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 식구들
왕가네 식구들
KBS2 ‘왕가네 식구들’ 25회, 26회 2013년 11월 23일, 24일 오후 7시 55분

다섯 줄 요약
수박(오현경)은 1억을 투자하면 2억을 벌게 해 주겠다는 허우대(이상훈)의 말을 믿고 집문서를 맡긴다. 지인의 남편 장례식에 다녀 온 앙금(김해숙)은 봉(장용)의 존재가 새삼스레 다가오고, 출장을 마친 봉도 앙금에게 사과를 한다. 광박(이윤지)은 상남(한주완)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지만, 이별을 결심한 상남은 대세(이병준)의 말에 따라 선을 본다. 마음을 정리하던 광박은 상남의 상견례 소식에 정신을 잃고 만다.

리뷰
비정상적인 상황과 공감되지 않는 인물들로 가득한 ‘왕가네 식구들’을 보다가도 ‘아, 이 드라마가 가족 드라마였지’ 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이 너무 적은 게 흠이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 그런 때가 있다. 봉과 앙금이 화해하는 장면처럼 말이다. 서로에게 모진 말로 상처 주고 얼굴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틀어졌던 그들 사이를 풀어지게 한 건 화해하라는 자녀들의 부추김도, 젊은 부부 사이에 있을 법한 이벤트도 아니었다. 바로 상대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함께 살아 온 세월보다 함께 살아갈 시간이 더 짧다는 것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 이제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 옆을 지켜 주었던 사람이 누구인가, 앞으로도 내 옆에 있어 줄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자각. 이것이 서로에 대한 원망을 풀게 만들고, 오래 오래 지금처럼 있어 달라는 바람을 내보이게 만든다.

있을 때 소중한 걸 모르는 건 사실 부부 사이만은 아닐 것이다. 느낌의 강도는 다르겠지만,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그렇고, 형제지간도 그럴 것이다. 그들과 함께 매일 식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는 일상도 언젠가는 그리운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좀 더 잘하자. 봉과 앙금의 맞잡은 손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았지만 봉과 앙금의 화해는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니 오히려 억지스럽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울림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왕가네 식구들’에 이런 모습들이 많이 비춰지길, 그래서 진정한 식구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길 기대해 본다.

수다 포인트
- 이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성형 수술을 해 보라는 수박. 아, 이런 엉뚱 코믹한 캐릭터일 수 있었는데 아깝…
- 상남이 맞선녀, 너무 바람직하잖아요. 이러면 상남이와 광박이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미워할 수가 없잖아요.
- 이혼 이혼 이혼 이혼 문자 날리는 세달(오만석). 그러다 니 혼난다.

글. 김진희(TV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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