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세 번 결혼하는 여자’, 김수현과 김광석, 그리움의 불협화음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9,10회 2013년 12월 7일, 8일 토~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슬기(김지영)를 보내줬지만 허전함을 감출 길 없는 은수(이지아)는 괴로워한다. 태원(송창의)은 이런 은수가 신경 쓰이고, 은수와 함께 했던 기억들을 회상하며 쓸쓸함을 느낀다. 준구(하석진)는 다미(장희진)에게 결혼 발표를 강요하고, 다미는 거부하다 결국 이에 따른다. 태원은 결국 채린(손여은)을 만나 직접적으로 재혼 거부의 의사를 밝히고, 상처받은 채린은 거절의 이유가 은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태원 모에게 이를 말한다.

리뷰
김수현 작가 특유의 빠른 대사톤이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갈등과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한다. 때문에 빠른 전개와 대사 등이 잘 어우러졌던 김수현의 드라마를 생각해 보면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이상하리만치 제자리 걸음 속에 있는 듯 보인다. 10회에 이르도록 태원(송창의)는 채린(손여은)과의 재혼 문제를 질질 끌고, 은수(이지아) 역시 딸 슬기(김지영)와 태원의 문제를 말끔하게 매듭짓지 못한다. 현수(엄지원) 또한 15년을 끌어온 애정을 타인에게는 서슴없이 고백하면서도 막상 광모(조한선)를 보면서는 으르렁대며 감정 표현도 못한 채 끙끙댄다. 설령 캐릭터 상 설정이 그렇다고 해도, 이야기의 3분의 1이 지난 시점까지 이야기가 전환점을 맞지 못했다는 건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인물이나 내용의 흐름이 지나치게 올드한 방식을 띠고 있다.

10회가 지난 이제야 눈치챈 사실이지만 의외로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갈등을 만들어 나가는 데 실제로도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역순으로 천천히 복기되는 태원과 은수의 과거, 그리고 현수와 광모의 현재는 두서 없는 방향으로 배치하면서 그 속의 감정을 끌어내는 데 집중한다. 깔끔한 방식으로 캐릭터와 전개를 이끌어 나가기 보다는 다소 산만하고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구성을 취한 대신, 인물들이 풍기는 감정에 집중하려 드는 것이다. 김수현 드라마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았던 음악들이 전면적으로 부각되는 점이나, 심지어 그다지 어울리지도 않을 김광석의 음악이 회자되는 것은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김수현이 새롭게 시도하는 세계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정서의 핵심에는 ‘그리움’이 있다.

태원과 은수는 이미 재혼을 앞두거나 한 상황에서 과거의 이야기들을 뒤죽박죽 끌어낸다. 현수와 광모 역시 현재의 기이한 관계부터 시작해 과거 이들에게 있었을 법한 이야기들의 찌꺼기를 끌어 올린다. 준구와 다미 역시 준구에게는 지나간 과거일 뿐이며, 은수는 과거와 슬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붙들려 있는 인물들과 그 사이사이 그리움으로 가득 찬 김광석의 목소리는 김수현이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통해 이야기가 아니라 정서를, 그리고 그 정서 중에서도 ‘그리움’을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김수현에게 기대하는 대중적 기대와 전혀 방향으로 가면서 길을 잃은 것은 물론, 불협화음을 이끌어 낸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김수현 특유의 스타일과 애잔한 김광석이 언뜻 듣기에도 어우러지지 않는 것처럼, 김광석의 노래는 김수현의 극 안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유한다. 말투 조차 느릿느릿한 김광석의 노래와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김수현의 대사는 박자부터가 다르다. 아무리 애틋한 추억 속에서 김광석의 음성이 흘러도, 좀처럼 노래는 어울리지 못한다. 자로 잰 듯한 말투로 말하는 사랑 앞에서 ‘그리움’은 다 무슨 소용이며, 자존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인물들에게 ‘애틋함’은 의미없는 감정일 뿐이다. 애초에 대중은 김수현에게 ‘그리움’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시도한 그리움의 정서와 애틋함을 담은 김광석의 노래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김수현과 어우러져 가장 심각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김수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그리움이 아니라 드라마 트루기를 능숙하게 풀어나가는 힘이다. 어느 하나 만만한 이가 없는 캐릭터들의 꼬장꼬장함 사이에서 김광석의 노래는 어울리지 않는 소품이다. 진부한 갈등과 올드한 인물 속에 김광석의 음악이 깔린다고 해서 모두 ‘그리움’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진행된 이야기도 별로 없는데 과거 회상만 하다 벌써 3분의 1이 흘렀다. 지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대중들이 그녀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되찾아야 할 때다.

수다 포인트
-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은 광모의 ‘오랜 습관(?)’으로 인정 할 때!
- ‘세결여’가 ‘연애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글. 민경진 (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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