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방송화면
‘응답하라 1994′ 방송화면
‘응답하라 1994′ 방송화면

tvN ‘응답하라 1994′ 14회 12월 6일 오후 8시 40분

다섯줄요약
키스 후 멍해있는 나정(고아라)의 손을 쓰레기(정우)는 따뜻히 잡아주고, 복잡한 심경의 나정은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연애를 시작하고 난 다음 처음 다른 커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쓰레기는 나정을 다정하게 챙겨주고, 나정은 자신에 대한 쓰레기의 달라진 모습에 감격한다. 군에 입대한 해태(손호준)는 군생활에 대한 낯설음과 고참들의 장난으로 괴로워하지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자신을 배려해주는 병장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칠봉(유연석)은 일본으로 떠나기 전 나정과 마지막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나정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 삼천포(김성균)는 서태지만 쫓아다니는 윤진(도희) 때문에 속이 상하지만, 윤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태지의 집과 공연장을 오간다. 빙그레(바로)는 고향 집에 내려가 휴학사실을 알리려 하는데, 갑자기 심장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보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리뷰
드라마 속 삼각관계는 흔히 균형이 맞지 않는다. ‘남1-여-남2’란 삼각관계의 경우, 여자주인공은 통상적으로 남1과 남2 사이에서 방황하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남1과 남2 사이에서 방황할 때조차 시청자들은 여자주인공이 누구를 선택할지 여러 정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속 삼각관계는 균형이 맞지 않는다. 남1은 주연이고, 남2는 어쩔 수 없이 조연이 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응사’의 삼각관계는 조금 다르다. 나정의 미래 남편 ‘김재준 찾기’가 과거와 현재를 잇고 극 전체를 끌어가는 주요한 기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금은 뻔한 관계의 불균형성을 깸으로 인해 새로운 종류의 긴장도 가능함을 몸소 보여준다. 이런 선택은 스토리를 살리는 동시에 캐릭터의 생명력도 연장시키는 ‘윈윈’이라 할 수 있다. ‘나레기’ 커플의 탄생으로 자칫 밋밋해지거나 잊혀져버릴 수 있었던 칠봉의 캐릭터에 온기를 불어넣어주었기 때문이다.

쓰레기-나정-칠봉 간의 관계 변화가 일어나면서 동시에 캐릭터의 변화도 감지되었다. 쓰레기를 향한 나정의 마음은 변함없이 애정을 갈구하는 형태를 띠지만, 자신이 혼자만의 짝사랑을 키워가며 가지고 있었던 때와 쓰레기가 감정을 받아주었을 때 사이의 괴리를 조금씩 이겨나가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쓰레기 또한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만큼 실감이 나는 것 같지 않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겼어야 했던 때보다 한층 밝아진 모습이다. (다만 애드립 때문인지는 몰라도 극 초반보다 너무 장난스러운 부분이 극에 대한 집중을 흩뜨려놓는 경우가 있다.) 14회에서 가장 감정의 진폭이 컸던 이는 칠봉이가 아닌가 싶다. “지금이 때가 아니면, 기다려야지. 포기 안 해”라며 감정을 추스려보지만, “착해서 망했잖아”라며 자신을 자책한다. 그래도 결국 나정에게 “다시 만나면 연애하자”고 작별인사를 건네며 나정을 향한 자신의 마음에 다음을 향한 여운을 남기는 식이다. 칠봉의 공에 담긴 이야기나 김슬기의 예언(?) 등도 언제든이 이 삼각관계의 지각변동이 가능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종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드라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응사는 이야기와 캐릭터 말고도 다른 힘들을 보여준다. 쓰레기-나정-칠봉의 삼각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던 헬리캠씬에 이어 14회에서는 빙그레와 삼천포가 대화를 나누는 씬에서 타이트한 단독 바스트샷과 거울샷(거울 속에 각자의 모습이 비친 샷)을 교차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실험은 후반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제작과정이 그저 ‘그림을 찍어대기에만 바쁜’ 것이 아니라 ‘좋은 그림’을 찾는데에도 열정을 쏟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빙그레 아버지가 입원했던 중환자실의 경우나 빙그레가 돈을 인출했던 ‘ㅈㅎ은행’의 경우에도 놀라운 미장센의 집중력을 보여주어 극의 질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삼각관계 말고도 아직 ‘응사’에 설레기에 충분한 이유가 남았다.

수다포인트
-오늘만 여러 번 잡힌 빙그레의 손, 섬섬옥수 같구나.
-젊은 윤종신과 박선주의 듀엣이 새삼 싱싱하네요.
-윤진의 ‘리틀 서태지’ 패션은 마치 밀라노의 양복 장인에게 손수 맞춘듯, 군더더기 하나 없네요.
-김슬기와 최종훈, 당신들을 ‘응사’ 역대 가장 자연스러운 까메오로 인정합니다.

글. 톨리(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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