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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ㅁ ‘꽃보다 누나’ 4회 2013년 12월 21일 금 오후 11시

다섯 줄 요약
결국 욕실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되어 숙소를 바꾼 일행. 하지만 이번에는 좁은 숙소 환경이 누나들을 불편하게 한다. 윤여정은 바뀐 환경으로 인한 변비로 고생하고, 멤버들은 조금이라도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관광을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김희애는 스태프들의 방을 습격하여 ‘묵은지 김치찌개’를 강탈하려 한다. 제작진은 결국 협상을 통해 한식을 교환하고, 비 오는 늦은 밤 잠들지 못하는 누나들과 승기는 한 자리에 모여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

리뷰
전체적으로 ‘꽃보다 누나’가 담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뷔페식으로 차려놓은 한 회 였다. 예민한 여배우들만의 특수한 상황이 결국 숙소를 바꾸게 하면서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었고, 윤여정은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생리현상까지 기꺼이 방송의 소재로 내 놓으며 재미를 선사했다. 여행 프로그램답게 그 어느 때보다 자그레브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충실히 담았고, 대성당에서 눈물을 보인 김자옥과 김희애는 평소와 같은 과도한 자막을 거두고 그 자체를 차분한 시선으로 따르면서 거슬리지 않는 안정감을 줬다.

어느 정도는 성장했지만, 아직은 불안 요소가 존재하는 가이드 이승기가 만들어 내는 작은 에피소드들도 여전히 건재했다. 그리고 그 모든 재미들이 안정적이기는 하되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쯤 김희애의 스태프 숙소 습격 사건을 구성하면서 또 한 번의 흐름을 고조시켜나갔다. 여러 명이 하는 여행 자체가 불러올 수 있는 갈등으로 시작해 이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통한 감동, 그리고 추격과 협상으로 이어지는 나영석 PD의 전매특허 에피소드에 마지막에는 배우로서의 고민이 담긴 진솔한 토크쇼 형식의 이야기까지 에필로그처럼 포함되며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행과 방송의 중반에 다다르면서 프로그램 톤이 안정을 찾아 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야기의 ‘포인트’가 되는 부분에 대한 강박은 불안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희애의 한식 쟁탈이 벌어지는 부분에 있어, ‘꽃보다 누나’는 지나치게 이 부분에 개입해 갈등을 과장시킨다. 리얼 예능에서 편집이 개입해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재미를 위한 당연한 장치이지만 이 상황에서 사용된 ‘레미제라블’의 음악은 물론 가사까지 굳이 번역된 자막으로 활용해 가며 만들어나가는 갈등은 다소 작위적이고 유치했다. 일부러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레미제라블’의 음악에 끼워 맞춰진 듯 어색했던 편집은 오히려 쟁탈전과 협상 그 자체의 재미를 반감시켰고, 동기에 대한 반복적인 설명은 강박적으로 느껴졌다. BGM이 스토리를 고조하는 역할, 혹은 순간의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잘 어울리거나 아니면 단 하나의 연결고리로 전혀 예상치 못한 선곡이 개입되어야 한다. 가령 ‘진짜 사나이’가 유격훈련 도중 웅덩이를 건너는 훈련에서 번번히 실패하는 샘해밍턴에게 ‘the water is wide’라는 가사가 덧씌워진 것은 서정적인 느낌과 전혀 어울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재미를 줬고, 장혁이 등장하는 순간마다 그가 주연한 드라마 ‘추노’의 음악이 깔린 것은 큰 의미나 스토리를 두지 않고도 그 자체로 재미를 유발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방법으로 재미를 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늘어지는 방식으로 ‘레미제라블’을 활용해 스토리를 과도하게 살리려 한 무리수는 제작진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여행도 지속되면 어느 순간 일상이 된다. 더구나 24시간을 따라다니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감출 수가 없는 캐릭터들은 여행이 지속되어 가면서 안정감을 찾고, 그렇게 되면 새로운 상황에서 오는 재미를 찾기 힘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제작진은 작은 것이라도 스토리로 엮어 전달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레미제라블’ 같은 무리수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확히 중반, 여행이 무르익어 가며 진심을 끌어내는 것은 수월해지지만 재미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리해 이야기를 뽑아내려는 것은 자칫 여행 자체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이미 충분하게 갖추고 있는 ‘꽃보다 누나’에 필요한 것은 불안감이 아니라 이미 여행을 열심히 따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자신감이다.

수다 포인트
- 약 빤 ‘브금’의 정석은 ‘진짜 사나이’에 문의하세요. 레미제라블은… 땡!
- 협상의 기술, 1박 2일 나영석 vs. 주부 9단 김희애
- 응사의 방송사고 크리로 꽃누나의 초반 내용은 아웃 오브 안중. 운명공동체가 되어버린 두 프로그램의 어쩔 수 없는 2013년 마지막 액땜이길.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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