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기황후
MBC ‘기황후’ 9회 2013년 11월 25일 오후 10시


다섯줄 요약
타환(지창욱)은 궁에 들어와 있는 승냥(하지원)이 남장을 했던 승냥과 동일인임을 알아채지 못한다. 황태후(김서형)의 계획대로 고려인 박씨와 합궁을 한 타환은 연철(전국환)과의 갈등이 커진다. 왕유(주진모)는 고려 군사를 훈련시키는 한편 돌궐과 손을 잡을 기회를 노린다. 타환을 암살할 틈만 노리던 승냥은 진정한 복수는 따로 있다는 박씨의 충고에 혼란에 빠지고, 왕유에 대한 그리움과 목표를 잃은 상실감에 병이 난 승냥은 타환의 품에 쓰러진다.

리뷰
앞뒤 재지 않고 타환의 암살 기회만 엿보던 승냥은 자신의 계획이 무모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박씨를 통해 암살 계획이 성공을 했을 경우, 궁에 머물고 있는 고려인이 목숨까지 위험해진다는 걸 알게 된 탓도 있지만 타환 암살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금씩 스스로 깨닫고 있었으리라. 타환 자체가 멍청하고 능력이 없는 왕일뿐이지 그는 명색이 원나라의 왕이었다. 그를 보호하고 지키는 자들은 원나라 최고 전문가로 승냥에게 승산은 적었다. 타환을 죽일 절호의 기회를 고려인 박씨에게 어이 없이 들키는 것을 끝으로 승냥은 암살을 포기했다. 그리고 왕유가 나타나는 환각을 보고 타환의 품에 쓰러질 정도로 심하게 앓게 된다.

승냥이 그도 한 없이 연약한 여자일 뿐이었다. 타국 궁에서 고달픈 생활을 시작한 그녀를 버티게 한 건 복수 단 하나였다. 하지만 그 목표를 자의반 타의반 상실하자 긴장이 풀려버린 것이다. 이제 한차례 병치레가 끝나면 승냥은 달라질 거다. 그동안 암살이라는 극단적이고 무모한 복수를 향해 돌진을 했다면 이젠 진정한 복수를 향한 장기적이고 치밀한 작전을 펼칠 것이다. 드디어 역사책에 남는 기황후라는 인물이 되는 길에 한 발짝 들어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려인 박씨의 등장이 새롭다. 승냥이 보다 먼저 공녀로 끌려온 그녀는 이미 승냥이가 느꼈을 고려와 원에 대한 원망의 시절을 끝내고, 진정한 복수에 대한 생각을 굳혔다. 진정한 복수란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아서 우릴 이렇게 만든 사람들 위에 올라서는 거라고. 기황후가 될 승냥이 걸어갈 길을 단적으로 안내하는 말이기도 하다. 원나라에 공녀로, 군사로 끌려 다녀야 했던 고려인들의 삶이 얼마나 척박 했을 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는 한 회였다. 말 많은 궁에서 윗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참형을 당하기도하고 제대로 된 병장기 없이 적 앞에 화살받이로 내던져야 했던 고려인들. 그들의 분기는 원나라만을 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자국민을 지킬 능력이 없는 고려를 향한 원망 역시 클 것이다. 이렇게 세상을 향한 울분을 가진 승냥을 정의의 사도가 아닌 불안전한 한 인간으로써의 갈등과 번민을 제대로 그린다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역사 왜곡을 조금은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수다포인트
- 승냥을 알아보지 못한 타환, 그는 끝까지 둔감한 것인가?
- 원나라에서도 무수리란 말을 썼을까? 혹시 저것도 역사 왜곡?
- 타환 품에 쓰러진 승냥, 여주인공은 꼭 쓰러져도 타이밍이 달라!

글. 박혜영(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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