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백 피쳐사진 서울 망원동 7
블랙백 피쳐사진 서울 망원동 7
(part1에서 이어짐) 장민우는 동갑이고 자신처럼 근로 장학생이었던 제프와 친하고 싶었다. 당시 제프는 학원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연습실에 틀어박혀 기타 연습에만 몰두했던 아이였다. “갑자기 민우가 제 방으로 들어와 자기 소개하면서 기타를 한번 쳐달라고 하더군요. 재미있는 아이란 생각이 들어 친해졌습니다.”(제프) “그때 제프가 빨간색 펜더 텔레캐스터 기타로 서던 록밴드 레너드 스커너드(Lynyrd Skynyrd)의 ‘스위트 홈 알라바마(Sweet Home Alabama)’를 연주해 주었는데 신기했습니다. 기타를 한 번 쳐보고 싶어 빌려서 치다가 줄을 끊어먹어 기타 연주가 쉽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장민우)

이후 장민우는 보컬 공부와 더불어 제프에게 틈틈이 기타도 배웠다. 당시 학원에서 만나 친하게 어울렸던 친구들인 제프와 안요한이 “함께 밴드를 결성해 합주를 하자”고 했다. 밴드 이름도 없이 보컬 장민우, 리드기타 제프, 베이스 안요한과 더불어 드럼 강성원의 4인조 라인업으로 합주를 시작했다. 이 4인방은 밴드 블랙백의 음악적 뿌리가 되는 셈이다. “함께 뭉쳤지만 정식 밴드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때 정식 밴드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처음 가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장민우) 합주를 시작한 곳은 베이스 안요한의 아버지가 목사로 재직했던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교회였다. “제가 교인들이 예배 볼 때 앉는 의자에 피우던 말보로 담배꽁초를 흘리고 가서 혼났습니다. 그래서 요한이 아버님께서는 저를 ‘말보로’라는 별명으로 부르셨던 기억이 납니다.(웃음)”(제프)

블랙백 리드기타 제프
블랙백 리드기타 제프
블랙백 리드기타 제프

진지한 모습으로 환상적인 기타 사운드를 들려주는 제프의 본명은 이성복이다. ‘제프’는 그가 미국에서 거주했을 때 실제로 사용했던 미국이름이다. 그는 증권회사에 다녔던 아버지와 미용 쪽 일을 했던 부모님 사이에 2남 1녀 중 장남으로 1989년 2월 6일 서울 천호동에서 태어났다. 그의 음력생일은 1월 1일인지라 설날에 태어났다. 장손으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장난 끼가 많은 개구쟁이였다. 축구를 좋아했던 그는 아이들과 노는 것 좋아해 색종이나 카드 뒤집기. 학종이와 딱지 따먹기 놀이를 특히 좋아했다. 활발한 성격이었던 그는 초등학교 장기자랑 시간에 H.O.T의 춤을 신나게 따라 추기도 했다.

이성복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미국 워싱턴주 스포켄 타운 트라이시티로 이민을 떠났다. 1년 뒤 미국 현지에서 갑자기 부모님이 이혼을 해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여동생은 귀국을 했고 제프는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살면서 현지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다. “제가 거주했던 지역엔 한국인은 없었고 중국인과 백인들만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미국에서 사귄 친구들과 발야구와 미식축구를 하면서 놀았고 중학교 때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시작했습니다.”(제프) 그가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중학교에 진학해 알게 된 미국인 친구 로건을 통해서다. 그의 아버지는 펑크밴드 활동을 했던지라 어릴 때부터 음악 듣고 자란 친구였다. 로건의 추천으로 처음으로 구입했던 CD는 음악이 세련되고 멋지다고 느낀 린킨파크 (Linkin Park) 1집 ‘하이브리드 씨어리(Hybrid Theory)’다.

제프의 어린 시절
제프의 어린 시절
제프의 어린 시절

음악에 관심이 생긴 그는 엄마를 졸라 10만원짜리 헤이머(HAMER) 일렉트릭 기타를 구입해 독학으로 배웠다. 이후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해자는 마음으로 밴드 이름을 PWI(People With Instruments)로 지어 베이스 모건, 보컬 케빈, 드럼 친구와 함께 합주를 시작했다. “밴드 이름을 나중에 보니 같은 이름의 프로레슬링 잡지가 있어 김이 새더군요. 드럼 치는 친구가 실력이 너무 딸렸어요. 케빈은 마이크가 없어 생목으로 불러도 나름 노래를 잘했습니다. 연습은 제일 잘 살았던 케빈의 집 차고에서 했습니다.”(제프)

2005년 사정이 생겨 귀국을 했다. 서울 성내동 아버지 집으로 돌아온 제프는 보성고에 입학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던지라 국사책으로 한글 공부를 했을 정도라 학업을 따라가기가 힘들더군요.”(제프) 성적이 나오질 않아 고민하자 마마세이 실용음악학원 이사였던 막내 삼촌이 “기타를 배워보라”고 권했다. 레슨비를 낼 형편이 되지 않아 삼촌의 주선으로 근로 장학생으로 학원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그곳에서 장민우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던 것. 고2가 되면서 장민우는 홍대 쪽 아이엠 실용음악으로 옮겨갔다. 비슷한 시기에 제프도 학원을 나와 개인레슨을 받다 같은 학원으로 옮겼다. 그때 아이엠 실용학원에는 고1이었던 막내 구태욱이 드럼을 배우고 있었다.

드러머 구태욱
드러머 구태욱
드러머 구태욱

드디어 구태욱과 제프, 장민우가 만났다. 이들은 처음부터 친하진 않았다. 학 학년 아래였던 구태욱은 두 사람을 학원에서 만나면 존댓말을 하며 어려워했던 사이였다. “처음 인사만 하다가 학원 정기공연에서 합주를 하면서 친해졌고 당구를 함께 치면서 가까워졌습니다.”(장민우) 2012년 한 남성복 브랜드 CF를 촬영한 구태욱을 처음 보았을 때 배우 ‘현빈’과 닮았다는 준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어릴 적 별명은 ‘짜장’이었단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해 동네에서 공차기를 심하게 해서인지 얼굴이 까맣게 타 흑인 뺨칠 정도였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는 친구들이 저를 짜장이라 놀려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사진 찍는 걸 싫어했었습니다.(웃음)”(구태욱)

구태욱은 1990년 5월 23일 경기도 부천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는 맞벌이를 한 부모덕에 혼자 집이나 유치원 종일반에서 엄마가 오기만 기다렸던 외로운 아이였다. “엄마가 널어놓은 빨래를 비가 오면 알아서 걷어 칭찬을 받았던 착한아이였어요.(웃음) 6살 꼬마 때 혼이 났던 기억도 선명하게 납니다.”(구태욱) 아이돌그룹 H.O.T.를 좋아해 브로마이드를 모았던 네 살 위 누나 덕에 그는 90년대 아이돌가수들의 노래들을 많이 듣고 자랐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H.O.T 춤을 따라하며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지만 춤에는 재능은 없었다. 잘 생긴 외모에다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초등학교 때 학교 대표로 육상대회에도 출전했던 그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뭐 인기가 없었다고 말하진 않겠습니다.(웃음) 초등학교때 양궁부가 있어 들어가고 싶었지만 어릴 때부터 시력이 나빠 운동을 계속하기는 힘들었습니다.”(구태욱)

구태욱 어린 시절
구태욱 어린 시절
구태욱 어린 시절

그의 부모님은 컴퓨터, 미술, 차범근 축구교실, 태권도 등 막내아들이 원하는 것은 뭔든 들어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성당에서 고등학생 형의 드럼 치는 모습이 멋있게 보여 성당에서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이후 드럼연주가 나오는 밴드음악에 관심이 생겨 2002년 윤도현밴드 5집 ‘언 어버나이트(An Urbanite)’를 처음 구입했다. 수록된 노래 중 ‘박하사탕’을 가장 좋아했다.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자 학원에서 정식으로 드럼을 배우고 싶었다. “제가 하고 싶다는 건 다 허락하셨던 부모님인데 학원에서 드럼을 배우는 것은 절대로 허락하시질 않더군요.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사춘기도 되었고 실망한 마음에 성당도 안가고 담배까지 피우며 반항을 했습니다. 엄마에게 공부하긴 싫고 음악학원에 보내달라고 계속 졸라 결국 고1 여름방학에 음악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구태욱) 경기도 부천 심원고에 진학한 구태욱은 2학년 때부터 밴드부에서 드럼을 치며 동네 복사꽃 축제무대에도 올랐다.

홍대 아이엠 실용음악학원에서 만난 제프와 구태욱은 장민우에게 “함께 밴드를 하자”고 말을 꺼냈다. 혼자서 음악하려는 구상이 있었던 장민우는 튕겼다고 한다. 2008년 제프가 호원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하면서 학원을 그만둬 공백기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제프는 장민우와 고3 입시준비생 구태욱에게 “밴드를 하자”고 다시 제의했다. “그때도 민우가 계속 거부해 태욱이에게 내가 노래를 할테니 그냥 우리끼리 밴드를 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민우가 와 있더군요.”(제프) “제프는 노래를 너무 못하는데 자기가 리더ㅠ겸 보컬을 맡는다는 게 말도 안된다는 생각에 갔습니다.(웃음)”(구태욱)
블랙백 피쳐사진 서울 망원동 3
블랙백 피쳐사진 서울 망원동 3
2008년 장민우가 리더를 맡아 4인조 밴드 블랙백이 결성됐다. 결성 초기에 베이스는 여러 차례 교체됐다. 창작곡을 만들어 클럽 프리버드에서 첫 공연을 시작했을 때 블랙백의 첫 베이스 주자는 학원친구였던 여자아이였다. “저는 멤버들에게 다른 실수를 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는데 열의가 없이 음악을 하는 것은 참지 못하는 편입니다.”(장민우) 두 번째 베이스는 제프의 대학교 남자동기로 교체되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첫 여자베이스는 열의가 없었고 두 번째 남자베이스는 음악적 견해가 다르고 나태하다는 생각에 내보냈습니다. 지금은 좋은 친구사이로 지내고 있지만요.”(장민우)

결국 새로운 베이스주자를 찾아 나서야 했다. “마마세이 학원 다닐 때 알게 된 누나가 보컬하는 대학 선배에게 베이스 멤버를 수소문해주었는데 학교에 유일한 베이스주자가 있다고 해 오디션을 보기로 했습니다.”(장민우) 2009년 2월 5일 새로운 베이스를 뽑기 위한 오디션에 동아방송대 1학년 이혜지가 나타났다. “오디션 때 어떤 밴드 좋아하냐고 묻기에 레드핫칠리페퍼스를 좋아한다고 했어요. 오디션에서 블랙백 노래를 들려주고 같이 합을 맞춰봤습니다.”(이혜지) “오디션을 해보니 혜지는 성격이 좋고 모던 록 같은 감성적 음악에 필요한 저희가 원하는 걸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습니다.”(장민우)(part3로 계속)
블랙백 클럽 빵 공연1
블랙백 클럽 빵 공연1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제프, 구태욱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