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왕가네 식구들’, 거기가 2013년 대한민국 맞나요?
KBS2 ‘왕가네 식구들’ 29회, 30회 2013년 12월 7일, 8일 오후 7시 55분

다섯 줄 요약
세달(오만석)은 호박(이태란)의 몸값을 구하기 위해 미란(김윤경)의 물건에 손을 대려 한다. 하지만 이를 발견한 미란에게 모욕을 당한 뒤 쫓겨난다. 세달의 마음을 알아 보기 위해 납치 자작극을 벌였던 호박은 세달과 연락이 되지 않자 이혼하기로 마음 먹는다. 광박(이윤지)은 며느리 오디션에서 1등을 하고, 돈(최대철)과 영달(강예빈)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가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리뷰
‘왕가네 식구들’에 황당한 사건 두 가지가 발생했다. 며느리 오디션과 납치 자작극.

물론 둘 다 현실에서 아주 없는 얘기는 아니다. 뉴스에도 가끔 나오니까. 문제는 그것을 다루는 태도가 너무 안일하다는 데 있다. 대세(이병준)는 오로지 싸가지 광박의 기를 꺾어 놓겠다는 목적으로 오디션을 실시한다. 하지만 오디션 종목은 그 목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광박을 떨어 뜨리려면 최소한 광박이 잘 못하는 종목으로 선정했어야 하지 않는가? 며느리 오디션에는 대세의 그런 의지가 조금도 엿보이지 않는다. 그저 ‘이런 장면들을 끼워 넣으면 재미있을 거야’라는 제작진의 생각만 보인다.

납치 자작극은 더하다. 세달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한 호박의 극단적인 선택이라지만,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작극이었다면 처음 납치되었을 때 호박은 왜 광박에게 납치당했음을 알리려고 했던 것일까? 광박이 눈치라도 채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데 말이다. 이러한 초반 장면들이 자작극이라는 사실과는 얼마나 대치되는 것인지 생각지도 않은 채 제작진들은 호박이 진짜 납치당한 것으로 시청자들을 잠깐 속이기 위해 이 장면들을 사용한다.

더 나쁜 것은 이 사건이 호박이라는 캐릭터에 미칠 영향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 의 호박은 이혼을 요구하는 세달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답답한 인물이기는 했어도 악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작극 이후, 호박은 단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 상관 없는 사람, 호남형(최재웅)을 납치, 공갈, 협박이라는 범죄에 이용한 독한 인물이 된다. 2013년 대한민국의 가족 키워드를 현실적으로 담아내겠다는 ‘왕가네 식구들’. 이 드라마를 보고있노라면 이상하게도 자꾸 이 질문이 하고 싶어진다. “저기요, 거기가 2013년 대한민국 맞나요? 혹시 감자별은 아닌가요?”

수다 포인트
- 숫자가 크게 써 있는 똑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짝), 앞니로 무를 갈며(개그콘서트), 찌개에 라면 스프를 넣는데다가(패밀리가 떴다), 결과는 60초 후에 공개되다니(슈퍼스타K). 나는 누구인가? 내가 보고 있는 건 무엇인가?
- 삼겹살 먹으며 화기애애한데 이혼 축하해 달라고 하고, 피자 먹으며 신났는데 앞으로는 엄마랑만 살거라 하고. 호박님,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거 모르시나요?

글. 김진희(TV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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