자가 있지만, 결국엔 ‘가족’의 이야기로 압축돼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감독님이 의중을 100% 알지는 못하지만, 만약 ‘집으로 가는 길’이 ‘당신(외교부)들이 잘못했어!’라고 꾸짖는 영화였으면 그들을 조금 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그렸을 거다. 그런데 이 영화는 ‘누가 잘못했는지 시시비비를 가려봅시다’가 아니고,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은 영화였기에 그런 부분을 조금 더 희석시키지 않았나 싶다.

Q. 외교부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뤘다면, 관객들의 공분을 자아내는 힘도 더 컸을 거다. ‘도가니’처럼 말이다.
전도연:
나도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는 울분과 화, 답답함 등이 먼저 들어왔었다. 하지만 촬영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려는 영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치유의 관점에서 바라봐 주면 좋겠다.

Q. 방은진 감독과는 어땠나? 감독이기 이전에 선배 연기자라는 점에서 남달랐을 것 같은데. 연기 열정이 있는 방은진 감독 입장에서도 칸에서 상을 받은 후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고.
전도연:
맞다. 선배 여배우라는 점에서 쉽지 않았다. 나이 터울이라도 많았다면 조금 더 편했을 텐데, 얼마 전까지도 연기를 하셨으니까. 소통 부분에서 가장 어려웠다. 힘들다기보다는 어려웠다는 말이 정확하다. 나는 평소 현장에서 굉장히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방은진 감독님께는 작은 얘기 하나라도 괜히 돌려 돌려서 했다. “감독님이 이 작품을 쓰실 때 얼마나 고심하고 정성을 쏟으셨는지 알겠는데요~” 하면서.(웃음) 요지는 “감독님 이거 하나 바꿔도 될까요?”인데, 그 얘기를 하려고 한참 단어를 골랐던 거다. 그런 부분에서 편치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다.

Q. 여배우는 예민한 존재라는 인식이 강한데, 진짜로 그럴까.
전도연:
글쎄. 내가 여배우들과는 촬영을 많이 안 해 봐서.(웃음)

Q. 그렇다면 여배우인 당신은?
전도연:
나? 나는 예민하고 까칠하다!(일동 웃음) 어떤 상황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굉장히 솔직한 편이다. 그래서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뒤끝이 없으니까.

Q. 아이에게는 어떤 엄마인가.
전도연:
집에서는 엄한 엄마다. 아이에게도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애가 뭘 알아!” 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다 아는 것 같다. 실제로 아이들이 다 안다고 들었다. 자기가 어떻게 해야 사랑받는지를 본능적으로 안다고 하더라. 그 사실을 안 후부터는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웃음) 그래서 더욱 엄하게 대하는데, 그러다보니 우리 아이는 ‘땡깡’이라는 걸 부리지 않는다. ‘땡깡’부리고 울면 웬만한 엄마들은 달래주는데, 나는 절대 안 받아준다. “그래, 울어! 다 울고 나서 엄마한테 말해!” 하고는 내 할 일을 한다. 그러면 애가 “흐흐흑. 엄마~ (눈물)그쳤어요~” 그러고.(좌중웃음) 가끔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든다. 나조차도 완전한 인격체가 아닌데, 아이에게 이렇게 엄격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Q. 갑자기 전도연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당신은 어떤 엄마 밑에서 자랐는지.
전도연:
우리 엄마도 그랬던 것 같다. 푸근하게 모든 허물을 감싸주는 엄마는 아니었다. 당시엔 그게 서운했는데, 결국엔 내가 그렇게 돼 있다.
전도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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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아왔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당신의 스타일인가?
전도연: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특별한 꿈이 있다거나 절실하게 뭔가를 원하는 게 없었다. 꿈이라고 해봤자, 현모양처가 되는 거? 혹은 결혼 일찍 하는 거?(웃음) ‘사는 게 그냥 사는 거지, 특별한 게 뭐가 있어?’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굉장히 평범한 아이였다. ‘평범한 내가 꿈꾸는 게 이루어지겠어?’하는 긍정적이지 못한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공짜, 로또, 복권당첨 이런 것들은 더더욱.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꿈이라는 게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룰 수 있는 걸 꾸는 게 좋은 것인지.

Q. 가능한 것만 꿈꾼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배우를 처음 시작할 땐 당신이 이룰 수 있는 게 뭐라고 생각했던 건가.
전도연:
배우를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다. 자연스럽게 연기를 시작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어떤 배우가 돼야지’ 하는 생각은 안 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못했던 거다. ‘내가 감히?’ 이러면서.

Q.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신은 이룬 게 너무 많지 않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구나’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 했을 것 같은데.
전도연:
초반의 나는 연기가 싫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 연기라는 게 재미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게 아마 영화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방송을 할 때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을 얻기에 소모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런 갈증이 영화를 만나면서 풀렸던 거다. 영화 ‘접속’에 캐스팅 됐을 때 주변에서 많이들 반대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얼마나 생각이 없었냐면 ‘영화와 드라마가 뭐가 그렇게 달라? 연기하는 건 똑같은데!’ 이랬었다.(웃음) 지금은 많이 희석됐는데, 당시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나눠서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심했다. 영화 쪽 배우들은 “TV 배우는 배우가 아니야”라고 했으니까.

Q. 당신의 출연을 반대하는 시선에 상처 받았나? 아니지. 당신이라면 오기가 더 생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전도연:
말했듯이 당시의 나는 뭔가에 대해 큰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던 것 같다.(웃음)

Q. 지금은 어떤가.
전도연:
지금이야 이 일 자체를 너무 사랑하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전에는 ‘나는 나고 배우는 배우야!’ 분리해서 생각했는데, 내가 왜 그랬나 싶다. 배우 전도연도 결국은 ‘나’인 건데.

Q “다작을 하기엔 흥미로운 여자 캐릭터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는 얘기를 종종 해왔다. 지금은 어떤가. 현재 들어오는 일과 기회에 만족하나?
전도연
: 그런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카운트다운’ 이후 2년 동안의 공백이 있었는데, 일부러 텀을 두려고 했던 건 아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캐릭터이거니와 여배우가 나오는 괜찮은 영화를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극장에 걸리는 영화들은 남자배우를 내세운 게 대부분이었고. ‘집으로 가는 길’은 여배우로서 굉장히 고마운 영화인거다.

Q.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근 본 영화중에서 여성 캐릭터가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다면?
전도연:
‘그래비티!’ 원래 산드라 블록이라는 여배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좋고/싫고를 떠나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배우였다. 단 한 번도 그녀가 예쁘다고 느낀 적도,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좋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주위에서 ‘그래비티’를 보라고 추천하는데도 안 보고 튕겼던 건 산드라 블록 때문이었으니 대충 짐작이 갈 거다.(웃음) 그러다가 큰마음 먹고 봤는데, 와. 너~무 좋았다. 산드라 블록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배우, 참 멋지게 나이 들었구나’라고.
전도연 10
전도연 10
Q. 그러고 보니 ‘그래비티’도 결국엔 한 여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영화다.(웃음) ‘그래비티’에서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가 느꼈을 고독과 ‘집으로 가는 길’에서 정연이 느꼈을 외로움은 얼마나 닮았을까.
전도연:
완전히 다르지 않을까? 우주라는 새까만 공간에는 침묵만이 존재한다. 철저히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는 상황인 거다. 단 한 번도 영화를 보면서 ‘저 캐릭터, 내가 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해 봤는데 ‘그래비티’를 보면서는 했다.

Q. 지금 촬영 중인 ‘협녀: 칼의 기억’에서 맡은 캐릭터도 만만치 않다. 당대 최고의 여자 검객 설랑을 맡았는데, 박흥식 감독님과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 공주’에 이어 세 번째다.
전도연:
신기하다. ‘협녀: 칼의 기억’에 대해서는 ‘인어 공주’ 촬영 때 들어서 알고 있었다.

Q. ‘인어 공주’가 2004년도 작품이니… 오, 이렇게 오랜 시간 준비한 프로젝트인 줄 몰랐다.
전도연:
그때는 세 명의 여자 이야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바뀌었는데, 왜 카톡에 보면 프로필 이미지가 뜨잖아. 어느 날 보는데 감독님 카톡 문구가 ‘협녀: 칼의 기억’으로 돼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감독님이 나에게 시나리오를 준 것도 아닌데, ‘아, 올 것이 왔구나. 나는 해야 하는 구나’ 생각했다.(웃음) 그러고 나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했다. ‘감독님이 일상적인 이야기만 찍어 오셨던 분인데, 이런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잘 하실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그런데 감독님이 오랜 시간 어마어마한 양의 무협소설을 섭렵했다고 하더라. 머릿속으로 여러 시뮬레이션도 하셨고. 물론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촬영에 들어가면 현실적인 벽들이 나타난다. 그래도 현재로서는 별 탈 없이 굉장히 잘 찍고 있다.

Q. ‘일상적인 영화만 찍어왔던 감독님이 과연 스케일이 큰 영화를 잘 할까’라는 것과 같은 이유로 ‘전도연이 과연 무림 고수 역할을 잘 해 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웃음)
전도연:
(전도연 특유의 비음과 애교 섞인 말투로) 나? 나, 말인가? 아니~ 왜?(웃음) 예전에 정두홍 무술감독님이 토크쇼에서 가장 무술 잘하는 배우로 나와 정우성 씨를 뽑은 적도 있다.

Q. 무술을 한 적이… 아!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웃음)
전도연:
그때도 다들 그런 반응이었다. ‘정우성은 알겠는데, 전도연은 왜?’ 하는.(웃음) 무술이라고까지 하기는 그렇지만,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나름 몸싸움이 있었다. 그때 내가 몸을 사리지 않고 하니까 감독님이 근성을 좋게 봐 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다. ‘집으로 가는 길’이 끝나자마자 무술 연습에 들어갔는데, 신재명 무술감독님을 비롯한 무술팀들이 다 놀랬다. 나도 가끔 깜짝 깜짝 놀란다. ‘내 몸에 액션배우의 피가 흐르고 있구나’ 하면서.(웃음)

Q. ‘협녀: 칼의 기억’을 통해 이병헌 씨와도 오랜만에 만났다.
전도연:
14년 만이라는 걸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았다.(웃음) 그 동안 서로에게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이 변했으면 어쩌지?’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어제 본 사람 같았다. “(억지로 밝은 척)어머~ 오빠 너무 오랜만이야~” “오~ 도연아!” 이런 게 아니라, “(시크하게)오빠, 안녕!” “어, 그래!” 이거였다.(웃음) ‘좋은 배우는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고마웠다.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거니까. 변해버린 사람도 너무나 많고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리는데, 한결 같이 있어줘서 고마웠다. 현장에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든든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Q. 말한 대로 사람이 한결같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타인의 눈에 전도연은 어떻게 비춰질까.
전도연:
물론 달라진 면도 많겠지. 하지만 기본적인 자세나 마음은 나 역시 그대로인 것 같다. 지키고 싶은 게 나에게도 있는 거니까.

글,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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