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철01
신민철01
2006년 케이블TV 엠넷의 모델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 엠 어 모델 맨’(I AM A MODEL MAN)에서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각종 디자이너 쇼에 메인 모델로 서며 런웨이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신민철은 2008년 별안간 군에 입대했다. 팬들에게 의아함을 남기고 ‘증발’했던 그는 제대 후, 처음으로 연기자라는 꿈을 가슴에 안았다.

새 소속사를 만나고 처음부터 연기수업을 받아가며 만난 작품이 영화 ‘차형사’(2012)와 ‘노브레싱’(2013)이다. 김우빈 이종석 김영광 등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2013년 말 현재, 그는 수려한 외모와 특유의 섬세한 분위기로 이들의 바통을 이어 받을 만한 차세대 주자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Q. 최근작인 영화 ‘노브레싱’의 노력파 수영 선수 정동 역은 조연이지만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는 데는 꽤 성공적이었다.
신민철: 결과만 놓고 보면 아쉽지만 영화 자체는 좋았다. 또래 배우들과 함께 했던 촬영과정도 기억에 많이 남고. 영화 촬영 전 한달 반 정도 수영을 배웠다. 겨우 폼만 나올 정도로 익혔지만 화면 속의 모습을 보니 뿌듯하더라.(웃음)

Q. 2006년 ‘아이 엠 어 모델 맨’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후 2년 가량 활동하다 갑자기 사라져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았다.
신민철: 그 당시는 남들 갈 때 입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군에 갔다. 모델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었는데 상의도 없이 내 맘대로 입대 날짜를 잡았었다. 게획적인 걸 좋아하는 편이라 그 때 생각했던 ‘인생계획’에 맞게 군입대도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아마 그 때 안 다녀왔으면 지금 고민하고 있었겠지.

Q. 모델 활동 당시에는 연기에 대한 꿈은 별로 없었나보다.
신민철: 우연찮게 모집 공고를 보고 ‘아이 엠 어 모델 맨’에 지원했고 운이 좋아 우승까지 해서 모델 활동도 시작했다. 보통 20대 초반에 만지기 어려운 돈도 벌었고.(웃음) 그 때는 모델 활동이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여러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뿐 연기에까지 욕심을 가지진 않았다. 큰 기획사에서 러브콜도 있었는데 그 때는 학교 다니면서 모델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신민철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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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신민철: 전역 후 모델 선배들이 연기하는 걸 가까이서 봤다. 김재욱, 고(故) 이언 선배의 연기를 보며 처음엔 신기하더라. 어제만 해도 나랑 같이 맥주 마시던 형들이 TV에서 프로처럼 연기하는 걸 보니 감탄스러웠다. 그 때부터 막연히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Q. 연기하면서 특별한 재미를 느끼고 있나.
신민철: 작년 영화 ‘차형사’에서 여성스러운 성격의 모델 역할을 맡았는데 사실 찍을 때 힘들었다. 원래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데 오버스러운 연기를 해야 하다 보니 준비와 연습이 많이 필요하더라. 한마디로 나를 놓아버리고 연기를 하다 보니 처음엔 창피했는데 현장 분위기가 재밌어서 나중엔 즐기면서 하는 나를 발견했다. 반면 ‘노브레싱’에서는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는지 친구들이 하나같이 ‘실제 너 같다’는 얘길 많이 해 주더라.

Q. 현재 연기수업도 따로 받고 있다고 들었다.
신민철: 영화 촬영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연기 수업을 받고 있다. 이번에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껴서 한번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난 사실 야단을 맞으면 의기수침하고 주눅드는 편인데 지금 연기 선생님이 나를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스타일이시다(웃음) 살면서 사실 내가 뭔가 못한다고 느낀 게 별로 없었는데 연기는 딱 벽에 부딪치는 느낌이었다. 답도 없고, 내가 잘한다고 생각해도 남들이 볼 때 그렇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아니지 않나. 도전할 게 너무 많아서 ‘이걸 넘을 수 있을까’란 생각은 들지만 노력하다보니 조금씩 달라지는 내가 보인다.

신민철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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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얘기를 듣다 보니 굉장히 반듯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느낌이 든다.
신민철: 맞다.학창시절도 나름 재미있게 보냈지만 모범생 범주에서 크게 벗어난 적은 없다. 남들처럼 공부하고, 대학에 가고 취직하고 결혼하는 삶을 꿈꾸다 지금 레일 위를 벗어난 거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일탈’을 꼽으라면 친구와 둘이 무면허로 스쿠터를 타다 파출소에 갔던 경험 정도다.(웃음)

Q. 공부도 썩 잘하는 모범생 아들이 연예인이 되겠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신민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이 꽤 걱정하셨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시라 안정적인 직장에 익숙하시다 보니 불안정하고 모험적인 직업을 택하는 데 대해 반대가 많으셨다. 최근까지도 대학원 가서 학위 따고 좋은 데 취직하라는 얘기도 많이 하셨다. 지금은 ‘네가 좋아하는 일이니 한번 해봐라’며 밀어주신다.

Q. 내년 2월 대학(서강대 신문방송학과)을 졸업한다고 들었다. 사회에서 이미 모델 경험을 쌓긴 했지만 진짜 사회인이 된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신민철: 홀가분하기도 하고, 학교를 오래 다녀서 8년차에 졸업하게 됐다. 좀 두려운 마음이 들면서도 ‘아, 이제 정말 사회인이구나’ 하는 기분이 든달까. 그동안은 직업란에 항상 ‘학생’이라고 적었는데 이제는 뭐라고 적어야 할지 고민이다. ‘연기자’라고 쓰기엔 아직까진 내가 어색한 것 같다.

Q.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신민철: 야누스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영화 ‘공모자들’ 속 최다니엘 선배의 연기를 인상깊게 봤다. 여대생들이 봤을 때 ‘정말 저런 선배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의 훈훈한 분위기의 대학 선배 역할도 해보고 싶다.

신민철04
신민철04


Q. 대학시절 실제로도 훈훈하고 다정한 선배였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신민철: 정 반대다. 아는 여자 후배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웃음) 대신 남자 선배들 사이에서 동생 노릇 하는 걸 더 좋아한다. 지금 취미로 뛰는 축구팀만 세 곳인데 가면 거의 형님들이라 꽤 예쁨받는 편이다.

Q. 모델 출신 연기자 중 롤모델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신민철: 특히 좋아하던 분들은 모델 활동할 때 우상처럼 생각했었던 강동원, 임주환 선배다. 얼마 전 라디오 스케줄때문에 SBS에 갔다 드라마 촬영중인 임주환 선배를 보고 몸둘바를 모를 정도로 기분이 좋더라.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아하는 배우는 김남길 선배다. 눈빛으로 할 수 있는 연기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Q. 연기자 말고도 또다른 꿈이 있다고 들었다.
신민철: 마지막 학기에 심리학 부전공을 하면서 심리상담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재수를 한 경험이 있어 매년 수능 때면 내가 떨리곤 하는데 작게나마 중고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트위터로 가끔씩 중고생들이 상담을 해 오는데 내가 제대로 배워 상담을 해줄 수 있다면 정말 공부때문에 힘들고 극단적은 생각까지 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 너무 EBS에 나올 법한 얘긴가?(웃음)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좀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됐을 때, 내 말에 좀더 설득력이 생긴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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